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무섭지 않아요 ② : 보온력 측정의 비밀] 인간 대신할 ‘서멀마네킹’이라 전해라~

2015.12.16 18:00

 

서울대 패션신소재연구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서울대 패션신소재연구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서멀마네킹’. 의류의 보온력, 흡습성 등 기능 측정에 사용한다. - 염재윤 기자 dsjy@donga.com 

 

실험용 챔버(Chamber) 안으로 영화 ‘터미네이터’의 액체금속 로봇 ‘T-1000’을 연상케 하는 회색 빛 실루엣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표면을 만지자 사람 체온만큼 따뜻하고 매끈하다. 키 175㎝의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진 이 마네킹은 각종 의류의 보온력과 흡습성을 측정하는 특수 마네킹인 ‘서멀마네킹’이다. ‘몸값’만 3억5000만 원이 넘는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서멀마네킹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무버블 스웨팅 서멀 마네킹(Moveable sweating thermal mannequin)’이고, 이름처럼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고 마네킹 표면의 ‘땀구멍’을 통해 물을 흘려보내 땀을 흘리게 할 수도 있죠.”

 

황수경 서울대 패션신소재연구센터 평가분석팀장의 설명에 따라 의류 보온력 측정을 책임지는 서멀마네킹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 20개 부위에 센서 붙여 온도, 습도 측정

 

서멀마네킹은 마네킹에 열을 공급해 온도를 체온에 가까운 34~35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가슴, 등, 팔, 다리 등 20개 부위에는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해 부위별로 보온력을 측정할 수 있다. 보온력은 마네킹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전기에너지(W, 와트)로 측정한다.

 

보온력의 단위는 클로(clo)로, 1클로는 21도, 습도 50%의 환경에서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않는 안정적인 상태를 뜻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고 해서 마네킹의 보온력이 0클로는 아니다. 옷을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0.5~0.7클로의 보온력이 측정된다. 마네킹 피부 표면에 형성되는 미세한 공기층 때문이다. 이는 사람 피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체 보온력은 표면 공기층의 보온력과 의복과 마네킹 사이 공기층의 보온력을 모두 더한 값이다. - 염재윤 기자 dsjy@donga.com 제공
전체 보온력은 두 공기층의 보온력을 모두 더한 값이다. - 염재윤 기자 dsjy@donga.com 제공

여기에 옷을 입히면 사람이나 마네킹 표면과 옷 사이에 한 층, 옷의 표면에 또 한 층의 공기층이 만들어진다. 이때 측정되는 보온력을 ‘전체 보온력’이라 부른다.

 

전체 보온력에서 맨몸 상태의 마네킹에서 측정된 보온력을 빼 ‘유효 보온력’, 즉 옷 자체의 보온력을 계산할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마네킹에 입히자 마네킹이 소비하는 전기에너지가 감소하면서 전체 보온력이 화면에 표시됐다.

 

처음에는 약 0.7클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높아져 약 0.9클로로 측정됐다. 황 팀장은 “의복과의 열평형, 주변 환경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1시간쯤 지나야 정확한 보온력을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멀마네킹은 실시간으로 각 부위별 온도(왼쪽), 보온력(가운데)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기자의 모직 코트를 입히자 마네킹이 소비하는 전기에너지가 감소했다, (오른쪽) - 염재윤 기자 dsjy@donga.com 제공
서멀마네킹은 실시간으로 각 부위별 온도(왼쪽)와 보온력(가운데)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입고 있던 모직 코트를 벗어 서멀마네킹에 입히자 마네킹이 소비하는 전기에너지가 줄어들었다 (오른쪽). - 염재윤 기자 dsjy@donga.com 

 

서멀마네킹은 ‘무버블(Moveable)’이라는 말처럼 앉고 눕고 걷게 만들 수 있다. 착용 자세에 따른 보온력이나 운동 시 보온력 변화, 등산용 침낭의 보온력 측정 등 다양한 상태에서 보온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스웨팅(Sweating)’ 기능이 있어 땀을 흘릴 때 운동복이나 발열내의의 성능도 측정할 수 있다. 얇은 천으로 된 전신 타이즈를 입히고 몸 곳곳에 있는 ‘땀구멍’으로 물을 흘려 몸 전체를 충분히 적신 뒤 그 위에 기능성 의류를 입혀 성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소재나 의류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서멀마네킹의 쓰임새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서멀마네킹에도 한계는 있다. 움직일 수는 있지만 걷는 동작이 기계적이고 인체 근육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힘들다. 황 팀장은 “사람은 움직임에 따라 의복과 몸 사이 공기층이 조금씩 변하는데 비해 서멀마네킹은 이 부분이 다소 미흡하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이 실제로 착용하는 실험과 서멀마네킹 실험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21도-50% 맞춘 특수 챔버에서 실험

 

마네킹이 들어있는 실험용 챔버도 중요하다. 이 챔버는 마네킹이 서 있는 주변 환경의 온도,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공간이다. 한쪽에 설치된 살수 장치로 비가 내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의류의 보온력을 측정하는 일반 실험은 온도 21도, 습도 50% 정도의 조건에서 진행한다.

 

방한 의류라면 챔버를 영하로 만든 뒤 서멀마네킹을 넣고 측정해야 하지 않을까. 황 팀장은 “보온력을 측정하고 계산하는 수식과 기준은 국제표준(ISO)과 한국표준(KS)에 정해져 있어 굳이 낮은 온도에서 측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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