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원어치 맥주 안주 좋아요

2015.11.07 18:00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2주 전 [생활의 시선: 5]의 소재였던 ‘술’ 이야기에 꽤 많은 독자분들의 호응이 있었다는 전언을 담당 기자에게 들었다. 그래서 농담 삼아 “다음에는 안주 얘길 할까요?ㅋㅋ”라고 답변했는데, 정말이지 내친김에 이번 주는 ‘안주’ 이야기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안주는 무엇일까? 설문 조사 자료를 찾아볼 것도 없이 소주에는 삼겹살, 맥주에는 치킨이 아닐까? 이렇게 쓰고 실제로 찾아보니 예상대로다. 내가 찾아본 신문 기사(서울경제, 2014. 12. 30)에 의하면 삼겹살의 선호도는 18%, 치킨은 12%로 1위와 2위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7할의 음주인들은 어떤 안주를 좋아할까?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떠오르는 대로 써본다. 생선회, 족발, 수육, 곱창, 순대, 불고기, 소고기 등심, 양장피, 팔보채, 닭갈비, 돼지갈비, 소갈비, 해물파전, 동태찌개, 감자탕, 해물탕(찜), 민물매운탕, 어묵탕, 닭발 등이 아닐까? 이렇게 써놓고 생각한다, 설문 조사의 결과에는 ‘좋아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자주 먹는다’는 대답의 의미가 더 클 것이라고. 만약 어느 회사에서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직원들에게 회식 장소를 고르라면, 그 누가 소고기 등심이나 소갈비 말고 삼겹살을 먹자고 하겠는가.

 

그러니, 그 설문 조사 결과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서민들의 선택에서 나왔을 것이다. 며칠 전, 지인들과의 부부 술자리에서 우리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세 쌍의 부부가 모여 주문한 안주는 소고기 모둠(1kg에 53,000원)이 아니라 돼지고기 모둠(1kg에 41,000원) 2개였다. 다시 그러니, 그 선택은 분명 자발적이었지만, ‘무엇을 고려해’ 선택한 결과다. 그것이 서민들의 1차 술자리의 자화상이다.

 

보통, 맥주로 이어지는 2차 술자리의 안주는 좀 다르다. 기름기 없는 건어물을 고르든, 개운한 과일을 주문하든 나는 맥주에는 안주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에 상관없다. 다만, 치킨 등 튀김류의 고열량 안주가 다시 테이블에 놓이는 것은 반갑지 않다. 그것은 ‘안주’의 본뜻에서 멀어져 조화 없이 잉여만 낳기 때문이다.

 

안주(按酒). 누를 안(按), 술 주(酒). 사전을 보면 ‘누를 안(按)’ 자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1) 억누르다, 2) 어루만지다, 3) 잡아당기다. 참 적절한 말이다, 안주가 술을 억누르고 어루만지고 잡아당긴다니! 사람마다 대동소이하겠지만, (내 경우는) 일단 배가 부르면 술맛이 사라진다. 그러니 그 ‘억누르다’ 의미는 절주(節酒)에 있겠다. ‘어루만지다’의 의미는 술의 독한 기운을 달래 음(飮)과 식(食)의 조화를 이루는 데 있겠다. ‘잡아당기다’의 의미는 술의 조력자인 안주가 다시 술맛을 좋게 하는 심리적, 물리적 작용이겠다.

 

나는 ‘어루만지다’와 ‘잡아당기다’에 주목한다. 안주보다 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나로서는 술상에 푸짐한 안주보다는 맛있는 술이 놓이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안주는 있다. 소주나 고량주 같은 독주 안주로는 다양하지만, 맥주 안주로는 두 가지로 좁아진다. 하나는 ‘숙성 먹태’이고 또 하나는 ‘구운 생김’이다(황태를 목적으로 명태를 바닷바람에 말리다가 날씨의 변덕으로 실패한 건어물인 ‘먹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훗날 별도로 얘기할 생각이다).

 

wikipedia 제공
wikipedia 제공

 

 

‘구운 생김’을 놓고 맥주를 마셔보았는가? 길어지는 가을밤에 집에서 금세 만들어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일단, 생김 몇 장이 있어야 한다. 넓적한 프라이팬을 달군다. 그곳에 생김을 얹어놓고 국자 아랫부분으로 누르며 두루 굽는다. 구운 김을 신용카드 크기로 잘라놓는다. 소스는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린 간장이 전부다. 별것 아닐 것 같지만, 꽤 괜찮다. 소소하지만 담백한 이 안주는 맥주의 본맛을 지우지 않는다.

 

생김 1톳은 100장. 가격은 7,000원. 생김 10장(700원)이면 부부가 앉아 도란도란(혹은 두런두런) 대화하며 맥주 두세 병 마시기에는 충분하다.

 

 

※ 저자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다.

 


※ 편집자주
뉴스를 보다보면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야 원인을 정확하게 찾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사물을 그대로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생활의 시선’을 매주 연재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읽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