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어록]“모방하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들어라”

2013.04.25 15:42


[동아일보] ―하야카와 도쿠지
발명가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거듭되는 실패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산고를 겪은 뒤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어렵게 개발한 제품을 경쟁자들이 순식간에 베껴서 발명가가 챙겨야 할 이득을 빼앗기도 한다. 발명가는 제품을 개발하는 자신과의 싸움보다 경쟁자들과의 신경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통상 경쟁자의 모방은 발명가에게 정신적인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드물지만 모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발명의 동력으로 삼는 발명가도 있다. 발명가는 자신의 원조 제품이 모방 제품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샤프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早川德次·1893∼1980)는 생전에 모방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즐겼다.

하야카와는 1915년 세계 최초로 기계식 샤프펜슬을 발명했다. 기계식 샤프펜슬을 발명한 뒤 거대한 샤프펜슬 시장이 형성됐고 샤프펜슬은 기계식 연필의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모방 제품도 쏟아졌다. 그는 경쟁자가 모방하려고 안달하는 것 자체가 발명품의 가치를 보증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있는 제품, 다른 회사에는 없는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샤프는 1925년 일본의 1세대 라디오를 처음 출시했고 196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트랜지스터 계산기를 개발하는 등 첨단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새로운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약삭빠른 후발주자가 베껴서 실질적인 이득을 빼앗겼다면 발명가는 허탈함과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방 자체를 꺼리면 창의적인 재능이 사장될 수도 있다. 자신의 제품을 모방한 경쟁자가 당장 쉽게 이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출발부터 열등하다. 원조 발명가의 뒤를 쫓아서 개발하기 때문에 원조 제품을 뛰어넘지 못하면 늘 시장에 뒤떨어진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원조 제품의 겉모양을 모방해서 따라 만들었더라도 원조의 생각과 철학까지 베낄 수는 없다.

발명의 동력은 그 자체가 목적일 때 시동이 걸린다.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모험을 하고 시행착오 등 어려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새로운 것을 처음 만들어내는 사람은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존재다. 경쟁자의 추격은 오히려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견인차다. 발명가의 재능을 가졌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자신의 미래만 바라보며 경쟁하면 된다. 이럴 때 또 다른 발명품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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