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송유근, 이제부터라도 ‘영재’ 아닌 ‘과학자’로 키우자

2015.11.25 19:02
변지민 기자
변지민 기자
최근 미국천문학회로부터 논문 철회 통지를 받은 송유근 군(17)은 어릴 때부터 언론에 오르내리며 ‘천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지도교수이자 멘토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송 군을 “슈퍼영재” 또는 “천재”라고 불렀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송 군은 영재로는 컸을지 몰라도 과학자로서는 갈 길이 멀다. 그의 첫 SCI 논문은 취소됐고, 박사학위 논문 통과도 위태롭게 됐다(관련기사 : 미국천문학회 “송유근 논문 철회”). 기자가 이번 사건을 취재하며 1주일간 만났던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고 평했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필연적인 결과라는 말이다.
 
송 군과 같은 분야의 천체물리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송 군이 그동안 뭘 연구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통의 석‧박사과정 학생이라면 학술대회나 세미나, 토론 등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게 자연스럽다. 여기서 1차적인 검증이 이뤄진다. 한 연구자는 “(학술적으로) 가차 없이 물어 뜯겨야 제대로 큰다”고 말했다.
 
허나 그간 워크샵이나 학회에서 송 군을 봤다는 동료과학자가 없다. 송 군이 연구하는 주제는 우리나라에 전문가가 많지 않다. 그나마도 지도교수와 단 둘이 연구실에서 지내느라 자신의 연구를 검증받을 기회를 상당수 놓쳤다. 기자는 지난 21일(토), 송 군을 만나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송 군은 기자를 앉혀놓고 논문에 동그라미를 쳐 가며 “이 부분이 내가 새로 유도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당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기자가 “표현만 다르지 실제 내용은 똑같다는 지적이 있다”고 재차 묻자, 송 군은 “그 표현이 다른 게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쉬운 것이었으면 왜 13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송 군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천체물리학계의 전문가들은 송 군이 유도한 부분이 “큰 의미가 없는 작업”이라 평했고, “물리를 전공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독창성을 부인했다(관련기사 : ‘영재’ 송유근 논문, 물리학자·문헌학자 “표절” 의혹 제기). 또 다른 전문가는 논문의 기초인 선행연구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만약 송 군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학계 전문가들 앞에서 미리 이야기했다면 조언을 얻었을 것이고, 그는 지금과 같은 고충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한 연구자는 “송 군이 과학계에서 고립돼 폐쇄적으로 학위과정을 밟은 건, 언론과 지도교수를 포함한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진즉에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영재든 천재든, 과학자의 길에 들어섰으면 과학자답게 정도를 걷게 했어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안에 있는 ‘영재’에 대한 조급증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로 며칠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최연소 박사’로서의 송 군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정상적인 연구능력을 가졌는지보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을지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어른들의 설레발이 송 군을 무너뜨린 게 아닐까. 오히려 평범한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송 군을 만나본 한 우주론학자는 “송 군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천체물리학의 기본기를 갖췄다”고 평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송 군은 이제 우리 나이로 19살이다. 그에게 과학자의 정도를 걷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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