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는 액션캠…국내 첫 파력발전기…착즙량 늘린 녹즙기

2015.12.04 09:52
국내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액션 캠코더. 자전거 손잡이 등에 감아 쉽게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바우드 제공
국내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액션 캠코더. 자전거 손잡이 등에 감아 쉽게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바우드 제공

국내 스타트업인 바우드는 이달 액션 캠코더(액션캠·몸이나 기구에 부착해 역동적인 모습을 찍는 카메라) ‘픽(PIC)’을 출시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자신의 야외활동 모습을 손쉽게 기록할 수 있는 액션캠이 인기다.

 

픽의 가장 큰 특징은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길쭉한 ‘다리’. 뱀 꼬리처럼 생긴 다리를 손으로 구부려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액션캠을 쉽게 고정할 수 있다. 가령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을 찍고 싶다면 자신의 발목 바로 위에 픽을 한 바퀴 감아 꼬기만 하면 고정된다.

 

편의성을 대폭 높인 덕분에 픽은 선주문만 16만 달러(약 1억8700만 원)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내년 1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개최를 앞두고 선정한 ‘CES 혁신상’ 수상자로도 뽑혔다.

 

● 액션캠부터 녹즙기까지 ‘슈퍼컴’이 숨은 공신

 

픽의 탄생에 숨은 공신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4호기다. 바우드 연구진은 잘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다리를 설계하면서 애를 먹었다.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유연한 대신 생각만큼 튼튼하지 않아 몇 번 사용하면 다리가 약해졌다. 하지만 매번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권영칠 바우드 공동대표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덕분에 동(銅)과 철을 각각 1.2mm, 1.5mm, 2mm 두께로 조정하며 6가지 경우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며 “소재를 당초 동(銅)에서 철로 바꿨고, 그 결과 내구성이 최대 12배 향상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력발전기를 개발해 9월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 설치를 마친 에너지 전문기업 인진도 슈퍼컴퓨터의 수혜자다. 파력발전기는 파도가 출렁일 때 생기는 힘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다. 파도가 흔들리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체가 위아래로 움직이고, 이때 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생기는 압력이 전기로 바뀐다.

 

인진 측은 부유체를 접시 모양으로 만들어 모든 방향으로 바닷물이 들락거릴 수 있도록 했다. 슈퍼컴퓨터로 부유체를 3차원(3D)으로 설계한 뒤 부유체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해 전기 생산량을 높였다. 파력발전기는 이달까지 시범 운영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하루에 135kW를 생산해 이 가운데 50kW를 한전에 전송할 예정이다. 이 정도면 매일 최소 1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녹즙기로 유명한 NUC전자도 슈퍼컴퓨터 덕을 톡톡히 봤다. 과일을 압착해 즙을 짜내는 스크루를 슈퍼컴퓨터로 설계해 착즙량을 크게 늘리면서 매출이 올랐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신규 직원을 20명 이상 채용했다. 올해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우수 중견기업 인증인 ‘월드클래스300’에도 선정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 4호기. 올 한 해에만 국내 42개 기업에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 기술을 지원했다. KISTI는 2017년 성능이 더욱 향상된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 4호기. 올 한 해에만 국내 42개 기업에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 기술을 지원했다. KISTI는 2017년 성능이 더욱 향상된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 2020년까지 3000개 기업 지원

 

국내에서 벤처나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는 KISTI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4호기가 유일하다. 올해 슈퍼컴퓨터 4호기가 지원한 기업은 총 42곳. 김재성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가상설계분석실장은 “슈퍼컴퓨터는 연산능력이 뛰어난 만큼 제품을 미리 컴퓨터로 설계해보는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에 강하다”며 “포르셰 등 고급 스포츠카 개발에도 슈퍼컴퓨터가 쓰인다”고 말했다.

 

KISTI는 2017년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해 기업 지원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 5호기의 연산속도는 25PFlops(페타플롭스·1PFlops는 초당 1000조 회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뜻)로 성능이 세계 톱클래스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중국의 ‘톈허(天河)-2’로 연산속도가 33.86PFlops다. 한선화 KISTI 원장은 “슈퍼컴퓨터 활용 효과가 큰 기계, 항공, 자동차 등의 산업체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기업 3000곳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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