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감시에는 ‘깡통 로봇’이 장땡

2015.08.21 07:00
최현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센서로봇’을 실험용 수조에 띄워 보이고 있다. - 전승민 기자 제공
최현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센서로봇’을 실험용 수조에 띄워 보이고 있다. -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2012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물에 둥둥 뜨는 ‘캡슐 로봇’을 개발했다. 캡술 로봇에 달린 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간단한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송수신기뿐. 필요하면 수온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붙일 수 있다. 말이 로봇이지 사실상 간단한 전자회로 몇 개를 붙인, 길이 30㎝ 정도 되는 원통이다.
 
● 통신 기능 갖춘 단순 로봇, 연구용으로 각광
 
하지만 이 단순한 로봇이 이뤄 낸 성과는 적지 않다. 연구팀은 캡슐 로봇 100대를 제작한 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사이에 흐르는 새크라멘토 강과 샌와킨 강 상류에 이 로봇들을 던져 넣었다. 
로봇들은 강물을 따라 흘러가며 3초마다 유속을 측정해 데이터를 전송했고, 연구팀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강물의 흐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강이 만나는 삼각주에 오염원이 발생했을 때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확산되는지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 강은 캘리포니아 지역 식수의 3분의 2를 공급하는 ‘생명줄’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간단한 통신 기능만 갖춘 탐사용 로봇, 일명 ‘스마트 센서’ 로봇이 각광받고 있다. 복잡한 관절 구조를 갖추고 사람처럼 움직이는 고성능 인공지능 로봇에는 첨단 기술과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반면 기능이 단순한 수십, 수백 대의 군집 로봇은 적은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고 자연에 내던지는 것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센서 로봇은 토네이도 연구에도 쓰였다. 미국 중부지방에 매년 큰 피해를 주는 토네이도를 연구하기 위해 야구공만 한 캡슐을 드럼통에 담아 토네이도가 몰려오는 길목에 놓아 둔 것이다. 일명 ‘토토(ToTo)’로 불리는 이 로봇은 GPS와 통신, 그리고 얼음이 얼어붙는 빙점을 감지하는 기능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순한 로봇이다. 하지만 토토는 수백 대가 한꺼번에 토네이도에 휩쓸려 하늘로 올라가면서 지상으로 데이터를 전송했고, 사람이 직접 측정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 한국형 ‘센서 로봇’ 상용화 임박
 
국내에서도 센서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최현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일 “물 위를 떠다니며 수질 오염을 추적하거나 감시하는 센서 로봇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높이 54cm, 폭 20cm 정도로 UC버클리의 센서 로봇에 비해 다소 큰 편이다. 이는 지형이 복잡한 국내 환경에 적합하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높은 교량 위에서 집어던져도 파손되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만들었다”면서 “수온, 산성도, 탁도, 용존산소량(DO) 등 측정 센서를 동시에 최대 4개까지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센서 로봇은 한번 물에 들어가면 36시간 동안 작동한다. 강 상류에서 센서 로봇 수십 대를 던져 넣으면 강물을 따라 하류로 내려오면서 강 전체의 수질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다. GPS가 달려 있어 조사가 끝난 뒤에는 로봇의 위치를 확인해 건져 올 수 있다. 연구진은 센서 로봇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해 1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최 연구원은 “로봇 양쪽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어 제어 프로그램만 입력하면 임무를 마친 로봇이 정해진 위치에 모이도록 만들 수도 있다”면서 “휴대전화 통신망을 이용해 로봇을 원격조종하거나 데이터를 받는 만큼 활용이 쉽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