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논란 햄, 소시지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 안전할까

2015.10.29 18:13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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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바나나맛 우유가 진짜 바나나 100%로 이뤄 진 게 아니라는 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바나나맛과 향을 내는 식품첨가물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바나나맛 우유를 만든다. 사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가공식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식품첨가물 하면 왠지 몸에 해로울 것 같은데 이렇게 ‘마구’ 먹어도 되는 걸까.

 

● 첨가물 규제, 생각보다 훨씬 엄격해


“우선 식품첨가물을 마구 먹지 않습니다. 먹는 양을 철저하게 계산해 안전할 정도만 먹죠. 그리고 그 양만큼만 먹는다면 첨가물은 가장 안전한 물질입니다.”


서울 강남역의 작은 카페에서 만난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말했다.

 

“재미있게도 식품 안전요소 중 전문가들이 가장 안전한 것으로 꼽는 것은 첨가물이고,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는 것은 병원성 미생물과 과영양인데 일반인은 대개 반대로 생각하죠.”

 

백 교수는 첨가물에 대해 오해하는 게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식품첨가물은 대부분 자연에 없던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들었다는 오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은 모두 605종. 백 교수는 “이중 천연 첨가물이 197종”이라며 “나머지 합성 첨가물도 사카린과 합성 색소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에 있는 물질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이 떠오른다. “자연이 만든 물질과 화학이 만든 물질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부터 인공과 천연 첨가물의 구분도 없앨 계획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온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특정 첨가물을 많이 먹인 쥐가 암에 걸리고, 정신질환도 생긴다는 뉴스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100% 안전하거나 해로운 물질은 없다”며 “모든 물질은 양에 따라 해로울 수도, 이로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식품첨가물엔 대개 일일섭취허용량(ADI)이 있는데 이만한 양을 매일같이 평생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첨가물이 들어 있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극단적으로 많이 먹어도 안전하도록 기준을 정한다. MSG처럼 아예 이 값이 없는 첨가물도 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과자 속에 A라는 첨가물이 들어 있는데, 그 첨가물이 유해하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 제품이 전혀 안 팔렸어요. 지금은 그 과자를 하루에 1000개씩 평생 동안 먹어야 해가 된다는 해명이 붙지요. 복어독도 조금만 먹으면 괜찮습니다. 첨가물은 일상생활에선 해로울 만큼 먹을 수가 없는데 왜 불안해 하나요?”

 

※국내 식품첨가물 생산량 순위

 

 

● 첨가물 위험성 끊임없이 재평가해야

 

그래도 식품첨가물을 안 쓰면 더 좋지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게 더 좋다. 집에서 첨가물을 쓰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첨가물이 주는 ‘이익’과 ‘리스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시지나 햄 등에 넣는 첨가물인 아질산염을 생각해 보자.

 

아질산염은 햄이나 소시지에서 생기기 쉬운 식중독균, 즉 보툴리눔균의 생성을 막는다. 아질산염을 넣지 않고 소시지나 햄을 먹으려면 갓 만든 것만 먹거나 다른 보관 방법을 개발해야 된다. 사실 이런 문제에 정답은 없다. 현재의 과학을 믿고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먹으며 이익을 얻을 것인가, 아무래도 불안하니 첨가물을 먹지 않는 대신 가공식품이 주는 혜택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다.

 

혹시 지금 잘 쓰고 있는 첨가물이 나중에 위험한 것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을까. 실제로 2000년대 후반 ‘파라벤’이라는 식품보존료가 동물실험에서 생식 독성이 발견돼 사용이 금지됐다. ‘꼭두서니 색소’라고 하는 첨가물도 신장암 위험성이 밝혀지면서 사용이 금지됐다. 타르 색소 역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어린이기호식품에는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첨가물의 위험성은 끊임없이 재평가 되고 있고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면 엄격한 규제가 가해진다. 늘 조심은 해야겠지만 현명한 사용도 필요하다. 식품전문가 최낙언 시아스 이사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며 “만에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무작정 첨가물을 두려워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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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기사) 수컷 쥐가 바꾼 사카린의 운명

 

식품첨가물 중 가장 기구한 운명을 겪은 것이 감미료인 사카린이다. 사카린은 1878년 처음 개발됐다. 설탕보다 300배나 단 데다 소화되지 않아(충치나 살찔 염려가 없다) 큰 인기를 모았으나 1970년대 들어 철퇴를 맞았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자들이 쥐에게 5% 고농도 사카린을 먹인 결과 방광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기적의 감미료는 점점 식품시장에서 사라졌다.

 

사카린의 불운은 1990년대 들어 다시 반전되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에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오직 수컷 쥐만 방광암에 걸린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연구 결과 사카린이 쥐의 오줌과 만나 뾰족한 침전(인산칼슘)을 만들고, 이 침전이 방광 내벽을 찔러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에게서는 사카린이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명백해졌고, 지금은 국제암연구소도 사카린을 ‘인체 발암성을 의심할 수 없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그동안 사용을 제한해 온 사카린의 사용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등 오명을 벗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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