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 호랑이는 일제강점기에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2015.12.15 11:52
2015년 12월 16일 개봉하는 영화 ‘대호’ 조선에 마지막 남은 호랑이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 &credit 제공 제공
2015년 12월 16일 개봉하는 영화 ‘대호’ 조선에 마지막 남은 호랑이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 &credit 제공 제공

 

<편집자 주> 영화 ‘대호’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리산에 살고 있던 마지막 호랑이를 잡으려는 일본군과 ‘산군(호랑이 중의 호랑이를 호칭하는 말)’을 지키려는 어느 사냥꾼(최민식)의 이야기입니다. ‘대호’ 덕분에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조선 시대에 살았던 호랑이의 삶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소식, 놓치지 마세요~!

 

영화 ‘대호’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한국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한국에서 호랑이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라졌을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영화 ‘대호’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한국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한국에서 호랑이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라졌을까.  - 과학동아 2013년 8월호, 전규만 그림

오늘날에는 멸종위기종의 개체수를 전국적으로 조사해 그 수가 얼마나, 어떻게 줄고 있는지 파악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수백 년 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그림과 기록을 통해서다. 고구려의 무용총이나 약수리 고분의 벽화에는 황급하게 쫓기는 호랑이, 말을 탄 채 활을 당기고 있는 무사, 사냥감을 모는 몰이꾼 그리고 사냥감을 운반하는 사람등이 다큐멘터리처럼 그려져 있다. 이는 당시 사람과 호랑이 또는 표범이 서로 활발히 접촉했음을 보여준다. ‘고려사’,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대동사목’, ‘탁지지’ 그리고 각종 문집에는 더욱 자세한 내용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각종 기록을 보면 호랑이는 조선시대까지도 한반도에 흔했다. 인적이 드문 산이 아니라 강가 수풀에서도 태연히 놀거나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태로 호랑이는 수천 년 동안 한반도에서 한민족과 더불어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호랑이를 전혀 볼 수 없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 호랑이의 몰락은 17세기 말부터

 

한반도에서는 호랑이를 의미하는 ‘호’자가 호랑이와 표범을 모두 의미할 때가 많았다.
우리말로 호랑이는 범, 갈범, 칡범 등으로 불렀고, 표범은 돈범으로 불렀다. ‘경국대전’의 포호조(호랑이 포획에 대한 항목)에도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가 포함돼 있다.

 

 

필자는 이런 기록을 통해 호랑이와 표범이 출현한 지역을 조사했다. 출현 공간을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가용공간)과 호랑이나 표범이 안정적으로 사는 공간(서식 공간), 그리고 이들 사이의 점이지대로 나누고 분포를 비교했는데, 결과가 흥미로웠다.

 

먼저 고려시대에서 17세기까지, 호랑이와 표범이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 출현하는 비율이 꾸준히 높아졌다. 반대로 호랑이가 원래 살던 공간(서식 공간)에서 만나는 비율은 크게 감소했다. 이것은 호랑이가 사람이 사는 곳에 다가갔다는 뜻이다. 농업 개발로 한반도의 많은 지역이 농경지로 바뀌었고, 새롭게 만들어진 촌락 주변은 땔감을 채취하는 공간이 됐다. 호랑이와 표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자꾸만 사람이 사는 곳 주위를 어슬렁거리게 됐다.

 

18~19세기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호랑이와 표범은 여전히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 많이 출현했지만, 서식 공간과 점이지대에서 출현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졌다. 하지만 호랑이와 표범의 서식지가 늘거나 개체수를 회복해서가 아니었다. 조선 왕조가 오래 이어지면서 왕족의 능침이 경기도 부근에 많아졌고, 이 지역이 봉금 지대(출입이나 접촉을 금지한 지대)로 지정돼 주변이 원시림이 됐다. 그 결과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서 호랑이를 만날 확률이 높아졌던 것뿐이다. 실제로 호환(호랑이를 만나 입은 피해)이 가장 많이 발생한 17세기 후반 이후, 호랑이와 표범의 수는 급속히 감소했다. 동시에 한반도 최상위 포식자는 호랑이에서 점차 늑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일제시기에는 이른바 ‘해수구제정책’으로 맹수를 잡아들였는데, 이때 포획된 맹수의 대부분이 늑대였다. 즉 일제시기에 호랑이는 거의 절멸에 가까운 상황을 맞았고, 이런 호랑이의 본격적인 ‘몰락’은 17세기 말부터 시작됐다.(☞ 다음편 보러 가기)

 

☞과학동아 원문 “조선 초기 호랑이는 물가에 살았다” 보러가기☜

 

<필자 소개>

김동진 전 서울대 수의대 BK부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강사이자 (사)한국범보전기금 인문학술이사, 인간동물문화연구회 공동연구원이다. 전 서울대 BK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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