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 봐서 아는데~”의 함정

2015.12.15 15:17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2] 벼는 정말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내가 담배 조…, 아니 껌 좀 씹어 봐서 아는데~” 정말 껌을 제대로 씹어봤다면 이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내가 담배 조…, 아니 껌 좀 씹어 봐서 아는데~” 정말 껌을 제대로 씹어봤다면 이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2015년을 마무리하며, 여러 모임을 갖게 된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는 모임 자리에서 종종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라며 자신의 경험을 우쭐하게 자랑하곤 한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것이든 조금만 경험을 하고 나면 금방 으쓱하며 남에게 쉽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만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꼰대가 되어가곤 한다.


하지만 타인이 원치 않는 조언을 휘두르는 대신 실제로 도움이 되기라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마저도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유명한 더닝-크루거 이펙트(이 현상을 발견한 학자 두 명의 이름이다)에 의하면 어떤 분야에 대해 잘 모를수록 자신감이 높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무엇을 ‘조금’만 해 보아서 사실 잘은 모를 경우 자신이 뭘, 얼마나 모르는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쌓을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고 자기에게 쉬운 건 남들도 쉬울 거라 생각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이 비교적 줄어든다고 한다. 조금 해봐서 안다며 우쭐한 상태라면 그건 근거 없이 부풀려진 자신감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설령 경험이 많고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성은 존재한다. 지식은 풍부할지 모르나 그 일을 처음 대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어떤 일에 대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처음 겪게 될 사람들을 잘 이해할 거 같다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심리학자 Campbell과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반대의 현상이 관찰된다고 한다. 특정 나쁜 경험이나 좋은 경험에 자주 반복되어 노출된 사람들은 (반복적인 농담이나 소음 등) 거기에 '익숙'해져버려서 그걸 처음 겪는 사람들이 느낄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가 남을 이해하는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나는 이랬어'라는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경험이 너무 많으면 감각적으로 무뎌지게 된다, 그리고 이미 무뎌진 자신의 경험에만 기초하여 '남들은 다를 수도 있어'를 생각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같은 문제를 수십 번 풀어 봐서 본인에게는 쉬운 문제가 아이들에게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비슷한 예다.


앞서 언급했듯 사람의 마음을 읽는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의 프로세스는 우선 '내가 이랬으니 남들도 그럴 거야' 라는 나이브한 가정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불안한 출발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느냐를 가르는 것은 '잠깐 근데 이 사람은 나랑 다를 수도 있잖아'라는 수정작업을 거치는가의 여부이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바로 이 수정 작업에서 나타남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느낀 것이 곧 남이 느낀 것이란 공식을 끝까지 미는 반면 (네 살 이전의 아이들은 나의 느낌과 타인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어른들은 '어 잠깐'을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것의 핵심은 '그는 나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즉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나와 상대의 생각, 느낌, 경험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단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계속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수준을 잘 아는 것의 핵심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내가 많이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좀 해 봐서 아는데~”는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

 

▶ 필자소개 : 지뇽뇽 ◀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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