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야 엄마일까

2016.01.12 14:06

세상은 즐거움을 찾길 권하기보다 되려 고통을 권하기도 한다. 피로를 권할 뿐 아니라 ‘아프니까 ○○’라고 아프라고 한다. 그런 고통들은 어디에서 온 건지, 왜 견뎌야만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고 그냥 ‘원래’ 그렇게 사는 게 좋은 것이라고들 한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싫은 일은 딸려오기 마련이고 삶의 일정 부분은 고통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가급적 줄이고 함께 극복해야 할 것들이지 고통 자체를 미화하며 대대손손 물려주거나 그런 것도 해내지 못하냐며 비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엄마들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하나의 사람이기 이전에 ‘엄마라면 ○○해야만 한다’라는 답을 정해두고 그 족쇄에 엄마들을 몰아넣는다.

 

SBS스페셜의 신년특집 ‘엄마의 전쟁’은 엄마가 한 사람으로서의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 SBS 제공
SBS스페셜의 신년특집 ‘엄마의 전쟁’은 엄마가 한 사람으로서의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 SBS 제공


출산에 대한 강요부터 자연 분만, 모유수유 등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되는 영역에 대해 온 사회가 지나치게 간섭하며 압력을 넣는다. 출산 이후 커리어에 대해서도 엄마라면 당연히 희생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이야기하며 한 개인을 ‘좋은 엄마’ 또는 ‘나쁜 엄마’로 취급할 뿐, 행복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삶을 살 권리가 있는 한 개인으로서 존중하지 않는다. 마치 보통 인간 외의 엄마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있는 것마냥 특별 취급한다. ‘너는 엄마니까..’ 라며.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PSP)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실제로 ‘아빠’에 비해 엄마를 더 깊고 더 영속적이며 더 ‘실제적인’ 카테고리로 취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같은 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보다 엄마를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여성들에게 양육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엄마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엄마가 불행할 때 아이도 불행해지기 쉬움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


일례로 엄마에게, 양육자에게 ‘자신의 삶’이 있을 때 아이들도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저널 (Plos On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자식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모일수록' 자식을 통해 만족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높았다고 한다. 억눌러진 욕망은 뒤틀린 방향으로 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즉 자신의 삶을 가지지 못한 불행한 양육자가 자식과 오랜 시간 붙어있는다고 해서 좋은 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양육자의, 사회의 직무유기가 고집하는 잘못된 환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머니의 희생을 찬양하며 ‘날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류의 눈물 겨운 서사는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 희생은 그만하시고 어머니의 삶을 사세요. 행복해지세요’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흑흑' 이러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다. 아픈 엄마를 안 아프게 해 주는 게 아니라 '아프니까 엄마다' 그러니까 계속 아프세요 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엄마하면 안 되는 걸까?


‘자발적인’ 희생은 아름답지만, ‘타의’에 의한 희생은 착취다. 어떤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희생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가족이 다수를 위해 누군가의 귀한 인생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식으로 이뤄져 왔다고 해서 앞으로의 가족도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옳은’ 방향을 찾아 나설 권리와 지혜가 있다고 믿는다.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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