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마음 표현하는 게 좋을까?

2016.01.20 10:20

사회적 동물에게 갈등은 어렵다.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모임에서 술이나 특정 음식을 조절을 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뿌리치고 건강을 버리기도 하며, 짜장면을 먹고 싶어도 모두가 짬뽕을 시킨다면 짬뽕에 묻어가곤 한다.

 

사회적 동물이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느냐는 ‘밀그램의 복종 실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통의 선한 사람(실험 참가자)들은 단지 하얀 옷을 입은 정체 불명의,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실험자(=연구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게 어려워서 그들이 시키는 데로 따른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약 70%의 사람들이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생전 처음 보는 타인(실은 연기자였다!)을 죽을 지경까지 전기고문 했다.

 

그러고 보면 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대단하지만 한편으론 제약도 많은 그런 동물이다. 여하튼 이렇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갈등을 싫어한다. 특히 성격적으로는 원만하거나 의무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갈등이 싫어서 이리저리 피해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 졌다.

 

이렇게 갈등이 싫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도 표현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몇몇 연구들에 의하면 오히려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관계에 더 큰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구자 Butler와 동료들(2003)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분노나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보게 한 후 다른 사람과 짝을 지어 대화를 하게 한다. 이때 한 조건의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고 이야기를 하게 하고, 한 조건의 사람들은 별 다른 지시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한다.

 

그랬더니, 대화 도중 감정을 억제한 사람들이 감정을 억제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혈압이 높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미있는 현상은 본인 뿐만 아니라, 감정을 억누른 채 이야기하는 사람과 대화한 ‘상대방’ 역시 감정의 표현이 있었던 경우에 비해 더 혈압 상승 폭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커플을 대상으로 한 비교적 최근 연구(Impett et al., 2012)에서는 평소에 상대방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 한 커플이 이야기 하지 않은 커플에 비해 이야기 한 본인의 행복도는 물론, 상대방의 행복도도 높았으며 헤어지려는 생각 또한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웠던 점은, 서운한 점이 많았어도 이를 충분히 소통해왔다면 서운한 일이 별로 없었던 커플과 비슷한 정도의 행복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서운함. 이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참아야 하나…? - pixabay 제공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서운함. 이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참아야 하나…? - pixabay 제공

 

 

이와 비슷하게, 최근의 한 연구(Gordon & Chen, 2015)에서도 갈등이 친밀한 관계에 흠집을 낼 때는 오직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라고 한다. 충분히 소통하고 있고 서로 잘 이해 받는다고 느낀 연인들 사이에서는 갈등의 유무가 관계의 질과 별 상관 없었다는 사실. 결국 소통할 의지가 있다면 갈등이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숨길수록 관계는 벌어지게 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관계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시작은 ‘서로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니 곧 갈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이해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서로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고 덮어버린 관계는 없는지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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