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보양식의 오해와 진실

2016.08.18 13:45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덥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란다. 지구 온난화는 석탄, 석유, 가스등의 화석 연료사용증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주원인이지만, 먹거리의 측면에서 본다면 지나친 육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모되는 곡물 사료량은 8~10배에 달하고, 시카고대학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기 1온스 생산 에너지양은 브로콜리나 가지 같은 채소 1온스 생산량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 가축을 기르는 동안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배출량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그런데 이 무더위에 우리는 보양식으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 아직도 여름철이면 개장국, 아니면 육개장 적어도 삼계탕 한 그릇은 먹어주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가? 우리 민족은 확실히 먹는 것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먹거리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오랜 세월을 강하게 살아남았다. 그래도 이제는 사는 환경이 달라졌으니 전통적인 여름 보양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여름에는 삼계탕, 개장국 같은 고단백식이 최고?

더위로 고생하는 여름철, 과거에는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여름철이면 기온이 높아 많은 땀을 흘리게 되므로 체력이 크게 소모된다. 따라서 이때에는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보양식이 필요했다. 여름에 영양관리를 잘 못 해주면 식욕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이른바 여름을 타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여름철이라고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그러니 고된 노동과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고열량 보양식이 필요했다,

과거 영양분을 위주로 한 보신 음식으로는 한여름 더위로 몸이 허약해질 때쯤 해서 장만해 먹는 복(伏)날 음식이 있었다. 복날 음식으로 대개 개를 잡아 파, 마늘과 들깻잎을 많이 넣고 끓이는 개장국을 떠올리지만 이는 주로 남쪽 지방의 풍습이었고, 서울 반가에서는 쇠고기 양지머리나 사태 살을 이용한 육개장을 주로 먹었다. 무엇보다 닭고기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 영계백숙, 초계탕 등을 많이 먹었고, 닭에 인삼과 찹쌀을 넣고 끓인 삼계탕이 유명하다.

서울의 반가에서는 여름철이면 지방 살이 올라 더욱 맛이 좋은 민어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 민어로 민어탕과 구이, 민어찜, 산적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었다. 민어의 껍질도 버리지 않고 잘 말려두었다가 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 국은 주로 여성들이 먹었다고 해서 암치국으로 불렸다. 생선은 육류에 비해 단백질의 소화도 쉬어 보양에 좋은 편이이다. 미꾸라지를 이용한 추어탕, 장어구이도 대표적인 보양음식이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보양식에는 잘못 알려진 속설도 많다. 삼계탕의 경우 같이 들어가는 대추와 인삼이 나쁜 성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안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건 아니다. 대추와 인삼도 가능하다면 다 먹는 것이 확실히 영양을 챙기는 것이다. 장어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꼬리 부분이 특히 정력에 좋다고 하지만 이 또한 근거가 없다. 이왕이면 두툼한 가운데 부위가 더 영양이 좋다. 식재료 모습으로 연상하는 유사 식품 금기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임산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닭처럼 피부가 두툴두툴해진다고 하나 이 역시 잘못된 식품 금기일 뿐이다. 오히려 고단백질의 닭고기가 태아 성장 발육에 이롭다.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한 제철 음식도 좋아

우리 조상들이 고단백식만 즐겨 먹었다면 이것 또한 큰 오해이다. 제철 채소와 과일도 즐겨 먹었다. 수분이 많은 시원한 수박과 참외가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었다. 그리고 싱싱한 상추를 비롯한 쌈 채소를 맛있는 강된장찌개와 약고추장과 곁들여 먹음으로써 비타민을 보충하고 삶의 활력을 찾았다. 또한, 한여름에는 유달리 신맛이 당기는데, 신맛 성분의 유기산은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므로 유기산이 풍부한 과일이나 식초가 들어간 생채 종류와 오이냉국, 김국, 파랫국 등을 즐겨먹었다.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는 음식도 있었다. 한여름 더위로 소화 기능이 약해질 우려가 있을 때는 죽을 쑤어먹었다. '복날에 죽을 쑤어 먹으면 논이 생긴다'는 속담이 있다. 더욱이 죽으로는 콩과 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 만든 콩죽을 최고로 삼았는데 이 또한 콩 속의 질 좋은 식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B1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철 배앓이에 좋은 음식으로는 쌀죽을 쑤어 끓여 먹는데, 이것이 배앓이에 좋다고 하여 '여름 흰죽 한 그릇이 인삼탕 한 그릇'이라는 말도 있다.

이 밖에도 무더운 여름철에는 갈증을 많이 느끼므로 이때에는 칡뿌리를 달여 만든 칡뿌리차나 오미자, 인삼, 맥문동을 함께 넣어 달여 만든 오미자차와 오미자화채를 즐겼다. 또한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청량음료로는 오매육(매실) 등으로 만든 제호탕을 즐겼다. '시절약'이라고 할 수 있는 익모초즙도 더위를 먹었을 때 효과적이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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