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정밀화학공장, 말라리아치료제에서 마약성진통제까지 생산

2015.08.24 18:00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면 이를 나타내는 여러 이름이 나오고 이 가운데 하나가 선택돼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 유전자 또는 게놈을 편집해 새로운 기능을 갖는 생명체를 만드는 분야를 요즘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라고 부른다. 합성생물학은 유전공학이나 대사공학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합성생물학이 적용된 최초의 상업화 사례는 1982년 출시된 ‘휴물린Humulin’이다.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 정보를 담은 DNA가닥을 합성한 뒤 대장균에 집어넣어 박테리아가 인간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도살한 가축에서 인슐린을 추출해 써온 인류는 휴물린의 등장으로 당뇨병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외부의 유전자를 들여와 발현시키는 소위 ‘재조합DNA기술’은 이처럼 박테리아인 대장균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연구됐다. 지금도 부탄올 같은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설계하는 대사공학 연구가 한창이다.

 

● 대장균과 효모의 차이

 

그런데 많은 합성생물학자들이 같은 단세포생물이면서도 좀 더 복잡한 효모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장균은 단순한 물질은 잘 만들지만 다소 복잡한 물질을 만드는 마이크로정밀화학공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휴물린은 유전자 번역 산물, 즉 단백질인 인슐린이 최종 산물이다. 특히 의약품의 절반을 차지하는 식물 유래 분자(식물의 2차대사물)를 미생물이 만들게 하려면 효소 유전자를 여럿 집어넣어 작동시켜야 하는데 대장균을 쓰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효모가 대장균보다 식물이 만드는 물질을 생산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큰 가장 큰 이유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진핵생물이기 때문이다.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은 단순히 세포핵이 있냐 없냐의 겉모습 차이뿐 아니라 유전자의 전사와 번역, 후가공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진핵생물의 많은 효소들은 번역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에 당이나 지방 분자가 붙어야 기능을 하는데, 대장균의 경우 단백질 구조를 인식해 똑같이 후가공을 하는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진핵생물의 단백질 가운데는 미토콘드리아나 소포체처럼 특정 세포소기관에서 작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세포소기관이 없는 대장균에서는 혼란이 일어난다.

 

계통분류학의 관점에서 효모가 대장균보다 사람이나 벼에 더 가깝다고 하면(공통조상에서 갈라진 시점이 더 최근이라는 말이다) 그건 분류학의 얘기라고 무시하고 싶지만 유전자의 발현 과정, 생체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살펴봐도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개똥쑥 유전자 3개 도입

 

2006년 말리리아 약인 아르테미시닌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을 합성하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7년이 지난 2013년 상업화에 성공했다. 아르테미신산 생합성 경로로, 녹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개똥쑥에서 도입한 유전자가 관여하는 부분이다.  - 네이처 제공
2006년 말리리아 약인 아르테미시닌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을 합성하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7년이 지난 2013년 상업화에 성공했다. 아르테미신산 생합성 경로로, 녹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개똥쑥에서 도입한 유전자가 관여하는 부분이다. - 네이처 제공

2006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효모를 이용한 합성생물학 연구의 전환점이 되는 논문이 실렸다. 현재까지 불과 9년 동안 1500회가 넘게 인용된 이 논문은 효모에 식물 유전자 세 개를 넣어 말라리아약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artemisinic acid)을 생산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르테미시닌은 개똥쑥이라는 국화과식물이 만들어내는 2차대사물로 말라리아 특효약이다. 개똥쑥이 자라는 중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말라리아치료제로 쓰고 있다.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그나마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약도 내성 말라리아 등장으로 잘 안 듣는 상황에서 아르테미시닌은 소중한 약이지만,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쓰기에는 비싼 약이다.

 

아르테미신은 탄소 15개로 이뤄진(이를 세스퀴터펜이라고 부른다) 그리 크지 않은 분자이지만 구조가 꽤 복잡하다. 물론 화학자들은 1983년 이미 아르테미신 전합성(total synthesis), 즉 기본 재료에서 출발해 약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업성은 없다. 즉 개똥쑥을 키워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하는 게 훨씬 싸다는 말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공학과 제이 키슬링 교수팀은 합성생물학 기법을 써서 미생물이 아르테미시닌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을 만들게 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아르테미신산에서 아르테미시닌을 합성하는 과정, 즉 반합성(semisynthesis)은 비용이 그리 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아르테미시닌 합성의 앞부분은 미생물공장이, 뒷부분은 화학공장이 분담하면 개똥쑥에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효모를 아르테미신산 합성공장으로 바꾸는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진행했다. 먼저 FPP라는 분자를 많이 만들게 대사경로를 조작했다. FPP는 효모가 만드는 물질로 연구자들은 생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모의 유전자 발현을 늘이고 FPP를 다른 물질로 바꾸는 유전자를 억제해 효모가 FPP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게 했다. 여기까지는 대사공학이지만 합성생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약하다.

 

두 번째 단계는 FPP를 아모르파디엔(amorphadiene)이라는 분자로 바꾸는 효소인 ADS라는 개똥쑥의 유전자를 효모에 도입하는 작업이다.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 생합성 과정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첫 단계를 적용한 것. 사실 연구팀은 2003년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장균을 대상으로 이 과정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아모르파디엔에서 아르테미신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당시 개똥쑥에서 이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다양한 생명정보학 기법을 써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후보 효소 유전자를 추렸다. 연구자들은 개똥쑥의 CYP71AV1과 CPR 두 유전자가 이 반응에 관여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두 유전자를 효모에 집어넣었다. 효모는 연구자들의 의도대로 이 반응을 진행해 아르테미신산을 생산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세 번째 단계가 대장균에서 일어나기는 힘들었을 텐데, 이 효소들이 식물의 소포체 막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효모에서도 소포체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핵생물인 대장균은 소포체가 없다.

 

당시 생산성은 배양액 1리터에 아르테미신산 115mg으로 꽤 높은 편이었지만 아직 경쟁력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뒤 미국의 바이오벤처인 아미리스바이오테크놀로지스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에 착수했고 이렇게 만든 아르테미신산을 갖고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가 반합성을 담당했다. 효모와 화학공장의 합작품인 아르테미시닌은 2013년 시장에 나왔고 현재 이 약물 수효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 예상보다 빨리 생합성 성공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유액에는 모르핀을 비롯한 약물을 들어있다.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 모르핀계 진통제 원료를 얻기 위해 정부 통제 아래 양귀비가 재배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유액에는 모르핀을 비롯한 약물을 들어있다.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 모르핀계 진통제 원료를 얻기 위해 정부 통제 아래 양귀비가 재배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2006년 논문을 발표할 무렵 키슬링 교수는 다음 단계의 연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물 2차 대사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르핀(morphine)의 합성생물학 프로젝트다. 모르핀은 탄소수가 17개로 그리 크지 않은 분자이지만 아르테미시닌과 마찬가지로 구조는 꽤 복잡하다. 워낙 유명한 분자이다보니 화학자들이 1952년 이미 전합성에 성공했지만 역시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해서 상업성은 없다.

 

모르핀 하면 마약이 떠오르지만 사실 진통제 등 의약품으로서 수요가 높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정부의 철저한 감독 아래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다.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 상처를 내 나온 유액에서 모르핀을 비롯한 약물을 추출한다.

 

모르핀의 생합성 과정은 아르테미시닌보다 훨씬 복잡해서 외부 유전자 서너 개를 도입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선발주자인 키슬링 교수팀이 먼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실제로 2006년 논문에 자극을 받은 여러 연구팀이 모르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네이처’ 5월 21일자에는 모르핀 합성생물학 연구현황에 대한 기사와 전문가 기고문이 나란히 실렸는데 한마디로 성공이 임박하다는 내용이었다. 두 글을 읽고 상황을 주시하던 필자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지난 8월 13일 마침내 모르핀 합성생물학 레이스의 승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 주인공은 기사와 기고문에서 주로 언급한 세 팀이 아니라 미국 스탠퍼드대 크리스티나 스몰케 교수팀이었다. 알고 보니 스몰케 교수 역시 합성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로 모르핀 연구에서도 앞서 있었다.

 

학술지 ‘사이언스’의 온라인에 미리 소개된 논문을 다운받아 읽어본 필자는 그 스타일에 또 한 번 놀랐다. 보통 논문은 실험결과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내용만 건조하게 서술돼 있기 마련인데, 이 논문은 마치 기사를 합쳐놓은 듯 자신들이 성공에 이르게 된 긴박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사이언스’ 역시 7월 1일 논문을 접수한 뒤 8월 5일 게재를 결정하고 13일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이례적인 초특급 행보를 보였다. 모르핀 레이스가 그만큼 긴박했다는 증거다. 5월 21일자 기사와 기고문, 8월 13일 온라인판 논문을 바탕으로 모르핀 합성생물학 레이스의 전말을 소개한다.

 

키슬링 교수팀 등 레이스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효모가 모르핀을 합성하게 하려면 유전자가 20여 가지는 필요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양귀비가 생합성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계의 작업을 하는 효소를 찾지 못했다. 즉 반응의 중간쯤 생성되는 (S)-큘린(reticuline)이라는 분자가 그 거울상, 즉 광학이성질체인 (R)-레티큘린으로 바뀌는 과정은 미스터리였다.

 

결국 연구자들은 모르핀 생합성 단계를 모듈화해서 모듈을 하나씩 성공시킨 뒤 나중에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을 썼다. 수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올해 들어 놀라운 연구성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학술지 ‘네이처 화학생물학’ 5월 18일자 온라인판(7월호에 실림)에는 효모가 (S)-레티큘린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존 듀버 교수팀의 연구결과로 모르핀 합성의 앞 절반에 해당한다.

 

이보다 한 달 앞선 4월 23일 학술지 ‘플로스 원’에는 (R)-레티큘린을 주면 모르핀을 합성하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캐나다 컨커디어대 생물학과 빈센트 마틴 교수팀의 연구결과로 마틴 교수는 ‘네이처 화학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에도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따라서 이 두 효모 균주를 갖고 중간에 이성질체를 만드는 과정만 화학자들이 개입하면 양귀비가 없어도 모르핀을 만들 수 있다. 균주A가 포도당을 먹고 (S)-레티큘린을 만들어내면 이를 분리해 (R)-레티큘린으로 바꾼 뒤 균주B에게 먹이로 주면 모르핀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네이처’가 기사와 기고문으로 모르핀 합성생물학을 다룬 건, 그동안 그렇게 찾아왔던 광학이성질체 변환에 관여하는 효소를 양귀비에서 규명하는데 마침내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캐나다 캘거리대 생명과학과 피터 파치니 교수의 제자인 길라움 보두앙의 박사학위 논문이 알려진 것(학술논문은 7월 1일 ‘네이처 화학생물학’ 온라인에 먼저 공개됐고 9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따라서 앞의 두 연구결과에 이 연구까지 합친 모르핀 생합성 경로를 효모에 도입하면 중간에 화학자가 개입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효모 한 균주가 포도당에서 모르핀을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 아래는 5월 21일자 기사의 일부분이다.

 

“생명공학 덕분에 모르핀이 맥주양조만큼이나 쉽게 만들어질 날도 머지않았다. 5월 18일자 ‘네이처 화학생물학’에는 단순당을 모르핀으로 바꾸는 생합성 경로의 앞 절반을 맡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연구자들은 다른 성과들을 합칠 경우 불과 수년-아니면 수개월일 수도 있다- 뒤 효모 단일 균주가 전 과정을 맡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효모에서 모르핀을 생합성 하는 과정의 핵심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포도당에서 (S)레티쿨린까지 앞의 절반과 (R)레티쿨린에서 모르핀까지 뒤의 절반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각각 올해 5월과 4월에 발표됐고, 결정적인 단계인 (S)레티쿨린에서 (R)레티쿨린을 만드는 효소를 밝힌 논문이 7월에 발표됐다. 그 뒤 한 달 만에 전 과정을 한 효모에 통합하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 네이처 제공
효모에서 모르핀을 생합성 하는 과정의 핵심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포도당에서 (S)레티쿨린까지 앞의 절반과 (R)레티쿨린에서 모르핀까지 뒤의 절반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각각 올해 5월과 4월에 발표됐고, 결정적인 단계인 (S)레티쿨린에서 (R)레티쿨린을 만드는 효소를 밝힌 논문이 7월에 발표됐다. 그 뒤 한 달 만에 전 과정을 한 효모에 통합하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 네이처 제공

 

● 6종에서 21개 유전자 도입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효모 균주에 외부 유전자 21개를 집어넣어 모르핀의 전구체인 테바인을 합성하는 만드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21개 유전자는 모두 6종의 생물체에서 얻었다. 위로부터 이란양귀비, (아편)양귀비, 금영화, 황련, 시궁쥐, 수도모나스 - 사이언스 제공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효모 균주에 외부 유전자 21개를 집어넣어 모르핀의 전구체인 테바인을 합성하는 만드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21개 유전자는 모두 6종의 생물체에서 얻었다. 위로부터 이란양귀비, (아편)양귀비, 금영화, 황련, 시궁쥐, 수도모나스 - 사이언스 제공

그리고 정말 불과 3개월 뒤 스몰케 교수팀이 성공한 것이다. 효모가 모르핀 직전 단계인 테바인(thebaine)을 만들게 하기 위해 도입한 외부 유전자는 무려 21개로 6가지 생명체에서 얻었다. 즉 양귀비 3종(이란양귀비, 양귀비, 캘리포니아양귀비(금영화)), 황련(식물), 시궁쥐(포유동물), 수도모나스(박테리아)다. 효모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유전자조합을 찾다보니 이렇게 모자이크가 된 것이다.

 

연구팀이 이렇게 빨리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몰케 교수팀 역시 양귀비에서 모르핀 생합성에서 결정적인 단계, 즉 (S)-레티큘린을 (R)-레티큘린으로 바꾸는 효소를 파치니 교수팀과는 별개로 찾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사이언스’ 7월 17일자에는 뉴욕대 이언 그레이엄 교수팀이 같은 발견을 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수십 년 동안 실패만 거듭해오던 연구를 세 팀에서 거의 동시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스몰케 교수팀은 지난해 ‘네이처 화학생물학’ 테바인에서 모르핀을 생산할 수 있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에 테바인까지만 합성하는 효모를 만든 건 논란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이 균주에 유전자 두 개를 더 넣어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모르핀계 진통제인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을 합성하는 균주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한편 아르테미신산과 마찬가지로 테바인까지만 만든 뒤 화학합성을 통해 다른 모르핀계 분자를 만드는 게 상업화에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2014년 논문에 따르면 효모가 테바인에서 모르핀을 합성하는 효율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양귀비의 유액은 주성분이 테바인으로, 이를 추출해 합성의 출발물질로 쓰고 있다.

 

현재 테바인 생산성은 배양액 1리터에 6.4㎍에 불과하다. 하이드로코돈의 생산성은 0.3㎍밖에 안 된다. 단계가 추가될수록 수율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수준으로는 효모가 양귀비를 대신할 가능성은 없다. 예를 들어 하이드로코돈 1회 투여량인 5mg을 얻으려면 효모를 만 리터 넘게 배양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지금보다 수율을 10만 배는 높여야 경쟁력이 있다고 썼다. 그럼에도 많은 연구자들은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게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편 아르테미신산과는 달리 모르핀 합성 효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효모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쉽게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이기 때문에(포도주스를 사서 이스트(효모)를 넣고 방치(!)하면 포도주가 된다), 만일 이런 균주가 유출될 경우 마약과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리터에 모르핀 10mg을 만드는 균주가 만들어질 경우 이 효모로 맥주를 만들어 마시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런 효모에 특정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자랄 수 없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효모가 21세기 합성생물학의 총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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