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격하는 ‘어나니머스’ 정의의 수호자인가, 범죄자인가

2015.11.18 12:08

이달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민간인 129여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이 테러를 일으킨 배후로 IS(이슬람국가)가 지목되자,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는 IS에 대해 사이버 상에서 해킹으로 보복할 것을 밝혔습니다. 어나니머스는 어떤 해커집단일까요? 이들이 벌이는 해킹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IS 공격을 선언한 ‘어나니머스’ - 트위터 제공
IS 공격을 선언한 ‘어나니머스’ - 트위터 제공

● 어나니머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IS에 선전포고를 한 어나니머스는 어떻게 싸움을 시작할까요. 그들은 먼저 SNS 차단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IS와 관련된 트위터 계정 3824개를 차단시켰다고 ‘#OpParis’라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밝혔습니다. 어나니머스는 이미 지난 1월에도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테러당한 직후 IS 관련 SNS 계정을 차단해 버렸죠. SNS를 통해 징병하는 IS의 병력 공급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어나니머스의 과거 화려한 행적과 뛰어난 해킹실력을 볼 때 금융망 차단, 조직원 정보 공개 등을 앞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나니머스는 2010년 미국 정부의 극비 정보를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금융 활동을 막은 마스터카드·비자카드에 대해 디도스(DDos) 공격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금융회사의 높은 보안망을 뚫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IS가 무기 구입과 조직 운영을 위해 이용하는 금융 회사들이 어나니머스의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커들은 또 IS 조직원의 신분을 온라인에 공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2013년 6월25일 북한의 고위 관계자들과 군인 20여만명의 신상정보 등을 해킹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IS는 어나니머스의 공격에 대비해 조직원들에게 외부 링크 메시지에 주의하고 계정의 암호를 수시로 바꾸라는 지침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어나니머스, 넌 누구냐

 

어나니머스는 2003년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에서 ‘익명(Anonymous)’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국제 해커 단체입니다. 리더도 없고 조직도 없이 분산 명령 구조를 갖고 있어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이들은 사이버상의 검열에 저항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상징으로 묘한 웃음을 띠고 있는 ‘가이 포크스(브이 포 벤데타)’ 가면을 씁니다. 이 얼굴은 독재체제에 맞선 의적을 의미합니다.

 

해킹 전적도 남다릅니다. 대표적인 인종차별단체인 KKK와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기도 하고, 아동포르노를 배포하는 ‘로리타 시티(lolita city)’를 해킹해 회원 1589명의 정보를 공개하며 소아성애 반대 활동에 앞장섰죠. 사이비 종교인 사이언톨로지를 해킹하며 세계 주요 도시에서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어나니머스는 각종 악행과 연루된 단체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전쟁을 치르는 핵티비즘(hacktivism) 단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12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핵티비즘’은 정치·사회적 목적으로 이루기 위해 해킹하거나 목표물인 서버컴퓨터를 무력화하고 이런 기술을 만드는 운동을 말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어나니머스 이미지 - 위키미디어 제공
어나니머스 이미지 - 위키미디어 제공

● 달라진 해킹 위협, 제 4의 전쟁 시대
 

이처럼 어나니머스와 같은 해커들은 새로운 정보 전쟁을 펼칩니다. 온라인 세계에서 무차별 해킹은 사이버 전쟁과 마찬가지죠. 미국 국방부는 사이버 공간을 육·해·공에 이어 ‘제 4의 전쟁터’라 부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3년 1월 전국 인터넷을 한동안 마비시켰던 웜 공격 사건 이후 농협해킹, 방송국과 언론사를 장악했던 6.25 사이버테러, ‘who am I’의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등 10여건의 대형 사이버 해킹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농협해킹을 비롯해 대다수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했으며 일부는 범인을 잡기도 했으나, 몇몇 사건들은 끝내 밝히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개인 정보가 피싱업체로 팔려나가고, SNS에 올라온 정보가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 노출돼 새로운 범죄를 양산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해커가 개인 컴퓨터와 전산망에 피해를 주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어느 날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핸들 조종이 안 되고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찔할까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텔레매틱스가 기본 장착된 차량을 해킹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또 디지털화된 방범시스템과 가전기기를 통해 집 안에 침입하거나, 컴퓨터에 설치된 웹 카메라로 얼마든지 훔쳐볼 수 있습니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해킹팀 RCS 구입 파문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통한 스파이웨어의 해킹 가능성이 만천하에 알려졌죠. 나아가 무선 심장박동기와 같은 의료기기가 해킹될 경우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 당신도 해커를 꿈꾸나요?
 

해킹은 이러한 우려와 달리 과연 정의로운 일에만 쓰일 수 있을까요? 아일랜드 왕립 외과대학 사이버심리학 연구센터의 메리 에이컨 교수는 “해킹의 동기를 이해하려면 부정적인 면 보다는 화려한 기술 시연이라는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과시욕이 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역대 해커들의 특징은 자신의 해킹 실력을 자랑하려는 명예욕이 강했습니다. 1990년대 학생들이 호기심이나 영웅심으로 해킹을 시도하며 국내에 처음 해커가 소개됐습니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일류대학 해킹 동아리들이 실력 겨루기 차원에서 학교 전산망에 해킹을 시도한 사건은 전설로 남아있죠. 당시 해킹을 시도한 학생들은 실형을 면하고 IT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유명세도 떨쳤습니다.

 

해커들은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 더 많은 지지를 얻고자 ‘정의’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해커들을 정의와 윤리를 지키는 수호꾼으로 바라보며 홍길동이나 배트맨과 같은 영웅 캐릭터에 투영시키기도 하죠.

 

하지만 어나니머스는 여전히 해킹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고, 모든 이들이 그들의 행동을 정의롭게만 보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 및 출처

http://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5/nov/03/hackers-gonna-hack-but-why-maybe-freud-has-the-answer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987/news
http://www.nytimes.com/2015/04/24/us/politics/pentagon-announces-new-cyberwarfare-strateg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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