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결합력으로 복잡한 연산을 한 번에, 분자컴퓨터

2015.11.29 12:01

 

기존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무언가가 등장했을 때 우린,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쓴다. 1946년 최초의 컴퓨터라 불리는 에니악이 발명된 뒤부터 컴퓨터의 패러다임은 계속 ‘디지털’이었다. 모든 정보는 0과 1로 기록됐으며,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폰노이만 방식의 컴퓨터였다.
 

그리고 70년이 흐른 현재, 5세대 컴퓨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디지털 대신 연속적인 아날로그를, 동시에 엄청난 양의 연산을 처리하는 초병렬방식의 컴퓨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한다. 즉 0 또는 1이 아니라 0.3, 0.6과 같이 연속적인 확률의 개념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5세대 컴퓨터인 분자컴퓨터는 분자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 현재 실리콘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계산을 한다. 분자컴퓨터는 단백질, DNA, RNA 등 바이오 분자를 이용하는데, 최근 가장 앞서가는 것은 DNA를 이용하는 분자 컴퓨터다.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된 분자다. DNA컴퓨터는 이 네 가지 염기로 정보를 코딩(coding)한다. 염기 중 A는 T와, C는 G와 상보적인 결합을 한다. 이는 일종의 화학반응으로, 엄청난 수의 DNA 가닥이 동시에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간단한 실험에서도 DNA로 코딩된 정보 1017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이 1초에 10개씩 처리한다고 해도 3억1710만 년이 걸리는 양이다. 이런 DNA의 특징을 ‘초병렬성’이라 한다.

 

분자컴퓨터와 같은 5세대 컴퓨터는 소프트웨어 없이도 난제를 풀 수 있다. ‘해밀턴 경로’는 대표적인 난제다. 해밀턴 경로는 n개의 꼭지점이 있을 때, 모든 점을 한 번씩만 지나는 경로다. 답이 주어진다면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은 간단하지만, 답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항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과학과 레오나르드 아들만 교수는 1994년 DNA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는 4개의 도시가 있고(애틀랜타, 보스턴, 시카고, 디트로이트), 각 도시를 지날 수 있는 비행편이 정해져 있다고 했을 때 애틀랜타에서 모든 도시를 한 번씩만 방문해 디트로이트까지 가는 해밀턴 경로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DNA의 특성을 이용해 이를 한 번에 연산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일은 각 도시, 비행 편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정해주고 제 시간에 DNA 분해 효소를 넣어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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