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검증기관 견제장치가 없다

2013.05.30 10:17


[동아일보] 사흘 심사로 인증 ‘뚝딱’… 사후 검사도 3년간 ‘5쪽 서류’뿐
시험평가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가동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6곳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원전 안전관리 체계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원전 부품의 검증과 납품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일 오후에 전력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력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원전에 납품되는 부품의 성능을 검증하는 ‘기기 검증기관’은 이번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S사를 비롯해 7곳. 이 검증기관들은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기협회가 KEPIC 인증을 하기 위해 소요하는 심사 기간은 고작 3일이다.

KEPIC의 인증 유효 기간은 3년으로 이 기간에 검증기관은 5쪽 분량의 중간 점검표만 제출하면 인증이 유지된다. 유효기간에 검증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검증 결과를 감리할 한국전력기술과 원전 운영·관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 모두 검증기관의 감시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한전기술 측은 “원전 부품이 설계기준에 적합한지는 주로 서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검증기관이 작정하고 서류를 위조하면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수원은 “한전기술 측 감리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원전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S사가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원전의 내진(耐震) 검증도 맡았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한전기술 측은 “위조 사건을 계기로 내진 검증서도 다시 살펴봤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지만 원전을 둘러싼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부품이 제 기능을 하는지 여러 단계에 걸쳐 직접 시험해보는 등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력거래소는 30일 오후 2∼5시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해 최대 전력이 6300만 kW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력예보를 내놨다. 이 시간대의 예비전력은 300만 kW대 중반으로 전력수급경보 ‘관심’이 발령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부는 또 전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1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선택적 피크요금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택적 피크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료를 많이 부과하는 대신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전기료를 낮추는 제도다.

한편 불량 부품 사용으로 가동을 중단한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100만 kW급 원전 설비 3기가 11월 말까지 정지할 경우 한전은 전력 구입비로 2조7억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며 한수원은 매출액이 449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한수원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 시험기관인 S사 대표와 케이블 제조사인 J사 대표 등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모바일서비스 바로가기][☞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