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태아 발생에 ‘큰 역할’한다

2015.11.24 18:00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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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란이 태아로 발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RNA 조각이 정체를 드러냈다. 이 RNA 조각의 원래 주인이 ‘바이러스’라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사람의 배아줄기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RNA 조각이 바이러스에서 왔으며 이것이 세포 분화를 촉진한다고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지네틱스’ 23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간배아줄기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RNA 조각 2000여 개를 찾았다. 이중 146개는 배아줄기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조각으로, 가장 많이 발현되는 23개 조각에는 바이러스 ‘HERV-H’의 유전물질에서 왔다는 뜻에서 ‘HPAT’라는 이름이 붙었다.

 

HERV-H는 RNA를 유전물질로 삼는 ‘레트로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들어가 자신의 RNA를 집어넣을 때 DNA로 바꿔 사람의 유전체 속에 끼워 넣는다. 사람이 자신의 유전체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 동안 바이러스의 단백질도 함께 생산돼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만약 바이러스 입자가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를 감염시킨다면 후대에도 바이러스의 흔적이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HPAT 조각 23개 중 어떤 조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정란에서 각 조각의 발현을 막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HPAT2와 HPAT3, HPAT5의 발현을 막으면 수정란이 2세포기에서 더 분화되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바이러스에서 온 유전물질이 사람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연구를 진행한 비토리오 세바스티아노 교수는 “바이러스에서 온 RNA 조각이 사람 태아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첫 사례”라며 “사람과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공존하며 서로의 유전체에 적응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또 그는 “그동안 바이러스에서 온 분자는 비슷한 기능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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