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기 맞은 세계 바이오산업…우리나라에는 ‘호기’

2012.07.01 20:51
2012 바이오컨벤션의 전경

“서로 연결하고 파트너를 찾고 혁신하라!(Connect, Partner, Innovative)”

생명공학박람회인 ‘2012 바이오 국제컨벤션(2012 BIO International Convention, 이하 BIO)가 지난달 18일부터 나흘간 미국 보스톤 보스톤전시컨벤션센터(Boston convention&Exhibition Center)에서 열렸다.

BIO는 미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행사로, 매년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린다. 2007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보스톤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세계 65개국, 1만6500여 명이 참석했다. 5년 전 참석자가 2만20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불황의 영향이 이번 전시회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관은 예년 규모로 전시관을 열었다. 서울시가 참여해 마곡지구 바이오클러스터 입주 업체를 모집하는 등 열띤 활동을 벌였다.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예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국관에는 서울시가 입주해 강서구 마곡지구 바이오클러스터 추진을 위한 행보를 보였고,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처음으로 행사에 참가해 우리 고유의 사상의학과 침, 뜸 등에 대해 알렸다. 이 밖에도 경기도를 포함한 23개 지방자치단체와 바이오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차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바이오니아, 케라젠 등의 기업도 단독으로 부스를 차려 참가자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임상시험에서 승인 받은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삼성은 ‘better CMO(바이오의약품 생산대행사업)’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변화의 길 찾아 ‘뭉치고 협력하라’

이번 행사는 파트너링 공간을 확대했다는 게 독특하다. 세계 바이오 업계는 혁신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힘을 모으는 중이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장 한 가운데 널찍하게 잡은 ‘회의 공간(partnering room)’이다. 좁은 방을 수십 개씩 다닥다닥 붙여 놓은 여기서 세계 각지에서 참석한 기업과 연구소 관계자들이 협력을 맺거나 인수합병(M&A)을 논의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국제교류협력실 최유미씨는 “기존에는 회의 공간을 사용하려면 따로 비용을 내야했지만 올해는 전시 부스 설치 업체에게 무료로 이 공간을 쓰게 해줬다”며 “회의하는 데 상당한 편의를 제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올해 참가한 2900개 기업은 5500 건의 1대 1 협력 회의를 비롯해 총 2만5000여 건의 회의를 진행했다. 2007년에 1만2100여 건보다 두 배나 많아진 수치다.

2012 바이오 컨벤션 행사 전경

이런 변화는 최근 세계 바이오업계에게 닥친 위기를 뚫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세계 바이오산업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제약시장은 그간 거대 제약사를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바이오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미국 바이오협회의 알런 아이젠버그(Alan Eisenberg) 신흥기업비즈니스개발 담당자도 “협력은 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거대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제품을 찾고 있고, 소규모 생명공학기업은 자금 지원자와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양재혁 한국바이오협회 대회협력실 차장도 “세계 제약업계는 현재 혁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인수합병(M&A)나 공동연구 등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오시밀러’ 한국이 주도… “삼성, 셀트리온 모델 뒤따른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CT-P13’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 달리 메뉴얼이 있어도 제조가 까다롭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장신재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장(부사장)은 “현재 신약 개발의 속도는 과거에 비해 느려졌으며 화학합성물질로 만들 수 있는 약물은 대부분 개발된 상태고, 세포 배양, 인체 호르몬의 유전자 재조합 등의 방법을 통해 개발되는 바이오신약은 이후 새로운 방법의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학합성물질로 만든 합성신약의 특허도 만료되면서 싼 값의 제네릭(복제약)이 생산되고 있다. 바이오신약의 경우도 2012년부터 특허가 끝나기 시작해 이를 흉내낸 바이오시밀러가 대량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 소장은 “세계적인 불경기인데다 제약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가 없어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거대 제약사들이 위협받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상대적으로 일찍 뛰어들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분 ‘바이오시밀러 열풍’에 최근 셀트리온의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성공까지 더해져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6일 임상 결과를 발표한 ‘CT-P13’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와 비슷한 약효를 내면서 환자에게 투여해도 원래 약만큼 안전하다. 이는 ‘2012 유럽류머티즘학회(EULAR)’에서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장 소장은 “이번 바이오시밀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고 나아가서는 신약 개발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우리 항체나 백신 분야의 공동연구 등 서로 도울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better CMO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본격적인 CMO사업을 알리고, 부스 절반 정도를 회의 공간으로 만들어 깊이 있는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MO 업체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체 부스에 회의 공간을 크게 할애했다. 부스를 찾은 참가자들과 상담 시간을 갖고 본격적으로 파트너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들은 셀트리온의 행보를 꼼꼼히 살피면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시장에 대해 신중히 전략을 짜고 있다고 알려졌다.

●혁신 신약 개발 및 공동연구 시도도 ‘활발’

바이오니아가 단독 부스를 차리고 차세대 나노입자 치료제(SAMiRNA)를 홍보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외에 혁신 신약에 도전하는 업체도 있었다. 국내1호 바이오벤처로 올해 창업 20년을 맞는 바이오니아도 단독 부스를 차리고 차세대 나노입자 치료제(SAMiRNA)를 홍보했다.

새미알앤에이(SAMiRNA)는 암 세포만 선택해 전달되는 나노입자다. 이 입자가 암세포에 도달하면 암을 유발하는 유전정보전달물질(RNA)를 분해시킨다. 바이오니아가 2006년 개발한 새미알앤에이를 활용하면 ‘표적 항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2001년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작용을 막는 RNA간섭(RNAi)기술이 알려진 이후 연구가 계속됐지만 아직 신약은 개발되지 않았다”며 “사노피와 공동연구를 통해 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대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바이오산업계에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혁신적인 치료제를 만들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옥으로 지은 생명연의 부스는 여러 부스 중 단연 돋보였다.

생명연과 한의약연 등 정부출연연구소도 BIO 행사에 참가해 공동연구 등을 위한 홍보 활동을 벌였다. 특히 생명연은 한옥 모양으로 부스를 꾸며 외국인 참가자의 발길을 잡아당겼다.

정흥채 생명연 성과확산실장은 “2006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 동남아 연구자들과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도 우리 연구원의 성과를 알리며 공동연구를 제안을 하거나 받는 것은 물론 최신 바이오 기술이나 산업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연은 한국관에 입주해 우리 전통의 의술과 의학 등을 알렸다.

이번에 처음 참가한 한의학연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융·복합 연구를 준비 중이다. 구남평 한의학연 홍보팀장은 “체질이나 침, 뜸 등 한의학 분야에 대해서도 외국 연구자들이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18일에는 하버드의대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앞으로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BIO 행사에는 중국과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경제성장국가의 전시 부스도 돋보였다. 중국은 18일 행사 개막 하루 종일 자국의 바이오산업에 관한 컨퍼런스를 진행할 정도로 성장했다. 브라질은 바이오연료 쪽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