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도구일 뿐, 달라져야 하는 건 교실”

2015.12.08 16:12

교육과 IT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IT는 교실이 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대전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영국교육기술박람회(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 이하 BETT)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부딪치는 교육자들과 IT기업의 이야기가 그득한 행사입니다
.
BETT는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교육 현장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교육 박람회입니다. 필자가 11월 17~1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에서 취재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영국교육기술박람회(BETT) 아시아 2015 참관기①]‘사회악’ IT가 학교 교실로 들어가야하는 까닭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교육 시장의 새 키워드는 ‘분석’”

 

교실에 IT 기술이 접목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교육자들이 뿐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목적 중 하나는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21세기 교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에 대해 가장 열심 히 투자하고, 함께 고민하는 게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경쟁이나 영업의 장이 아니라 순수하게 교육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의 사회공헌이자, 당장 열리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끌어가야 하는지를 직접 연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BETT 아시아 2015’에도 스폰서를 맡은 MS를 비롯해 인텔, 어도비, MSI 같은 기업들이 부스와 키노트를 장식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서비스 소개에 열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 소프트웨어가 이런 기능이 있기 때문에 교실에 필요해요”라는 접근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갖고 있는 자원 내에서 교육 그 자체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이 교육 서밋의 숨어 있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교실의 변화에 기술적인 발전이나 제품이 따라붙지 않는 건 아닙니다. BETT에서 눈에 띈 기술 열쇳말은 ‘분석’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BETT의 기술 파트너사입니다. 학교에서 필요한 기술적 요소들을 채워주겠다는 것이지요.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의 ‘파워BI’를 교육에 접목하는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의 정보를 모으고, 이를 토대로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나 부족한 부분들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분석 정보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교사들의 주관에 따른 판단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MS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파워BI가 교실에 접목된다. 많은 기업들이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와 부족한 점을 꿰뚫어보는 데이터 분석이 교실 속 핵심 기술로 지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도 서드파티 기업들도 파워BI를 이용한 학사 분석 서비스를 많이 내놓았습니다. 분석은 결국 ‘학생 개개인에 최적화된 학습’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산업에서 BI(Business Inteligence)나 분석 같은 이야기를 해 왔지만 시원스럽게 성과가 나온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학교에 BI가 붙는 것은 괜찮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기업의 데이터 분석은 불확실성이 전제되지만 학교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패턴화되어 있습니다. 평가 기준만 제대로 잡힌다면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MS도, 교육자들도 현장에서 ‘어떤 컴퓨터가 좋고, 어떤 서비스가 교실에 딱 맞더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토니 살시토 MS 공공교육 총괄 부사장은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건 기회지, 컴퓨터의 모양이나 디스플레이의 크기 같은 건 나중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박재찬 대구 중앙중학교 교장은 “교육 현장의 핵심은 교실에 기기가 들아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21세기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역량과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컴퓨터적 사고나 협업, 커뮤니케이션 등 21세기 역량을 채우는 데에 당장 컴퓨터는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말 컴퓨터가 없어도 된다는 것보다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나눠주는 것이 디지털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마트 교육을 둔 도구로서의 컴퓨터와 목적으로서의 컴퓨터의 방향성 차이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좋은 도구들은 끊임 없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오피스365는 이제 오픈 플랫폼이 됐다. 여러 스타트업이 셰어포인트나 원노트 등 오피스365의 도구를 이용해 학사 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ICT는 도구일 뿐, 달라져야 하는 건 교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교육을 맡고 있는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과 인터뷰 기회를 가졌습니다. MS 역시 교육 현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지만 그 자체를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은 MS가 지난 16일 문을 연 교육 관련 커뮤니티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안에는 다양한 교실 커뮤니티 뿐 아니라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들어갑니다. 기존의 마인크래프트 방식이 아니라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를 이용해 명령어 기반의 코딩 환경을 만들어주고, 결과적으로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은 이를 두고 ‘교육에 용기를 북돋는 과정(encourage education)’이라고 짚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BETT 자체도 몇 년째 이어져 오는 행사고, 근래 그 안에서 이뤄지는 근본적인 고민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미리 나서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 교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건 역시 ‘용기’ 문제라는 게 BETT 행사 전체의 분위기였습니다. “진짜 바꿔 본 적이 있나”라는 겁니다.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닙니다.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은 디지털 교육이 분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안토니 살시토 MS 교육 총괄 부사장,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육 기회를 주는 게 최우선이고, 기기나 서비스는 나중 이야기다”

 

“교육과 인터넷은 분명 접근하고 있지만 두 가지 길로 분리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학교들이 IT를 목적으로 하는 테크놀로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리더들이 교과서를 디지털화하고, 교실에 무선랜 까는 게 디지털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스스로 고민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혼자 칸막이 책상에서 경쟁하며 공부하던 것에서 친구들과 협업하면서 답을 찾아가고, 대신 개개인의 성취도에 따른 맞춤형 학습이 뒤따라 주는 시스템이 올해 BETT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교육의 방향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교과서도 쓰고, 연필도 쓰지만 태블릿도 쓰고, 디지타이즈 펜도 쓰는 그런 교육입니다. 둘 다 공존하는 시대이고, 그런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는 겁니다.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갈 건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방향성은 이미 명확하기 때문이지요. 그 과정에서 교육자들, 정부, 그리고 기업들이 어떻게 역량을 채워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져지는 것이 이런 교육 서밋의 가장 큰 볼 거리입니다. 이미 21세기 역량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 됐고, 기술은 장소, 시간, 소득 등 기존 교육의 장벽들을 빠르게 허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 벽을 지탱하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때인 것 같습니다.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안토니 살시토 MS 교육 부사장(오른쪽)이 IT와 교육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 최호섭 제공

○안토니 살시토 MS 교육 부사장 일문일답
 

△교실 안의 변화가 생각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기술만을 두고 디바이스로 교실을 디지털화하는 게 교실 변화의 목표가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급하게 가지 않는다. 주도하는 것은 교육자들이다.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고, 단기적인 답이 아니라 교실의 변화를 위한 긴 여정을 이끌어 갈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고 있는 교육의 큰 주제는 무엇인가?

 

-학생 데이터 분석 분야다. 학생들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분석이다. 학업에 뒤처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뭘 채워줘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적절한 답을 찾아주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많은 데이터가 계속 생성된다. 이 데이터를 버리지 않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MS는 지난 해부터 학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준비해 왔다. 초기 단계지만 세계 여러 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드는 데이터는 수치로 잴 수 있는 정량 데이터 외에도 수치화할 수 있는 정성 데이터도 있다. 학교에서 쉽게 놓치는 능력들도 결국 정성 데이터인데 이를 어떻게 분석할 수 있나.

 

-형태보다 데이터를 넉넉하게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정보를 더 기본적인 단계부터 분석해 나갈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 기준을 만드는 교육자, 그리고 교장 등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창의력, 협업, 공부 방법 등 정량화하기 어려운 데이터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으로 공백을 메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 리서치 팀을 비롯해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교실에 디지털 도구가 들어가게 되면 결국 기기나 서비스 등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없지 않을텐데, 교육에 큰 투자가 쉽지 않은 신흥 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기술의 접근에 대한 국가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차이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교실 안의 변화를 도와줄 도구는 더 많아지고, 더 저렴해지고 있다. 사진을 다루기 위해 누구나 전문가 도구를 쓸 필요는 없다. 적절한 도구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이용하면 격차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곧 취업 시장으로도 연결된다. 요즘 구직난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하지만 구인과 구직의 갭은 심각한 문제다. 즉 구직하는 사람이 갖춘 능력과 기업이 원하는 조건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뤄가고 있는 신흥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성장과 발맞춰 체계적인 교육 발전으로 연결지을 필요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들을 채우는 교육으로 변화하면 된다. 오히려 경제 성장을 이루고, 시스템이 굳어진 국가들이 더 변하기 어려울 수 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