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태양’의 불꽃을 만든 과학자

2016.01.27 18:00

 

※ 편집자 주
국내 정부 과학기술 연구소 설립 50주년을 맞아 기획한 출연연 50주년 인터뷰 시리즈를 마칩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대한 꿈인 에너지 립국가의 역(력)사적 사명을 출하는 곳.”


거창하게 들리는 사행시를 자신있게 내놓은 이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서 반평생 핵융합을 연구해온 장두희 핵융합기술개발센터 책임연구원이다. 그가 언급한 ‘원대한 꿈’은 원자력연 연구원으로서의 꿈이기도 하지만 그만의 오래된 꿈이기도 하다.

 

● 무작정 핵융합 배우겠다고 졸라

 

“핵융합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열아홉, 더벅머리 소년이었던 그가 대학 면접장에서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에게 당차게 밝힌 포부다. 30여 년이 지나 그는 ‘한국형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차세대 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가열장치를 만들어 낸 과학자가 됐다.

 

장 연구원의 핵융합 연구 이야기를 듣기 위해 19일 대전시 유성구 인근의 한 중식당 ‘만차이’를 찾았다. 특별한 날이면 들른다는 이곳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장두희 책임연구원 - 대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제공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핵융합 연구를 평생 꿈으로 삼은 장두희
책임연구원. - 사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야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어요. 3학년 2학기 때였나, 학교에 교수님 한 분이 새로 오셨거든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핵융합을 전공한 참 똑똑한 젊은 교수님이셨죠. ‘이분을 꼭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핵융합을 배우겠다고 졸랐습니다.”

 

그때 사제의 연을 맺은 정규선 한양대 전기공학과 교수(당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핵융합의 기초가 되는 플라스마 공학 전문가였다.

 

학부생으로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간 그는 연구실 바닥 청소부터 시작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어깨너머로 선배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후 장 연구원은 정 교수의 권유로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이와 동시에 원자력연에서 국산 핵융합로 ‘KT-1’의 토카막형 장치를 연구하게 됐다. 핵융합 연구를 꿈꾸던 장 연구원에게 정 교수는 꿈을 현실로 이어준 은사인 셈이다.

 

장 연구원은 “당시 함께 연구실에 있던 선배들은 플라스마를 전공해 산업 분야로 많이 진출했다”며 “교수님 제자 중에 지금까지도 핵융합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없다”고 말했다.

 

산업에 바로 쓸 수 있는 응용분야가 아니라 갈 길이 먼 핵융합 연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지구에 태양을 옮겨 놓는다는 말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핵융합을 연구하는 모든 이의 목표랍니다. 순수한 수소를 확보하고 열에 견딜 수 있는 융합로를 만들고, 완벽한 진공을 만드는 것이죠. 지금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목표에 가능한 근접하도록 연구하는 것이 우리세대 과학자들의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성입자빔 가열장치 개발을 위해 만든 시험장치(NBTS). 맨 위에 서있는 이가 장두희 책임연구원이다. - 원자력연구원 제공
중성입자빔 가열장치 개발을 위해 만든 시험장치(NBTS). 장두희 책임연구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시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핵융합 연구 외길 걸어 ‘세계기록’을 세우다

 

1995년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출범한 뒤에도 그는 원자력연에서 핵융합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당시 연구하던 분야인 토카막 융합로의 ‘중성입자빔’ 가열장치 연구에 매진한 것이다.

 

핵융합 연구에 대한 그의 열망은 1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다. 2007년 그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중성입자빔 가열장치를 300초 동안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일본이 세운 123초였다.

 

그는 “보통 가열장치를 100초 이상 유지하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일본 연구팀이 원자력연의 실험장비(NBTS)와 기술지원으로 차세대 토카막 가열장치의 검증 실험을 성공하기도 했다”며 으쓱했다.

 

이는 기술 선진국인 일본이 핵융합연구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 와서 새로운 기술을 검증할 만큼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그가 만든 가열장치는 2009년 KSTAR에 설치된 데 이어, 2010년부터 정상 운전을 시작해 이제는 핵융합로에서의 가동시간 300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핵융합 연구에서도 원자력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기에너지 생산 능력을 검증하는 핵융합실증로(K-DEMO) 건설과 운영 과정에는 원자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와 중복되는 요소 기술들이 상당히 많이 중첩되기 때문입니다. 또 핵융합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중성자에 대한 연구도 그동안 관련 연구를 해왔던 원자력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20여년 간 오롯이 핵융합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장 연구원에게 어느 때 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덕담 한마디를 부탁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이익이나 결과에 너무 집착하면 그 속에 숨어있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거든요. 현실이 어렵더라도 차분하게 훗날을 기다리면서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 나가면 분명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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