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건물 40분간 흔들… 해안가 100만명 한밤 대피

2015.09.18 09:50

[동아일보] [칠레 8.3 강진]


16일 오후 7시 54분(현지 시간) 칠레에서 리히터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하자 18∼20일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수도 산티아고 도심에 몰려 있던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 진앙과 가까운 통고이, 이야펠 등 중북부 해안가 주민들은 강진 이후 발생할 지진해일(쓰나미)을 피해 해안보다 높은 고지대로 이동했다. 칠레 당국은 10개 도시에서 주민 100만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통고이에서는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진원지에서 46km 떨어진 이야펠에선 토담집이 무너져 20대 여성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데니스 코르테스 이야펠 시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전력이 끊겼다. 공황 상태”라고 말했다. 강진 발생 후 리히터 규모 6.0∼7.0의 여진만 5번 이상 발생했다.

해안에 해일이 몰려오면서 코킴보 시 주택가와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일부 가옥이 파손됐다. 우아니우알리의 쇼핑몰에선 천장이 무너졌다. 라세레나에선 진도 7의 진동이 느껴져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진도 7은 사람이 서 있기가 곤란한 정도로, 느슨한 적재물과 담장은 무너진다.

지진은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피칠레무 지역까지 전달됐다. 진원지에서 430km나 떨어진 곳이다. 이 지역에 체류하던 조너선 프랭클린 가디언 칠레특파원은 “꽤 오랫동안 지반이 흔들렸고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며 “갑자기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하고 30∼40분 동안 건물이 흔들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책상 위에 있는 컵이 떨어질 정도로 진동이 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원지에서 1300km 떨어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지진의 여파가 전달돼 시민들이 건물에서 빠져나와 대피했다.

지진 발생과 함께 즉각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자 칠레 연안은 물론이고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와 하와이까지 쓰나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쓰나미경보센터에 따르면 실제로 지진 발생 1시간 30여 분 만인 16일 오후 9시 25분(현지 시간) 칠레 북부 코킴보 시 해안에서는 최대 4.8m의 파고가 관측됐다.

쓰나미는 태평양으로 확산돼 17일 오전 1시 53분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에 0.8m의 파고가 관측됐고 같은 날 하와이에도 도착했다.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칠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뉴질랜드와 인근 피지, 사모아 등에는 1m가량의 파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질랜드 국민안전부는 동부지역에 쓰나미 주의보를 내렸다. 페루와 오세아니아 국가들도 해안에 최대 3m 높이의 파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민들에게 해안 저지대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칠레는 환태평양 지진대인 일명 ‘불의 고리’에 속해 있어 강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1960년 지진 관측 사상 가장 강도가 높은 리히터 규모 9.5의 지진이 발생해 5000명 이상이 숨졌다. 2010년 2월에는 규모 8.8의 지진이 강타해 525명이 사망했고 지난해 4월에도 북부 이키케 인근에서 규모 8.2의 지진으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칠레 정부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신축 빌딩을 지을 때 리히터 규모 9.0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력한 내진 설계 기준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이번 지진에서는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원지가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 산티아고에서 228km 이상 떨어진 데다 진원이 깊었던 점도 피해가 크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휴였지만 경보를 들은 해안 도시의 주민들은 신속하게 대피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칠레 강진으로 최대 10억 달러(약 1조16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USGS는 “경제적 손실은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진으로 1억∼1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52%”라고 예상했다.

이유종 pen@donga.com·이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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