수중건설의 신기원, 국산 로봇이 연다

2014.04.21 09:58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미래 해양개발을 위한 수중건설로봇’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수중건설로봇은 잠수사가 들어가기 힘든 심해에서 각종 건설작업을 대신한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까지 총 85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독자적인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 로봇사업단의 장인성 단장을 만나 그 필요성과 개발 계획을 들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사업단 장인성 단장이 사업단의 핵심과제 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 이충환 기자 제공

2020년 동해안의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 현장. 놀랍게도 수중작업을 하는 잠수사를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해저 지반을 평평하게 다지고 파이프라인을 용접하는 현장에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모든 작업은 자동제어시스템에 따라 진행된다.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수중건설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중건설과 관련한 장비를 해외에서 임대하거나 구매해서 쓰고 있다. 수중건설로봇사업단에 따르면, 이 사업을 통해 해외장비가 국산화될 때,연간 2,000억 원(현재 수중 작업 비용)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상풍력 발전과 CCS는 새로운 시장
수중로봇이라면 통신을 하고 전기를 공급하는 선의 유무에 따라 ROV(Remotely Operated Vehicle)와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로 나눠진다. ROV는 선을 통해 원격 조종하며 다양한 작업을 하게 할 수 있는 반면, AUV는 선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해저를 스캐닝하게 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사업단 장인성 단장은 “배터리가 필요 없이 전기와 유압으로 구동되는 ROV는 시간에 무관하게 쓸 수 있다”며 “수중건설로봇도 ROV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유영식 ROV, 트랙식 ROV, 견인식 장비 등이 활발히 개발돼 활용되고 있는데,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작업용 ROV는 600대가 넘는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ROV 개념의 6000m급 해저 탐사용 무인잠수정 ‘해미래’, 해저 망간단괴를 채취할 목적의 로봇 ‘미내로’ 등을 개발했다. 광물을 뜻하는 영어단어(Mineral)에 로봇(Robot)을 합성한 이름의 광물채취용 로봇 미내로(MineRo)는 지난해 8월 동해 수심 1,370m의 해저면에서 운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수중건설로봇은 해양구조물을 시공하고 유지·보수한다는 데서 기존의 무인잠수정의 목적과 차이가 있다. 장 단장은 “현재 수심 30m에서 쓰이는 수중 굴삭기, 해저 지질조사용 로봇, 항만 수중구조물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로봇 등은 개발되고 있다”며 “점차 해양구조물이 증대되고 건설장소의 수심도 깊어져 새로운 수중건설로봇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즉 수심이 깊지 않은 항만이나 교량에서 수중 작업을 하는 데 머물다가, 침매터널 같은 해저터널, 해상풍력 발전설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시설, 해양 플랜트 등을 건설하거나 해저에 파이프라인 및 케이블을 매설하는 작업까지 수행할 필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국내에서도 수중건설로봇에 대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특히 이 중에서 해상풍력 발전설비는 산업통상자원부(이전의 지식경제부) 주도로 10조 원을 투입해 서해 서 수심 20~40m의 밑바닥에 시공된 고정식 기초 위에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한 전력을 육상으로 들여오는 데는 전력 케이블도 필요하다. 수중건설로봇의 활약이 기대된다.


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제한하는 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도 CCS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동해 깊은 곳에 저장하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저장소는 수심이 최소 몇백m에 이를 것이며, 또 이산화탄소를 이송하는 파이프라인을 매설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깊은 바다 밑에서 활약할 수중건설로봇이 필요한 셈이다.


유영식 및 트랙기반 ROV 개발
사업단은 2018년까지 6년간 유영식 ROV와 트랙기반 수중로봇 등 총 3가지 종류의 수중건설로봇을 연구 개발하고, 그 성능을 평가 시험하기 위한 수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영식 ROV는 중성 부력을 이용해 떠다니며 자유롭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경(輕)작업용 ROV, 중(重)작업용 ROV로 구분해 개발한다. 트랙기반 ROV는 무한궤도가 달려 있어 포클레인처럼 바닥을 이동하며 작업하게 된다.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의 핵심별 로봇에 대한 상상도. 경작업용 ROV(1 핵심과제), ROV 기반의 수중 중작업용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의 핵심별 로봇에 대한 상상도. 경작업용 ROV(1 핵심과제), ROV 기반의 수중 중작업용로봇(2 핵심과제), 트랙 기반의 해저 중작업용 로봇(3 핵심과제)이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 수중건설로봇사업단 제공

먼저 제1 핵심과제인 유영식 경작업용 ROV는 연결나사 조립, 용접 등 간단한 작업을 하며 수중 구조물을 유지·보수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경작업용 ROV는 그 자체를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장 단장은 “이 과정에서 중작업용 ROV와 트랙기반 ROV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수중 운용 관련 세부기술, 로봇팔(manipulator) 제작 기술, 원격 운용 기술, 정밀제어 기술 등을 개발하는 한편, 필요한 기술을 다음 단계로 넘겨주게 된다”며 “경작업용 ROV는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 핵심과제인 중작업용 ROV는 해저의 땅을 파고 케이블을 매설하는 작업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장 단장은 “현재 미국 포럼(FORUM) 사에 합병된 페리(Perry) 사에서 개발한 T800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라며 “T800은 총 800마력이 필요하며 워터제트의 고압을 이용해 지중(地中) 3m까지 팔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해저통신케이블회사인 KT서브마린은 페리(Perry) 사의 T800을 구매해 전남 진도에서 제주까지의 해저 구간에 전력 케이블을 매설하는 작업 등을 수행한 바 있다.


트랙기반 ROV는 제3 핵심과제로 구경이 큰 파이프라인을 매설하는 식의, 중작업보다 더 어려운 작업을 하게 된다. 그는 “영국 딥오션 그룹(Deep Ocean Group)의 T1 또는 T2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개발 장비의 경우 비교적 단단한 해저면에서 트랙을 활용할 수 있어 높은 이동 정확도로 수중 중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벤치마킹 대상과는 달리 지반을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툴도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해 그 성능을 평가하고 시험하는 대형수조도 건설할 예정이다. 수조 크기는 길이 40m, 폭 20m, 깊이 최대 9.5m으로 국제규격 수영장 크기(길이 50m, 폭 25m, 깊이 2m)에 비해 면적은 2/3 정도지만, 전체 체적, 즉 투입되는 물의 양은 오히려 2배 이상일 정도로 큰 규모이다. 장 단장은 “이 수조는 조류 발생기, 파랑 발생시스템(조파기) 등이 설치되고 해저면의 형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매칭 펀드로 참여
수조를 비롯해, 운용 지원 시설, 로봇을 조립하고 유지·보수하는 건물 등의 인프라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중심이 돼 마련하게 된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170억 원을 들여 포항시 남구 신항만 배후단지 일대에 이와 같은 인프라를 건설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핵심과제는 정부에서 국비를 투입할 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 장 단장은 “R&D 핵심과제 3가지에 국비 513억 원이 투입되는 한편, 각 과제별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데, 매칭 펀드 형태로 분담금을 감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1 핵심과제는 선박해양 플랜트연구소(이전에는 해양과기원 대전 분원이었으나 2014년 1월 해양과기원 부설 연구소로 바뀜)가 주관하고 삼성중공업, 레드원테크놀러지, KnR, 아쿠아드론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제2 핵심과제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주관 기관이며, KT서브마린, 대양전기 등의 기업이 참여한다. 제3 핵심과제는 올해 8월부터 시작된다. 사업단이 거둘 연구개발성과에 대해 장 단장은 “3종의 수중건설로봇을 제작하고 이들에 대한 성능 검증 시험을 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수심 500m 기준으로 수중건설로봇의 실용화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일을 새로운 자동차의 제작에 비유하자면, 개발된 자동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 트랙과 실제 도로에서 시험할 텐데, 이 사업이 끝날 때는 트랙을 몇 바퀴 돈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 명했다. 실제로 개발된 수중건설로봇은 2017~2018년 시험평가와 실해역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중건설로봇 개발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장 단장은 “해외에서 수중건설로봇을 빌리는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인데, 1대를 1달간 빌리는 데 개발비와 비슷한 비용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그 비용이 반값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수중건설로봇 개발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 수중건설로봇사업단에 따르면, 수중건설로봇의 국산화로 5년간 해외 임대비용 2,000억 원이 절감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핵심부품에 대한 수입 대체효과가 6,100억 원에 이를 것이다. 장 단장은 “세계 해양구조물 시장은 2020년을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분야만 연간 100조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크다”며 “그만큼 진입장벽도 높지만 수중건설로봇 분야는 우리의 IT 기술과 접목한다면 그 장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 수중 건설로봇이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평가 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 이 기사는 해양과학기술매거진 제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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