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1988년 그 시절의 모든 전자 제품을 빨아들인 스마트폰

2015.12.26 19:30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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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한창 스토리의 최고점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총 20화 중 오늘 15화가 나갈 예정입니다. 덕선과 정환, 택의 삼각 관계의 긴장이 점점 높아지고 정봉과 미옥의 러브 라인 진전, 택이 아빠와 감정이 깊어지는 엄마에 대한 선우의 복잡한 심정 등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제 곧 스토리가 절정에 올랐다가 해결되면서 누가 덕선의 남편인지 밝혀지겠지요.

 

‘응팔’은 1988년 전후 시절의 추억을 밑재료로 가족 간의 사랑과 성인의 문턱에 선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훈훈한 드라마입니다.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랐던 그 시절을 돌아보며 변하지 않는 사랑과 성장, 우정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영감을 받아(라고 쓰고 ‘대세에 얹혀가기 위해서’라고 읽는다) 연재되는 이 시리즈도 1988년과 2015년을 잇는 약 30년 동안 IT와 기술 분야의 변화와, 그로 인한 삶의 변화, 그리고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1988년은 우리나라에 중산층이 자리잡고 전자제품 등 현대 문명의 이기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컬러TV, 전화기, 카메라, 오디오 기기, 게임 등이 모두 이 시기에 보급됐습니다. 오늘날 국내 전자, 가전, 통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이 시기에 성장의 자양분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 금성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회사들이 서구와 일본의 시장 변화를 따라가며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국내 시장에 뿌리는 한편, 열심히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던 시기였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싸구려 이미지로 괄시받던 이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TV, 휴대폰, 생활 가전 시장의 강자로 떠오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기술 문명의 원형을 이미 1988년에 볼 수 있지만, 그같은 원형을 둘러싼 외형은 알아보기 힘들만큼 변했습니다. 2015년 현재 무엇보다 큰 변화는 드라마에 등장한 1988년 당시의 전자 제품 대다수가 단 하나의 기기에 흡수됐다는 것입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Fflickr(LG전자) 제공
Fflickr(LG전자) 제공

 

● TV, 영상 매체의 왕좌에서 내려올까?

 

TV는 그래도 스마트폰 시대에 여전히 자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기입니다. 아직도 대부분 가정의 거실 한가운데는 거대한 평판 TV가 놓여 가족 여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 보급과 함께 TV는 브라운관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면 크기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화질도 풀HD와 UHD 수준으로 좋아졌고요. 스포츠와 영화 등 스펙타클한 영상은 대형 TV로 봐야 제맛이죠. 또 아무 생각 없이 거실 소파에 기대 앉아 보는 ‘린백’ (lean back) 콘텐츠에는 TV가 제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TV 역시 유일무이한 가정 내 영상 기기의 지위는 스마트폰에 빼앗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의 눈치를 보며 부모님과 채널 다툼을 할 필요 없는 개인 방송의 수요는 생각보다 컸고, 화면은 작아도 온전히 개인적인 성격의 스마트폰이 관련 시장을 가져갔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2005년에 이미 국내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 및 위성 DMB가 시작됐습니다. 휴대폰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본다는 외형은 같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상파 DMB는 지상파 방송 전파를, 위성 DMB는 위성을 사용하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었습니다.

 

DMB는 높은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광고 수익으로 인해 결코 수익성을 내는 산업으로 자리잡지는 못 했습니다. 2009년 국내에도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DMB의 몰락은 더 빨라집니다. 스마트폰이 들어오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도입과 초고속 LTE망 구축으로 모바일 환경에서도 동영상을 보기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으로는 DMB 방송을 수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 빈 자리를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고품질 콘텐츠보다는 개인 및 소규모 제작자들이 올린 방송이 대세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생방송을 하고 친구들이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는 앱 페리스코프. 최근 트위터에 인수됐다. - 페리스코프 제공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생방송을 하고 친구들이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는 앱 페리스코프. 최근 트위터에 인수됐다. - 페리스코프 제공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는 우왕좌왕하다 뒤늦게 모바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방송사들은 연합해 공통의 모바일 방송 앱을 내놓았고, 통신사들은 자사 IPTV를 모바일로 서비스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기존 방송 산업을 해체한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이제 TV는 스마트폰처럼 앱을 설치해 사용자 입맛에 따라 방송과 인터넷 환경을 오가며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 음악 감상과 유통의 허브 스마트폰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한 청춘의 상징은 워크맨과 MTV였습니다. 음악을 듣는 기기와 음악을 얻는 미디어가 당대 문화의 대표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죠. 음악 소비 역시 스마트폰에 그대로 흡수됐습니다. 2001년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으며 디지털 음악 기기 시장을 평정해 버립니다. 이어 아이팟 기능을 그대로 가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음악 감상의 중심 역시 스마트폰으로 바뀝니다.

 

[응답하라 1988] 1988년 그 시절의 모든 전자 제품을 빨아들인 스마트폰 -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MP3 파일을 넣어 듣거나 아예 월정액 스트리밍 방식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이용해 어디서나 마음대로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무선 인터넷 환경이 점점 좋아지면서 다운로드 방식보다 스트리밍 방식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월 5000원 안팎의 비용으로 스트리밍 방식으로 무제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은 듣고 흘려버리는 일회성 소비재의 성격이 더 강해졌습니다. 음원 단가는 낮아졌고 가수와 창작자는 음악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사진기는... 아이폰

 

얼마 전 세계적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는 어느 기기로 찍은 사진이 제일 많이 플리커에 공유됐는지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1~6위까지 모두 아이폰 제품군이었습니다. 플리커에 등록된 전체 사진의 39%가 아이폰과 갤럭시 제품군으로 촬영된 사진들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얼마나 사진기의 영역을 빼앗아 갔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나 친구와의 즐거운 파티 풍경 등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습니다. DSLR 같은 전통적 카메라는 소수의 전문가들을 위한 장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매우 쓸만한 카메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항상 곁에 있기까지 합니다. 더구나 보정은 사진 편집 앱으로, 보관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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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은 새로운 닌텐도DS이다

 

닌텐도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적 추락을 겪어 왔습니다. 2011년 회계연도에는 3년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432억엔의 손실을 내며 30년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닌텐도의 주고객층인 캐주얼 게이머들이 대거 스마트폰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닌텐도는 지난 3월에 끝난 2014년 회계연도에야 흑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모바일 게임 회사 DeNA와 제휴, 그간의 고집을 꺾고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닌텐도DS입니다. 온라인게임도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도 모두 시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게임이 2013년에는 20% 역성장, 2014년에는 1.7% 성장에 그쳤습니다. 반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2배 이상 커졌습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 게임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 자체의 퀄리티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닌텐도DS - wikimedia commons 제공
닌텐도DS - wikimedia commons 제공

 

● 통신은 어디로?

 

전화는 더 말할 필요 없겠죠? 휴대폰 등장 이후 유선전화와 공중전화, 삐삐가 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문자메시지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음성 통화 자체도 사라지고 있다고 봐야죠. 통신사는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 스마트폰으로는 빨래를 할 수 없다

 

드라마에는 등장했지만 이 기사 시리즈에서 다루지 못 한 아이템으로 비디오 카메라와 세탁기도 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는 2000년대 들어 ‘캠코더’ 시장을 형성했지만 결코 부담없는 수준으로 가격대가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모바일 인터넷 환경도 동영상을 처리하기에는 아직 미비했고요. 결국 캠코더는 디지털 카메라의 동영상 녹화 기능과 경쟁하다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가전 제품 중에서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빨래를 하거나 폰 안에 음식을 넣을 수 없으니 당연한 얘기겠지요.

 

사실 세탁기는 인터넷보다 더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발명품이란 평가까지 듣는 제품입니다. 빨래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어 많은 여성들을 가사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여성의 경제 진출을 촉진해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까지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는 세탁조와 탈수조가 나란히 달린 이조식 세탁기가 잠깐 등장했습니다. 이후 위로 뚜껑을 열어 빨래를 넣는 세탁기가 등장했고 2000년대 이후 앞으로 빨래를 넣는 드럼 세탁기도 나왔습니다. 세탁조를 돌리는 방식도 다양하게 개발됐고, 이불 빨래, 어린이옷 빨래 등 현대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기능을 선보이며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대우일렉 제공
대우일렉트로닉스 제공

냉장고 역시 점점 용량이 커지다 양문형 냉장고까지 나왔고, ‘세컨 냉장고’ 격인 김치 냉장고도 이미 전국 모든 가정에 보급됐습니다. 최근에는 얼음 정수기나 홈바를 설치하는 등 변화된 아니프 스타일에 밎춰 진화 중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세탁기와 같죠.

 

지난 30년 사이 미디어와 관련된 제품이 스마트폰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물리적 실체를 가진 일을 하는 제품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냉장고나 세탁기를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홈네트워크이고, 사물인터넷(IoT)입니다. 아직까지는 이거다라고 할만한 성공 사례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사물들을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는 작업의 성패가 앞으로 30년의 기술 변화, 그리고 삶의 변화를 주도할 것입니다. 지난 30년 변화의 핵심이 미디어를 ‘비트'로 바꿔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손 안에 모아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실물, 즉 ‘아톰'의 세계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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