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초대형 교량이 불안하다

2015.12.07 11:37

[동아일보] 잇단 천재지변 사고로 인명피해에 국가물류 타격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로 본 실태


 

서해대교 케이블 손상 사고를 계기로 천재지변에 취약한 초대형 교량 등의 안전 관리 실태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목 기술의 발달로 전국 곳곳에 세워진 초대형 교량, 즉 ‘메가 브리지(Mega-bridge)’와 장대(長大) 터널에서 안개, 낙뢰 등의 영향으로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국가 물류망에 지장을 주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 길이 5km가 넘는 초대형 교량은 총 9개다. 인천대교(총 연장 18.38km)를 비롯해 부산 동서고가로(10.86km), 인천 부천고가교(7.75km), 부산 광안대교(7.42km), 서해대교(7.31km) 등이다.

인천대교는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핵심 교량이며, 서해대교는 충남 서부 지역과 경기도를 잇는 한반도 서쪽 교통의 대동맥이다. 국내 건설회사들은 초대형 교량 등을 건설한 노하우를 해외 수주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건설·GS건설이 쿠웨이트에 짓는 세계 최장(最長) 교량 ‘셰이크 자비르 코즈웨이’(총연장 48.57km)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교통, 물류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이들 구조물이 천재지변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해대교 사고는 낙뢰로 다리를 지탱하는 철근 케이블에서 불이 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2월 발생한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는 안개가 짙게 껴 가시거리가 10m에 불과했던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06년 10월 발생한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역시 짙은 안개가 원인이다. 41명이 숨져 세계 최악의 교통사고로 꼽히는 1999년 ‘스위스 몽블랑 터널 사고’도 총 연장 11km의 터널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대형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리는 허술한 실정이다. 감사원이 2011∼2013년에 ‘시설물 안전 관리 특별법’ 적용 대상인 도로, 철도, 교량, 터널 등을 점검한 결과 1만5408곳을 보수 및 보강해야 하는데도 이 중 2490곳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보수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1971개 교량에 대한 정밀 점검 및 안전진단 결과 전체의 14.2%인 279곳의 안전등급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 지구적 기상이변 등을 고려할 때 최근 늘고 있는 초대형 교량에 대한 안전진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초대형 시설물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국가 브랜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형준 건국대 교수(건축공학)는 “대형 시설의 정밀 안전진단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실제 구조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진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상 조건이 초대형 구조물의 안전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좀 더 정밀한 기상 관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은 이날 서해대교 화재가 처음 목격된 3일 오후 6시 전후로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재차 밝혔다. 박명석 명지대 교수(토목환경공학)는 “선진국처럼 대형 교량 등 중요한 시설의 기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고 이 장치의 데이터를 모니터링에 활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조은아·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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