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 망원경에서 디지털 카메라까지

2013.12.11 00:00

요즘에는 필름 카메라를 보기 힘들다. 거의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용이라고 하는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을 교체할 수고를 덜어주고 인화나 현상을 할 필요도 없다. 대신 경치나 인물 등 피사체에 빠져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가 데이터 용량이 넘지 않을까,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이 모두가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 있는 이미지 센서 '덕분'이다.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돼 있는 이미지 센서는 흔히 CCD(Charge-Coupled Device)라 부르는 '전하 결합 소자'다. CCD는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지만, 허블 우주 망원경이나 캡슐형 내시경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세상을 보는 디지털 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CCD는 어떻게 탄생해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 

특별히 자외선 검출용으로 개발된 CCD. ⓒ NASA


메모리에서 이미지 센서로 … 2009년 노벨상 수상 

우표 크기만 한 CCD는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CCD는 화소(pixel, picture element)라 불리는 일종의 광센서(광다이오드)가 2차원 평면에 배열돼 있는 구조다. 네모난 CCD에는 각 화소에 해당하는 광다이오드가 대개 수백만 개씩 들어 있다. 화소 수가 많을수록 CCD를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CCD는 1969년 미국 AT&T 벨연구소에서 윌러드 보일와 조지 스미스가 발명했다. 두 사람은 CCD를 발명한 업적 덕분에 200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은 원래 이미지 센서가 아니라 메모리칩을 개발할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벨연구소는 반도체 메모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전하 버블 소자'라 일컫던 원시적인 CCD를 설계했다. 

CCD를 발명한 공로로 200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미스(왼쪽)와 윌러드 보일. ⓒ 위키미디어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연구노트에서 이 소자가 어떻게 '자리 이동 레지스터(shift register)'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기술했다. 즉 설계의 핵심은 반도체 표면을 따라 하나의 축전기에서 또 다른 축전기로 전하를 옮기는 능력이었다. 1970년 4월 그들은 이런 개념을 '전하 결합 반도체 소자(Charge Coupled Semiconductor Device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이 소자가 메모리, 지연선(遲延線), 영상 소자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작동하는 최초의 CCD는 집적회로 기술로 만들어진 8비트짜리였다. 이 소자는 입출력 회로가 있었으며, 자리 이동 레지스터뿐 아니라 8개 화소가 일렬로 배열된 투박한 영상소자로 쓰일 수 있었다. 1971년 11월에는 마이클 톰셋이 주도한 벨연구소 연구진이 간단한 직렬 소자를 이용해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이후 CCD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 RCA 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을 포함한 몇몇 회사들이 CCD의 진가를 알아차렸고 이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상용 CCD는 1974년에 페어차일드에서 개발됐는데, 500개 화소의 직렬 소자와 100×100 화소(1만 개 화소)의 2차원 소자가 그것이었다. 이듬해에는 미국 코닥의 전기공학자 스티븐 새슨이 페어차일드의 100×100 CCD를 이용해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다.

CCD 위에 덮인 '바이어 필터'의 모식도. ⓒ 위키미디어



아인슈타인 원리와 바이어 필터의 만남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 있는 CCD는 카메라에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CCD의 핵심 원리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광전효과와 관련이 있다. 광전효과는 금속 또는 반도체의 표면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 나오는 현상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CCD에 도달하면 광전효과에 의해 전자가 발생해 수많은 화소(광다이오드) 내부에 모인다. 이렇게 모인 전자의 양은 들어온 빛의 양에 비례한다. 따라서 전자의 양에 따른 전압을 측정해 빛의 양을 알아내고, 이를 통해 실제 상을 디지털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이 단계에서는 빛의 양만 알 수 있기 때문에 흑백 이미지가 얻어진다. 

그렇다면 컬러 이미지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보통 CCD 위에 '바이어 필터'라는 삼원색 필터를 씌우면 실제 사물의 색깔까지 구현할 수 있다. 바이어 필터는 적색 필터 1개, 청색 필터 1개, 녹색 필터 2개가 이루는 정사각형 모양이 기본인데, 색 필터 1개가 CCD의 화소 1개씩 덮는다. 여기서 녹색 필터가 더 많은 이유는 인간의 눈이 적색이나 청색보다 녹색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바이어 필터를 CCD 위에 씌우면 적색, 청색, 녹색 빛의 양이 각각 얼마만큼 들어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적색 필터를 씌운 CCD 화소에서 녹색 빛의 양을 바로 알 수는 없다. 이때 주변에 녹색 필터를 씌운 화소에서 얻은 빛의 양을 통해 이를 추정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추정 알고리즘을 쓰느냐에 따라 이미지의 질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각 화소에 3개의 CCD를 사용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을 처음부터 삼원색 빛으로 가른 뒤 각각 다른 CCD를 통과하게 하면 모든 화소에서 적색, 청색, 녹색 빛의 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웹캠에 들어간 컬러 CCD. ⓒ 위키미디어


첩보위성에서부터 캡슐형 내시경까지 

CCD는 인간의 눈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기존의 필름보다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1000배 이상 뛰어날 뿐 아니라, 가시광선은 물론이고 자외선이나 적외선까지 감지할 수 있어 우주를 관측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웬만한 지상 망원경이나 우주 망원경에 이미지 센서로 CCD가 장착돼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지구 상공 560㎞ 높이에 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은 장착된 고성능 CCD 덕분에 신비하고 멋진 우주 천체의 이미지를 촬영해 왔다.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에 설치된 이미지 센서는 42개의 CCD로 구성돼 있으며 화소 수가 약 9500만 개나 된다. 

사실 초창기 CCD는 첩보위성에도 장착됐다. 1976년 12월에 800×800 화소의 CCD 배열이 장착된 KH-11 케넌 정찰 위성이 발사됐다. CCD가 우주의 신비를 밝힐 뿐 아니라 지구를 감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의학 분야에서도 CCD의 활약이 눈부시다. 단순히 세포나 조직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하는 경우 수술 부위를 들여다보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최근 CCD가 장착된 캡슐 모양의 내시경도 이용되고 있다. 이 캡슐형 내시경은 환자가 삼키면 소화기관을 따라 내려가며 CCD가 몸속을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몸 밖으로 무선 전송하는 방식이다. 

1969년 CCD를 발명한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도 CCD가 지금처럼 활약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발명은 항상 목표하는 대로만 이뤄지지 않고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앞으로 CCD가 어떻게 활약할지 자못 궁금하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에 장착된 CCD 배열. ⓒ NASA



*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공제회의 온라인 뉴스레터 행복 동감 11월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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