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날레디, 고인류학을 비추는 별이 될까

2015.09.14 18:00

지금까지 누구도 단일 종에서 한 번에 100점이 넘는 화석을 분석한 논문을 출판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었다.
- 리 버거

 

지난주 외신들은 고인류학 분야에서 깜짝 놀랄만한 발견을 크게 소개했다. 새로운 종의 호모속 인류 ‘호모 날레디(Homo naledi)’에 관한 내용이다. 날레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소토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별의 인간’인 셈이다.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의 고인류학자 리 버거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발표한 논문 두 편에서 신종 인류 호모 날레디의 발견을 공식 보고했다. 호모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의 발견은 흔치 않은 일로, 날레디 이전 최근 추가 종은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렌스 섬에서 발견된 ‘호빗’, 즉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병든 피그미 현생인류라는 반론이 여전하다.

 

2013년 11월과 2014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발굴된 호모 날레디 화석. 1550점에 이르는 엄청난 양으로 아프리카 고인류학 발굴 사상 최대 규모다. - eLife 제공
2013년 11월과 2014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발굴된 호모 날레디 화석. 1550점에 이르는 엄청난 양으로 아프리카 고인류학 발굴 사상 최대 규모다. - eLife 제공

 

이번 호모 날레디의 경우는 호모속 신종으로 보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굉장하다. 먼저 화석의 규모로 뼈와 이빨을 합쳐 모두 1550점에 이르고 최소한 1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두개골 파편이나 턱뼈, 팔다리뼈나 손발뼈 조각들만 찾아도 쾌재를 부르는 게 고인류학임을 생각할 때 어마어마한 규모다.

 

2013년 9월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50km 지점에 있는 ‘뜨는 별 동굴(Rising Star Cave)’의 ‘별들의 방(Dinaledi Chamber)’으로 명명한 공간에서 동굴탐사대가 처음 발견한 이 화석들은 그 뒤 두 차례의 발굴을 통해 화석을 대량 회수했고 분석 결과 여러 사람의 것임에도 편차가 극히 적었다. 만일 불완전한 한 두 개체였다면 겉모습이 좀 달라도 개체변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종으로 명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13년 9월 동굴탐험가들이 뜨는 별 동굴을 탐사하다 지하 30m 공간(별들의 방)에서 호모 날레디 화석을 처음 발견했다(왼쪽 빨간 점). 이들 인류가 어떻게 이곳에 놓이게 됐는지는 미스터리다. - eLife 제공
2013년 9월 동굴탐험가들이 뜨는 별 동굴을 탐사하다 지하 30m 공간(별들의 방)에서 호모 날레디 화석을 처음 발견했다(왼쪽 빨간 점). 이들 인류가 어떻게 이곳에 놓이게 됐는지는 미스터리다. - eLife 제공

 

●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과 호모속의 모자이크

 

호모 날레디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한 개체에 호모속과 그보다 원시적인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의 특징이 모자이크처럼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호모속으로 분류한 건 두 속을 구분하는 핵심특징에서는 호모속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즉 이동과 손놀림, 저작(씹는 행위)의 측면이다. 날레디는 키가 150cm 정도로 현생인류보다 작지만 적어도 하체는 형태학적으로 현생인류와 매우 흡사하다. 즉 다리가 길고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나란히 배열돼 있어 직립보행은 물론 뛰는 자세도 현생인류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은 복합적인 특징을 보이는데 엄지손가락과 손바닥을 이루는 뼈의 구조가 현생인류와 가까워 물건을 쥐거나 도구는 만들 때 필요한 힘과 정교함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또 턱과 이빨이 작아져 씹는 힘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역시 호모속의 특징이다.

 

그럼에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의 특징 역시 꽤 지니고 있다. 먼저 키에 비해 뇌용량이 작아 460cc에 불과해 초기 호모속인 호모 하빌리스보다도 작았다. 또 손가락이 길고 약간 휘어져 있어서 여전히 나무를 탄 것으로 보이고 어깨와 몸통, 골반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보인다. 이빨의 경우 뒤로 갈수록 커지는데, 역시 원시 인류에서 보이는 패턴이다.

 

호모 날레디의 손뼈로 왼쪽은 손바닥 면, 오른쪽은 손등 면이다. 손뼈 27개 가운데 콩알뼈만 없다. 손가락의 비율이 현생인류와 가깝지만 약간 휘어져 있어 나무를 타는데 적합하다. 반면 손바닥과 엄지손가락은 현생인류처럼 도구를 다루는데 적합하다. - eLife 제공
호모 날레디의 손뼈로 왼쪽은 손바닥 면, 오른쪽은 손등 면이다. 손뼈 27개 가운데 콩알뼈만 없다. 손가락의 비율이 현생인류와 가깝지만 약간 휘어져 있어 나무를 타는데 적합하다. 반면 손바닥과 엄지손가락은 현생인류처럼 도구를 다루는데 적합하다. - eLife 제공

 

● 연대 측정 아직 안 돼 있어

 

그럼에도 이번 발표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연대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발굴지가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물이 쌓여있는 동굴이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화석의 시대에 따라 나오는 시나리오가 제각각이다. 먼저 모자이크인 형태로 봤을 때 유력해 보이는 건 호모 날레디가 초기 호모속, 즉 200만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동아프리카에서 호모 하빌리스가 살고 있을 때 남아프리카에서는 호모 날레디가 살았다는 말이다.

 

반면 극단적으로 짧게 잡으면 10만 년 이내로도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형태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하겠지만 불과 2만 년 전에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살았던 만큼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호모 날레디가 발견된 상태가 굉장히 이상하기 때문이다. 즉 동굴에서 지하 30m에 있는 한 지점에서 뼈 무더기가 발견된 건데 상태가 깨끗했다. 즉 육식동물에게 공격당한 흔적도 없고 식인행위로 희생된 것도 아니다. 결국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동굴 안에 데려다놓은 건데, 만일 장례의식, 즉 일종의 무덤이라면 500cc도 안 되는 뇌용량을 가진 인류가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게 의아스럽다. 따라서 당시 공존한 현생인류가 호모 날레디를 죽여 매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호모 날레디 발굴을 이끈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의 고인류학자 리 버거 교수. 미국 출신으로 연구보다는 정치에 능하다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2009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발표에 이어 이번에 호모 날레디를 발표하면서 고인류학계의 ‘뜨는 별’이 됐다. 세디바 발표 이후 남아공 대통령 제이콥 주마(왼쪽 사진), 제인 구달(오른쪽 위), 앨 고어(오른쪽 가운데), 리처드 리키(오른쪽 아래) 등 유명인들을 연구실로 초청해 발굴을 자랑하며 사진을 남긴 버거 교수. - 리 버거 &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제공
호모 날레디 발굴을 이끈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의 고인류학자 리 버거 교수. 미국 출신으로 연구보다는 정치에 능하다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2009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발표에 이어 이번에 호모 날레디를 발표하면서 고인류학계의 ‘뜨는 별’이 됐다. 세디바 발표 이후 남아공 대통령 제이콥 주마(왼쪽 사진), 제인 구달(오른쪽 위), 앨 고어(오른쪽 가운데), 리처드 리키(오른쪽 아래) 등 유명인들을 연구실로 초청해 발굴을 자랑하며 사진을 남긴 버거 교수. - 리 버거 &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제공

 

● 인류의 요람으로 뜨는 남아공

 

이번 호모 날레디 발표로 남아공이 고인류학의 핫스팟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사실 남아공은 고인류학이 시작된 곳이다. 1924년 해부학자 레이먼드 다트는 남아공에서  원시 인류인 ‘타웅 아이(Taung child)’를 발굴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로 명명했다. 그러나 당시 유인원 화석이라며 인정받지 못했다. 그 뒤 탄자니아에서 호모속 인류가 여럿 발굴됐고 1974년 에디오피아에서 그 유명한 ‘루시’가 발견되면서(오스크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고인류학의 축이 동아프리카로 넘어갔다. 그 결과 인류 진화는 루시에서 호모속으로 연결짓는 게 대세였다.

 

그런데 2009년 고인류학 패러다임을 흔드는 화석이 발표됐다. 바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A. sediba)로 이번 호모 날레디 발굴을 이끈 리 버거 교수가 역시 발굴을 이끌었다. 2008년 남아공 말라파에서 이 화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버거 교수의 9살 난 아들이 매튜다. 약 2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세디바는 놀랍게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와 호모속의 모자이크 특성을 보였다. 다만 호모 날레디와는 달리 원시인류의 특징이 더 많아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분류했다.

 

이번에 남아공에서 호모 날레디가 발굴되면서 남아공 일대에서 전형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아프리카누스)와 모자이크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세디바), 모자이크인 호모(날레디) 화석이 다 발굴된 것이다. 고인류학의 축이 동아프리카에서 다시 남아프리카로 이동한 셈이다.

 

사실 세디바와 날레디의 발견은 최근 고인류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기존의 가설에 따르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에서 호모속으로 진화할 때 일련의 변화, 즉 뇌용량이 늘어나고 손의 구조가 도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바뀌고 몸집이 커지고 턱이 작아지고 다리와 발이 걷고 달리는 데 적합하게 바뀌는 과정이 서로 맞물려 일어났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세디바와 날레디, 그리고 몇몇 초기 호모속 화석의 발견은 이런 특징들이 개별적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인류의 진화는 단일 계통이 아니라 다계통(polyphlyetic)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뜨는 별 동굴에서 발견된 날레디 화석 1550점은 두 차례 발굴의 결과로, 동굴 안에는 훨씬 많은 인류의 화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날레디의 연대측정과 함께 추가 발굴이 이뤄져 인류의 진화에 대해 오히려 궁금증만 더 키운 이번 발굴이 뭔가 시원한 결론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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