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푸른 붉은 살이 맛있는 이유

2015.09.02 18:00

무더위가 한풀 꺾이나 싶더니 한가위 보름달도 이지러졌네요.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되니까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고등어와 전어, 꽁치가 차례로 생각나지 뭐예요? 그런데 왜 가을에는 이런 ‘등푸른생선’이 인기인 걸까요? 혹시 무더운 여름에 잃었던 입맛과 체력을 되찾기 위한 보신용은 아닐까요?

 

바다처럼 검푸른 등줄기가 매력적인 고등어는 다른 등푸른생선과 마찬가지로 수심 300m 이내 바다에서 헤엄쳐 다녀요.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적의 눈에는 ‘바닷물’처럼 보이고, 가다랭이나 황새치 같은 바닷속 천적의 눈에는 ‘해수면’처럼 보이려고 등은 짙은 푸른색, 배는 흰색을 띄도록 진화했어요. 영리하게 진화한 만큼 등푸른생선에는 두뇌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건강에도 좋은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가 풍부하지요.

 

등푸른생선은 맛도 좋아요. 특히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도 주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가을에 잡는 고등어가 맛있지요. 서늘한 가을밤, 뱃속을 따뜻하게 채우기 위해 이번에는 가을 고등어를 맛있게 구워봤어요. 한양대 조리과학연구실 ‘사이언스인더키친’을 찾아갔답니다.

 

 

wikimedia.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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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고등어가 맛난 이유는 ‘산란 후 폭식’

 

고등어는 등푸른생선이지만 붉은살생선이기도 해요. 무슨 얘기냐고요? 고등어를 굽기 전에 반으로 갈라보면 붉은 속살이 드러나거든요. 고등어뿐 아니라 꽁치와 청어, 참치처럼 먼 거리를 지속적으로 헤엄쳐야 하는 회유성 어류는 붉은 살(근육)을 많이 갖고 있어요. 붉은 근육에는 산소를 전달하는 미오글로빈이 많이 들어 있어요.

 

또 붉은 근육은 흰 근육보다 근섬유가 가늘어 혈액으로부터 산소를 빠르게 받을 수 있고, 지방을 태우는 미토콘드리아도 크지요. 그래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성해 오랫동안 움직이려면 붉은 근육이 많이 필요하답니다.

 

붉은 살은 흰 살에 비해 수분과 단백질은 부족하지만 지방질이 풍부해 고소해요. 또 크고 작은 아미노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 물질들은 가열하면 서로 반응하면서 수많은 방향성 화합물을 만들어 다양하고 풍부한 맛과 향을 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붉은 살이 흰 살보다 맛있답니다. 특히 고등어 같은 바닷물고기는 바닷물과 체액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몸속에 아미노산을 많이 갖고 있어요. 단맛이 나는 글리신과 감칠맛이 나는 글루탐산염 같은 아미노산이 민물고기보다 3~10배나 많답니다.

 

회유성 어류인 고등어는 2~3월에 우리나라 제주도 연안에 나타나 차츰 북쪽으로 올라와요. 그러다가 5~7월 수온이 20℃ 안팎인 우리나라 근해에서 알을 낳지요. 늦가을이 되면 겨울을 나기 위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답니다. 그래서 여름에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월동하기 전에 탐식성이 강해져 먹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지방 함량도 20%를 넘지요. 가을에 잡은 고등어가 가장 맛있는 이유랍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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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은 바삭하게 안은 60℃로 촉촉하게

 

자, 이제 가을 고등어를 구워볼까요? 맛있게 구운 생선은 겉이 누렇게 익어 바삭바삭하고 안쪽은 충분히 익어 촉촉해요. 생선을 가열하면 당과 아미노산이 서로 반응해 갈색 빛을 띠면서 풍부한 맛과 향기가 난답니다(마이야르반응). 하지만 생선을 맛있게 굽기란 쉽지 않아요. 몸이 둥글고 통통한 탓에 열이 속까지 잘 전달되지 않아 겉만 익을 수도 있거든요. 반대로 안쪽까지 익히려다 표면을 태워버릴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고등어가 가장 맛있게 구워지는 온도를 실험으로 알아보았어요. 미리 달군 프라이팬에 고등어 네 마리를 올려 한쪽 면을 익힌 다음, 뒤집고 온도계를 꽂았지요. 온도계 끝부분이 생선의 몸속 정 가운데에 가도록 비스듬히 찔러 내부온도를 쟀답니다. 그리고 온도계의 눈금이 40℃, 50℃, 60℃, 70℃를 가리킬 때마다 한 마리씩 꺼내어 관찰했어요.

 

안쪽을 40℃까지 구운 고등어는 굽기 전과 마찬가지로 살이 통통하고 단단했어요. 반으로 갈라보니 여전히 투명한 기가 감돌 만큼 익지 않아 먹을 수가 없었지요. 속살도 날 생선처럼 물컹물컹했어요. 안쪽을 50℃까지 구운 고등어는 덜 미끈거리고 속살도 불투명해졌어요. 그런데 아직도 충분히 익지 않았는지 치아로 자르거나 씹을 때 즙이 새어나와 맛있게 먹을 수 없었답니다. 안쪽을 70℃까지 구운 고등어는 겉보기에도 지나치게 오그라들어 있었어요. 표면은 눋다 못해 딱딱하게 말라붙었죠. 육즙이 빠져나와버려 속살도 퍽퍽하고 맛이 없었답니다.

 

가장 맛있게 구워진 고등어는 안쪽을 60℃까지 구운 것이었어요. 생선 표면은 노릇노릇 누런빛이 나도록 눌었고, 속살까지 잘 익었거든요.

 

 

flickr.com / [cipher] 제공
flickr.com / [cipher] 제공

●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제맛!

 

온도에 따라 생선구이의 식감이 다른 이유는 근육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미오신과 액틴)과 결합조직이 변했기 때문이에요. 물컹물컹하던 살은 약 50℃가 되면 미오신이 응고하면서 단단해지기 시작해요. 살에 탄력이 생기지요. 약 70℃에서는 액틴마저 응고하면서 살이 단단하고 질겨진답니다. 반대로 결합조직은 가열하면 점점 약해지고 오그라들어요. 약 40℃부터 약해져 육즙이 바깥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하지요. 약 60℃에서는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해 살이 촉촉해지고 육즙도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아요.

 

하지만 고등어를 구울 때마다 매번 온도계를 꽂기에는 번거롭지요. 온도계 없이도 생선을 맛있게 굽는 방법이 있답니다. 바로 ‘끈기를 가지고 세심하게 지켜보는 것’이에요. 먼저 프라이팬을 센 불로 달군 다음, 기름을 둘러요. 기름이 팬 전체에 퍼지면 소금을 살살 뿌려 간한 고등어를 올려요.

 

프라이팬에 닿은 한쪽 면이 노릇하게 익으면 생선을 뒤집지요. 그리고 불을 약하게 줄이고 천천히 안쪽까지 익혀야 한답니다. 생선 표면에 1~2cm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열이 안쪽으로 빨리 들어가게 하는 것도 좋아요.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을 기다려 주면 고등어는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로 보답한답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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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선 교수의 요리과학

 

생선을 요리하는 방법에는 구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전라남도에서는 홍어를 삭히기도 하지요. 먼저 홍어를 지푸라기에 싼 뒤 항아리나 재 속에 묻어 낮은 온도에서 삭혀요. 지푸라기에 있던 미생물들이 홍어를 발효시키지요. 삭힌 홍어는 pH가 높아지고(알칼리성),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나요.

 

홍어 몸속에 질소화합물이 많이 들어 있어 발효하는 동안 암모니아가 생기거든요. 발효시킨 홍어는 묵은 김치(발효하면서 pH가 낮아져 산성을 띤다), 삶은 돼지고기 편육과 참 잘 어울립니다. 삭힌 홍어의 알칼리성과 묵은 김치의 산성이 만나 중화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지거든요.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음식이 만나 ‘환상의 짝꿍’이 되는 것이지요.

 

○ 새댁기자의 노하우

 

킁킁, 신선한 고등어에서는 비릿하지만 싱싱한 바다냄새가 나요. 그런데 잡은 지 시간이 오래 지날 수 록 비린내가 점점 심해지지요. 비린내는 고등어같은 바닷물고기에게서 특히 많이 나는데요. 그 이유는 바닷물고기가 염분이 약 3%나 되는 짠 바닷물에서 체액의 농도를 염분 1% 이하로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세포 안을 아미노산과 아민으로 채우기 때문이에요.

 

바닷물고기가 많이 가지고 있는 아민은 TMAO(트리메틸아민옥시드)예요. 물고기가 죽으면 몸에 있던 효소와 박테리아가 TMAO를 특유의 역겨운 비린내가 나는 TMA(트리메틸아민)로 분해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TMA가 많이 생겨 비린내가 더욱 심해진답니다.

 

그래서 생선을 조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으면 TMAO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씻겨나가 비린내를 줄일 수 있어요. 레몬 같은 산성 물질을 뿌려 비린내의 휘발성을 둔화시키거나, 녹차나 월계수잎, 계피 같은 향료로 비린내를 덮는 것도 좋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목요일 이정아 기자의 ‘쿡! 쿡! 맛있는 과학’를 연재합니다. 2013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요리 속에 담긴 과학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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