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 전에도 대규모 학살 있었다

2016.01.24 18: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20일 자 ‘네이처’ 표지에는 선사시대 한 남성의 두개골 화석이 담겼다. 표지 속 두개골은 둔탁한 물체에 부딪혀 파손된 것처럼 보인다. 의도적인 폭력인 걸까.

 

아프리카 케냐의 나타루크 지역에서 발견된 이 유골은 ‘인류 최초의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이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로버트 폴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팀은 케냐 투르카나 호수 인근 나타루크 지역에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 1만 년 전 수렵-채집인 유골 27구를 발견했다고 이번 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중 유골 중 12구를 발굴해 분석한 결과, 10구에서 폭력으로 인한 사망임을 알 수 있는 증거를 발견했다. 두개골이 둔기에 맞아 부서지거나, 갈비뼈가 나무막대와 같은 딱딱한 물체에 맞은 것처럼 골절돼 있었다. 칼이나 화살 등이 목이나 머리에 박힌 유골도 있었다.

 

나머지 2구에서는 사망 시점 근처에 가해진 것으로 보이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들 역시 사망 당시 팔과 손의 위치를 고려하면 죽기 직전까지 손이 묶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유골은 인류의 폭력 행위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연구팀은 9500~1만500년 전 학살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시기는 이 지역이 풍부한 물과 농작물 등으로 비옥했던 때다.

 

폴리 교수는 “유골 발굴지가 투르카나 호수 인근이라는 점에서 풍족한 땅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던 중 학살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냐 나타루크 지역에서 발굴된 한 남성의 유골. 목에 창이나 화살의 촉으로 추정되는 뾰족한 물체가 박혀 있다. - 네이처 제공
케냐 나타루크 지역에서 발굴된 한 남성의 유골. 목에 창이나 화살의 촉으로 추정되는 뾰족한 물체가 박혀 있다. - 네이처 제공

연구팀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해 있었다는 증거로 화살촉에 주목했다. 화살촉을 만드는 데 쓰인 흑요석이 나타루크 지역에서는 드문 암석이었기 때문이다. 부족 생활을 하던 선사시대 수렵-채집인들의 경우 한 집단 내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피해자들은 매장되지 않았고, 인근 호수에 버려지거나 폭행된 지점에서 죽도록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적인 살인임을 엿볼 수 있는 증거다. 연구팀은 유골 근처에서 작은 돌칼 1개와 부싯돌 2개도 발견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마르타 미라존 라흐르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류진화연구센터장은 “매장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영토를 확장하거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폭력을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골 중에는 최소 8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이 6명도 포함돼 있었다. 그 중 임신한 여성을 포함한 4명은 살해되기 전 손과 발이 서로 묶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여성은 왼쪽 발과 무릎이 골절돼 있었다. 연구팀은 유골 27구가 한 가족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폴리 교수는 “나타루크 유골은 선사시대 유목민들도 오랜 기간 전쟁을 벌여왔다는 증거”라며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잔인한 폭력과 전쟁을 감행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폭력성 역시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성임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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