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름다운 의지, 유전자의 한계를 극복하다. 가타카(GATTACA, 1997)

2016.04.04 09:22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GATTACA)는 인간이 유전자를 통해 타고나는 운명과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가는 운명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가타카가 그려내는 미래사회는 유전자 조작으로 우성인자만 지니고 태어난 '엘리트' 들이 지배계층을 이루고 자연적인 선택으로 태어나는 '신의 아이'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철저한 계급사회.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게 태어난 신의 아이 ‘프리먼’은 유전자 교정으로 강한 심장을 가진 동생 ‘안톤’에게 매번 수영 시합에서 지고 만다. 프리먼은 미래사회에서 선천적 결함을 그대로 지닌 '부적격자'(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프리먼에겐 꿈이 있다. 바로 최고의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들어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미래 사회에서 과연 인간의 의지는 빛을 발할 수 있을까?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상규 연구위원은 요즘 영화 가타카를 자주 떠올린다. 최근 영국 정부가 인간 배아의 유전자 교정 실험을 승인했기 때문일까. 20여 년 전 개봉한 가타카의 내용이 마냥 허황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요즘이다. 이상규 연구위원은 “과연 유전자만으로 인간의 우월성(능력)을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이 영화를 추천했다.

 


운명을 이겨내는 인간의 의지에 크게 공감해

 

이 연구위원은 신의 아이로 표현된 주인공 프리먼의 노력에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부적격자로 태어난 프리먼은 청소부로 살아가야 하는 하층계급에 속해 있지만 우주비행사를 꿈꾸며 인간의 의지 그 자체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 주어진 능력이나 성격보다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닫고 극복해나가는 과정과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천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결승점이 될 수 없다는 거죠. 프리먼과 안톤의 수영대결은 인간의 의지가 운명을 이기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프리먼은 부적격자로 태어났지만 우주비행사에 대한 꿈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이다. - 콜롬비아 픽쳐스 제공
프리먼은 부적격자로 태어났지만 우주비행사에 대한 꿈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이다. - 콜롬비아 픽쳐스 제공

바다 한 가운데서 시합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던 프리먼은 위기에 처한 안톤을 구해내고 시합에서 이기게 된다. 성인이 된 프리먼이 또다시 수영시합을 이기며 “나는 되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다고. 아무리 좋은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더라도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는 한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노력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할 때, 유전인자와 같은 선천적 요인들을 좋게 타고난 사람들이 보다 유리한 출발점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죠. 저는 인간의 능력 형성에 있어 유전정보는 하나의 잠재적 요소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도 유전적 정보를 통해 예상과 예측을 할 뿐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죠.”


이 연구위원은 우성인자의 극치로 태어난 제롬 유진 모로우라는 입체적 인물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프리먼에게 자신의 신분을 주고 자살을 택한 제롬은 미래시대에 우성인자로 개량된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제롬이 죽기 전 프리먼에게 ‘너는 나에게 꿈을 줬다’는 말을 남기는데요. 유전적으로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삶을 시작한 수영선수였지만 사고로 불구가 된 제롬. 그가 프리먼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본인도 꿈을 갖게 됐다고 말하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우성인자만으로는 완벽해질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롬은 우월한 인간으로 타고났기에 이루고 싶은 꿈을 잃어버렸을 지도 모르죠. 본인은 가지지 못했지만 꿈을 이루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프리먼에게 동경과 고마움을 느꼈을 것 같아요.”

 

생명과학기술의 미래사회, 인간 존엄성 우선되어야

 

영화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발바닥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질병 가능성, 직업, 수명까지 예측한다. 정말 유전자만으로 이 모든 정보를 예측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한 사람의 유전정보를 얻는 것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라며 “만일 영화 속에서처럼 유전자를 판독해 잠재된 능력까지 포함한 정보들을 종이 한 장으로 알 수 있다면, 호기심 때문에라도 그 결과가 궁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유전 정보만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몇몇 특성들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할 것 같아요. 개인의 유전정보가 본인만 열람가능하고 유출되지 않는다는 상황을 전제했을 때, 제가 느껴온 저라는 사람이 실제 유전자 정보 판독을 통해 보여주는 사람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비교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예상 수명이나 질병에 걸릴 가능성은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그걸 알게 되는 순간 걱정이 생길 것이고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려울 것 같거든요(웃음).”

영화 가타카가 보여준 미래사회에서는 피 한 방울로 모든 유전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포스터에 부적격자 프리먼과 우성인자인 아이린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그 사이로 유전자를 보여주는 세포, 프리먼의 꿈인 토성 비행이 묘하게 겹쳐져 있다. - 콜롬비아 픽쳐스 제공
영화 가타카가 보여준 미래사회에서는 피 한 방울로 모든 유전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포스터에 부적격자 프리먼과 우성인자인 아이린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그 사이로 유전자를 보여주는 세포, 프리먼의 꿈인 토성 비행이 묘하게 겹쳐져 있다. - 콜롬비아 픽쳐스 제공

 

 

모든 과학기술의 시작이 그렇듯, 유전자 교정 기술 역시 인류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가타카 외에도 ‘닥터 모로의 DNA’, ‘스플라이스’ 등 유전자 조작으로 벌어지는 암울한 상황을 그린 영화가 적지 않다.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는 영화들에는 ‘생명윤리’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 걸까?


“최근 영국 정부가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실험을 승인한 것을 보고, 언젠가는 이뤄졌을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유전자 교정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도들로 인해 만들어질 미래사회의 모습이 가타카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거죠. 과학자들은 유전자 교정이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고,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충분한 의견 교류가 필요하고, 유전자 교정 기술도 인간의 삶에 이로운 기술이 되도록 발전시켜야겠죠.”


이 연구위원은 생명윤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생기는 이유도 하나의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과 생각이 있다는 데 있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토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자세’라는 것을 강조했다.
 
광유전학 기술,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에 응용하고파

 

이 연구위원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허원도 그룹리더 연구팀에서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광유전학 기술은 빛으로 특정 단백질의 활성화를 조절,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부위의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지난해 빛으로 칼슘이온을 조절하고 기억력을 높이는 연구에 참여,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연구성과를 게재해 주목받기도 했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상규 연구위원은 지난해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연구성과로 크게 주목 받은 바 있다. - IBS 제공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상규 연구위원은 지난해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연구성과로 크게 주목 받은 바 있다. - IBS 제공

“광유전학 기술은 다양한 생명연구 분야에 응용 가능합니다. 암세포에 적용하면 암세포의 성장 억제 효과를 유도할 수 있고, 뇌세포에 적용하면 기억 형성 조절 원리를 연구하는데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바이오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특정 단백질의 기능변화가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과 같은 거시적인 인체능력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어내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이 연구위원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하면 질병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생명과학분야이니만큼 연구윤리적인 책임감도 크다.


“과학기술은 우리의 생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이 잠재적으로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항상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본 콘텐츠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온라인 뉴스레터 IBS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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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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