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연구원이 된 동물들] 동물의 의사소통을 엿보다

2015.11.30 13:56

수천 년 전부터 인간과 동물들은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잡아먹거나 혹은 잡혀먹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이전과 전혀 다른 목적으로 동물들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생겼다. 바로 ‘동물추적(Animal Tracking)’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다. 위치만 조사하는 게 아니다. 동물을 통해 오지 환경까지 연구하고 있다.
 
[오지 연구원이 된 동물들]
1. AI 전파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

2.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알려주는 지구온난화
3. 동물의 의사소통을 엿보다

 

 

Rob Nelson 제공
Rob Nelson 제공

최근에는 추적장치를 이용해 동물의 의사소통방식을 연구하거나,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동물을 ‘연구원’으로 투입시키는 방식까지 시도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및생물학연구소 다미안 페린 박사팀은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아프리카 개코원숭이들이 이동할 때 어떻게 이동방향을 결정하는지 연구한 결과를 ‘사이언스’ 6월 19일자에 게재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개코원숭이처럼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동물 집단에서 무리의 의사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들이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복잡한 집단의 형성과정을 알기 위해 꼭 연구해야 한다.


페린 박사팀은 케냐 음팔라연구소에 있는 개코원숭이 25마리에 매초 위치를 기록하는 목걸이 형태의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 각 개체 사이의 거리를 시간에 따라 분석한 결과, 지도부 격인 특정 원숭이 몇 마리가 무리의 이동 방향 결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원숭이들은 이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무리 내에서의 계급이 높다고해서 이동 방향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다.


의사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도부 원숭이들이 향하는 방향의 각도 차이가 90° 이내였을 때에는 서로 타협해서 방향을 조정하지만, 차이가 90° 이상일 때는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이동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의견이 나뉠 경우 다수가 선택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무리가 우두머리 한 마리의 독재가 아니라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따라 움직이며, 다수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으로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내는 송신장치를 부착한 바다거북. - MARINESAVERS.COM 제공
인공위성으로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내는 송신장치를 부착한 바다거북. - MARINESAVERS.COM 제공

해양 분야에서는 동물이 조사원이다. 특히 고래와 바다표범 등의 생물에 원격송수신장치(텔레메트리)를 부착해 온난화로 나타나는 극지방의 환경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동물 연구원을 통해서 얻은 자료는 생각보다 정확하다. 약 30년 가까이 다양한 정보가 축적돼 왔을 뿐 아니라 연구에 투입된 개체수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바닷속 환경을 측정하기 때문에 해빙(海氷) 면적 등 공간적인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기도 쉽다.

 

회색바다표범이 달고 있는 장치는 동물 간 상호작용과 해양 환경 정보를 음향과 위성 신호로 송수신 할 수 있다. - D.LIDGARD 제공
회색바다표범이 달고 있는 장치는 동물 간 상호작용과 해양 환경 정보를 음향과 위성 신호로 송수신 할 수 있다. - D.LIDGARD 제공

스웨덴 스톡홀름대 파비앙 로케 박사팀은 국제 연구진이 10년 동안 바다표범 수백 마리에 원격송수신장치를 부착해서 얻은 남극해 일대의 깊이, 수온, 전기전도도 정보 16만500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평균 해빙 면적을 경도별로 추정할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무인측정자료와 비교했더니, 바다표범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가 28% 가량 더 정확했다.


해양동물 추적연구는 지난해에만 약 140건의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 등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동물추적연구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철새추적연구도 AI가 아니었다면 하기 어려웠을 정도다. 경제적인 이윤이나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면 연구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한승우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자국에 서식하는 모든 새들의 이동경로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새들의 이동경로는 대부분 일본 등 해외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등에 음향신호 송신기를 부착한 레몬상어와 해저에 고정된 신호 수신장치. - M.POTENSKI 제공
등에 음향신호 송신기를 부착한 레몬상어와 해저에 고정된 신호 수신장치. - M.POTENSKI 제공

안성천에 다녀온 뒤부터는 하늘을 나는 새나, 거리를 지나다니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예사롭지 않다. 저 녀석은 어디서 왔을까. 혹시 위치추적기를 달고 있지는 않을까. 동물들의 사생활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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