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등돌린 사람,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2016.01.26 15:00

실제 사람의 성격과 능력이 얼마나 변하는 지와 상관 없이, 당신은 사람의 성격, 능력 등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는다고 믿는가? 사람의 성격과 능력 등이 노력에 따라 변한다고 믿는 것을 증진 이론(incremental theory)이라고 하고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을 실체 이론(entity theory)이라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질 수도 있는 ‘믿음’이 뭐 중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믿음은 종종 우리의 행동을 가이드하고 특정 결과를 예견하기 때문에 실은 꽤 중요하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 등의 연구에 의하면 지능은 정해져 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지능이 변한다고 믿는 사람들에 비해, 실제 IQ가 같아도, 문제가 조금 어려워지면 같은 문제도 더 어렵게 느끼고 빨리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에 부딪혀보기 전에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믿음의 장벽에 먼저 부딪히는 것이다.


보통 어떤 일이 어렵다고 생각되면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잘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어차피 안 된다’류의 믿음에 부딪히게 되면 사람들은 되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연습도 하지 않는 등 손을 더 놓게 된다. 노력 자체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낭비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정말 못하게 되곤 한다. 이렇게 해도 안 된다는 믿음은 즉각적인 포기와 노력 중지를 통해 그 예언을 실현하곤 한다.

 

 

사람이 변한단 믿음과 관계 - pixabay 제공
사람이 변한단 믿음과 관계 - pixabay 제공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안 되는 관계는 나아질 수 없다는 믿음, 즉 한 번 나빠진 관계는 되돌릴 수 없다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인간 관계에서 얼마든지 서로 성장하고 잘 맞춰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비해 사람을 더 빨리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은 갈등에도 저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이 관계는 틀렸다며 등을 돌려 버리고 만다. 물론 때론 그것이 현명한 판단일 때도 있지만, 갈등이 없는 관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급한’ 등돌림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이나 희생을 덜 하고 사람들에게 쉽게 화를 낸다는 연구도 있었다.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PSPB)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상처가 비교적 오래 가고 한 번 일어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여겨 상처를 잘 극복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느끼고, 하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좌절은 더 많이 하고, 상처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학자들은 가능하다면 자신이나 타인이나 사람은 어느 정도는 변할 수 있으며 관계 또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 한다. 이를 관계에 대한 성장론적인 관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게 어느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듯이 타인에게도 발전의 여지가 있고 인간관계 또한 그럴 가능성, 한 번 믿어보면 어떨까?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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