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식물 10만종 모으는 게 목표”

2010.07.28 09:31
“전 세계적으로 30만 종의 식물이 있습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이 신약개발 등에 사용될 정도로 중요한 만큼 콩고, 중국 등 생물자원부국과 연계해 다양한 식물종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혁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해외식물자원 10만 종을 모으는 게 목표”라며 “2006년부터 이를 위해 매년 평균 5개국 이상을 돌며 해당 국가의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부설 유전공학센터 선임연구원, 유전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을 지낸 정 단장을 1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안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전공인 생물학을 바탕으로 생물자원 확보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신약 개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식물은행에서 세계 식물은행으로

국내외 논문 1056건, 특허 출원 920건, 기술이전 43건과 107억 원의 기술료 수입, 그리고 3년마다 시행된 전체 평가에서 항상 1등을 유지했을 정도로 사업단의 성과는 화려하다. 정 단장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는 자생식물추출은행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방대한 식물자원을 모아 식물종을 연구하는 데에 따른 기초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자생식물추출은행이 출범한지는 3년밖에 되지 않지만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거치는 곳이 됐다. 식물 시료 1점을 분양받는데 드는 비용이 5000원으로 매우 저렴할 뿐 아니라 해당 식물이 언제 어디서 채취됐는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분양비로 얻은 수익만 벌써 15억 원이 넘었다. 대략 계산을 해도 30만 건이 분양됐다는 뜻이다. 자생식물추출은행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단장은 “국내 식물은행으로 출범했지만 현재는 세계 식물은행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30만종이나 되는 전 세계 식물자원 가운데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향후 신약개발과 같은 주요 연구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다. ‘해외생물확보활용사업’을 위해 정 단장은 2006년부터 코스타리카, 칠레, 콩고, 중국, 인도네시아 등 매년 평균 5개국 이상을 돌아다녔다.

직접 발로 뛰다보니 위험에 처한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였을 겁니다. 4륜 자동차로 도로가 나지 않은 길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했죠. 또 생물자원을 채취하려면 해당 지역 원주민과 친해져야 해요. 친목을 과시하기 위해 굼벵이 같은 해당 지역 음식도 먹기도 하고….”

사업단이 낳은 결실은 영글어가고 있다. 식물추출물에서 얻은 신약후보물질이 대표적인 사례. 실제 올해나 내년쯤이면 두 종류의 신약을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연구단은 보고 있다. 동화제약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신장염 치료제의 경우 현재 임상 3단계에 들어간 만큼 신약개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 정 단장은 “새롭게 개발된 약이 상용화까지 이어진다면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화려한 성과의 숨은 공신은 제도 개혁

2002년부터 9년간 짊어졌던 사업이 올해 끝난 만큼 정 단장의 표정에서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프론티어 사업과 같은 대규모 국책연구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사업의 관리자로는 관료가 아닌 전문가가 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전 사업들은 얼마 기간마다 관리자가 바뀌는 전문경영인(CEO) 체제였다면 프론티어 사업은 전문가를 연구단장으로 임명해 자율성을 주면서도 책임을 지도록 한 오너 체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내꺼다 라는 생각으로 확실히 챙기게 된다”고 했다.

정 단장은 인터뷰 내내 ‘전문성’을 강조했다. 속된 말로 ‘현장에서 굴러 본’ 전문성이 있어야 일선 연구원들의 고충을 이해해 보다 나은 연구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단장이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아야 제대로 된 평가위원을 위촉할 수 있고, 그래야 연구원들도 과제 평가에 대해 수긍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는 △매년 과제평가를 하던 단년도 협약을 다년도 협약으로 바꿔 연구원들이 좀 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범위 안에서 남은 연구비를 다음해로 이월하도록 해 연구비의 융통성을 보장했으며 △평가위원 10명 모두를 농·생명분야 전문가로 위촉해 과제책임자들이 연구평가에 수긍하도록 했다. 사업단의 화려한 연구 성과의 배경에는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던 셈이다.

● 감자생산성 높여 식량문제 해결이 목표

정 단장은 해외 식물자원을 모으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20개 국가와 협력을 맺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일 퇴임한다고 하면 오늘까지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싶은, 평범한 연구원이 꿈”이던 그는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인공 씨감자로 유명세를 타면서 사업단을 맡게 됐지만 잠시 손을 놓았던 본래의 모습, ‘감자 박사’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씨감자 연구로 감자농사의 녹색혁명을 일으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는 밀의 생산량을 10% 높여 1970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제 계획대로라면 감자의 생산량을 50%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욕심대로라면 저도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겠네요.”(웃음)



정혁 단장의 이것만은 꼭!
○ 프론티어 사업단과 같은 대규모 국책 연구사업은 필요하다
○ 사업단장으로는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임명하는 게 중요하다
○ 식물자원이 각광받는 만큼 생물자원 부국과 협력해 이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혁 단장은

1974년~1978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원예학과 학사
1980년~1982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원예학과 석사
1982년~1985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원예학과 박사
1986년~1992년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유전공학센터 선임연구원
1992년~1994년 유전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실장
1992년~200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00년~현재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 단장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대한민국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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