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경험의 시대를 이끌다

2016.07.13 17:31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가상현실은 한때 SF의 꿈이었다. 하지만 인터넷도, 컴퓨터도, 그리고 스마트폰 역시 모두가 한 때는 꿈이었다. 미래는 현실이 되고 있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때가 됐다." 지난 2014년 3월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의 계정에 올린 이 글은 전세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왔다. 페이스북이 거액(21억 달러)을 들여 오큘러스(Oculus)라는 작은 VR기업을 인수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로켓 엔진을 단 VR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는 그동안 변방에 머물던 VR을 주류의 관심사로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고 유수의 기업, 큰손들의 관련 분야 투자를 가속화했다. 구글이 '카드보드(Cardboard)'라는 보급형 VR헤드셋을, 오큘러스와 제휴한 삼성이 '기어(Gear) VR'을 선보였다. 또 게임콘솔 시장의 강자인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PS) VR'을,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으로 유명한 발브(VALVE)와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손잡은 'HTC바이브(VIVE)'가 출시되며 이른바 'VR대전'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물론 동영상 플랫폼의 절대강자 유투브까지 대중적 VR 콘텐츠인 360도 동영상을 지원하자 VR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수직 상승했다.

이렇게 VR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오큘러스 같은VR 기업이 거둔 기술적 성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마트폰에 이어 대중성을 지닌 보편적 서비스이자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VR은 최근 갑작스레 등장한 개념과 기술이 아니다. 이미 1960년대부터 군사, 항공우주 등 여러 분야에서 시뮬레이션을 위한 장치로 연구개발이 이뤄졌고 민간에선 이른바 '덕후' 층이 두터운 게임 분야에서 더욱 실제 같은 느낌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기 위해 적용돼 왔다.

플랫폼 격인 헤드셋(HMD), 카메라, 소프트웨어, 입출력장치, PC(게임기), 콘텐츠 등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VR의 키워드는 '몰입감'이다. VR헤드셋을 착용하면 특정한 상황, 공간 속에 빠져 든다. 주어지는 3인칭이 아닌 1인칭 시선에서 상황 속 주인공이 된다. 시야의 프레임에 대한 선택권도 사용자에 있다. 공간은 지구 반대편의 어떤 곳일 수도 있고, 상상이 빚어낸 곳일 수도 있다. VR은 우리가 경험할 체험의 장벽을 허문다.

라이프스타일의 변주(變奏)를 돕다

VR에는 아직 기대감과 함께 의구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VR의 쓰임새는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된다. 게임, 관광, 엔터테인먼트를 위시해 스포츠, 교육, 의료, 예술, 건축, 성인 등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콘텐츠 소비형식으로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고객들에게 VR을 이용한 가상 허니문 체험 서비스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신혼 여행지의 관광명소를 VR로 체험하며 쌓인 감흥을 자사의 숙박 서비스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젠 미리 보고 가는 여행의 시대가 됐다.

의료 분야 역시 비교적 이른 시기에 VR 도입이 이뤄져 온 곳이다. 의료VR은 크게 치료(재활)-진단-교육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특히 정신과, 신경학 측면의 질병 치료에서 많은 시도와 발전이 있었다. 고소대인폐소 공포증을 겪는 환자들이 VR을 통해 그 원인들과 직접 마주하며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이 골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지난 2000대초 한양대 의대에서 고소 공포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VR을 적용한 바 있다. 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환자의 통증완화를 위한 주의분산 치료(distraction therapy) 등에도 VR이 사용된다. 이와 함께 수술실내 집도 현장을 의대생들이 지켜 볼 수 있도록 하는 VR기반 교육 시스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패턴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 매물을 현장에서 보지 않고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중개 업체(Halstead Property)는 최근 삼성 기어VR, 오큘러스 리프트 등과 연계한 VR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매물로 나온 부동산의 실내는 물론 외부 전경과 주변 경관 등을 담은 VR영상으로 잠재적 매수자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유명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업체가 VR매물정보 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포츠와 예술까지, VR로 더욱 실감나게

VR과의 접목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빠르다. '몰입감', '현장감', '1인칭' 등 VR의 키워드들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중계(라이브 스트리밍)까지 시도되고 있다. 스포츠 산업계는 프로선수들의 화려한 기량을 볼 수 있는 경기 관람은 물론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의 툴로서 VR이 기능하며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NBA 농구 경기(Warriors 와 Pelicans간)가 VR로 생중계됐다. 올해 5월 NBC스포츠는 '캔터키 더비(Kentucky Derby)'를 VR로 중계했고 비슷한 시기 유로스포츠(Eurosport)는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를 위한 VR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영국의 VR업체 애티커스 디지털(Atticus Digital)은 최근 국왕컵 축구경기를 360 VR영상에 담으며 관련 서비스 분야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향후 주심의 몸에 VR 카메라를 착용시켜 경기장의 가장 중심에서 보는 실감 영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제 프로야구, 자동차 경주, 골프대회 등 다양한 인기 스포츠 경기들을 TV는 물론 VR헤드셋을 통해 더욱 실감나게 관전하는 시대가 됐다. 사실상 시장검증이 끝났다는 뜻이다. 훈련(트레이닝) 도구로도 VR이 활용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중 하나인 탐파베이 레이스(Tampa Bay Rays)는 타격 시뮬레이션 시스템 '아이큐브(iCube)'를 통해 타자들의 실전 감각을 높인다. 앞서 지난 2014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 둔 네덜란드 대표팀은 1인칭 시점의 VR축구게임 시스템을 통해 경기 중 패스 등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전략실행이 이뤄지도록 훈련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후 PSV에인트호번 등 프로구단에서 현재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미국 테마파크 식스플래그 VR롤러코스터 시승영상 - Theme Park Review 제공

VR에 대한 일반의 거리감은 테마파크라는 친숙한 형식과 만나며 더욱 좁혀질 전망이다. 테마파크는 현존 VR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 곳은 단순히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을 넘어 재킷, 글로브 등을 착용하고 공간을 이동하며 실제와 같은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미 지난해 8월 호주 멜버른에 세계 최초 VR테마파크 '제로 레이턴시(Zero ­Latency)'가 문을 열었고, 올해 미국 유타주에 설립된 '더 보이드(The Void)'의 운영사는 향후 8년간 한국, 중국, 싱가포르, 호주 등 세계 곳곳에 1000개의 테마파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대표적 게임 전문업체 반다이 남코(Bandai Namco)가 도쿄 다이버시티 안에 'VR Zone: Project I Can' 이라는 유료VR체험존을 운영하며 주목 받고 있다.

예술분야에서는 달리미술관이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Dreams of Dalí'를 VR로 만든 것처럼 기존의 명작을 재해석하거나 아예 VR페인팅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형식과 감동의 작품제작을 꾀하는 등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소유의 시대'에서 '경험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소유의 격차가 존재하듯 경험 역시 사람마다 넘치고 부족함이 있다. 다소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VR이 이러한 경험의 격차를 좁힐 가교가 돼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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