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여성 비하말고 창의성을 보여줘~“

2015.08.13 18:00

우리 가요에도 힙합과 랩이 대세가 됐습니다. ‘쇼미더머니’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래퍼를 선발하고 있는데요. 랩배틀을 통한 서바이벌 과정에서 선정적인 퍼포먼스, 불공정한 심사 등의 논란을 낳으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죠.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 잡은 넓은 의미의 ‘힙합’은 과연 무엇인지 과학의 눈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논란과 열풍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  - Mnet 제공
논란과 열풍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  - Mnet 제공

● 90년대 이후 혁신적인 힙합의 등장

 

헐렁한 옷과 삐딱하게 눌러쓴 스냅백, 주렁주렁 걸친 체인 목걸이와 피어싱이 떠오르는 힙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힙합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캐리비안 미국인, 히스패닉계 주민의 커뮤니티에서 태어난 거리 문화에서 출발했습니다. 

 

랩은 힙합의 한 가지 요소로서 즉흥적인 가사를 멜로디 없이 리듬에 맞춰 내뱉듯이 발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프리카, 자메이카 등지에서 랩이 생겨났는데 지금은 미국이 힙합과 랩의 본고장이 됐죠. 실제로 미국 대중음악에서 힙합 음악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진화생물학자 아르망 르루아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변화는 1990년대 초반 랩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시작했다.  - 아르망 르루아 연구팀 제공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진화생물학자 아르망 르루아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변화는 1990년대 초반 랩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시작했다.  - 아르망 르루아 연구팀 제공

● 랩의 특징1: 라임

 

랩의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이 ‘라임’인데요. 각운을 맞춰 말하며 리듬감을 주고, 마치 시처럼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죠. 래퍼들은 전통적인 문법에 따른 운율을 뛰어넘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운율이 랩의 성공을 결정짓습니다. 그들 랩의 대부분은 간결하게 끊어내는 불완전한 운율로 표현되는데 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기술은 래퍼들의 ‘제 2의 본성’이죠.

 

그런데, 이러한 라임을 만들어내는 래퍼들의 어휘력이 시인보다 낫다면 믿어지시나요? 미국의 데이터 과학자 매트 다니엘이 힙합 랩 가사와 셰익스피어 연극 각각에 사용된 3만5000단어 중에 독창적인 단어 수를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셰익스피어가 5100여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동안 래퍼는 6000여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에미넴을 비롯한 래퍼들의 노래를 분석한 결과 16세기 시인보다 가사와 산문을 만드는 데 더 능숙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힙합 아티스트들의 라임 사용법을 분석한 그래픽. 셰익스피어가 5100여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동안 래퍼는 6000여 개의 단어를 사용해 더 풍부한 어휘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 매트 다니엘 연구팀 제공
힙합 아티스트들의 라임 사용법을 분석한 그래픽. 셰익스피어가 5100여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동안 래퍼는 6000여 개의 단어를 사용해 더 풍부한 어휘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 매트 다니엘 연구팀 제공

● 랩의 특징2: 거침없는 ‘디스’

 

랩을 통한 거침없는 공격과 ‘디스’ 또한 힙합의 소소한 재미인데요. 때로는 그 정도가 과해서 욕설과 선정적인 표현이 뒤섞인 랩 가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표현이 많이 나타나는데요. 힙합정신에 걸맞은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여성에 대한 혐오가 강한 이들은 ‘사회적인 루저’라는 것을 밝혀낸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쿠즈네코프 교수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카슈모빅 교슈팀의 연구인데요. 온라인 게임 속에서 능력치가 낮은 남성일수록 여성에 대해 적대시하고 비하하는 공격성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연 온라인 세계에서만의 이야기일까요? 힙합에 등장하는 여성 비하 또한 자유로움을 주창하는 힙합정신과는 무관한 일부 래퍼들의 열등감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쇼미더머니3 - Mnet youtube 제공
'쇼미더머니3' 산이 - Mnet youtube 제공

● 랩의 특징3: 그루브에 몸을 싣는 자유

 

무엇보다 사람들이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신나기 때문인데요. 리듬, 비트가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신나는 음악에 빠지는 이유는 음의 높낮이 보다 빠르기에 있습니다. 성인의 평균 심장박동수인 120bpm(비피엠, 분당박동수)보다 빠른 음악이 흘러나오면 심장박동수가 이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술집이나 상점에서는 빠른 음악을 틀어 사람들의 움직임을 더 부추겨 매출 상승을 유도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힙합과 같은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자연스레 고개가 위아래나 좌우로 끄덕여지며 그루브를 타곤 하는데요. 비트가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 드는 음악을 들을 때 춤을 추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고 합니다. 마치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정의한 ‘결정적 순간’처럼, 음악을 듣고 그루브를 타는 것은 음악의 비트, 감정, 춤추고 싶은 욕구가 맞아떨어진 행동이죠. 춤과 정신, 즉 ‘몸과 마음의 자유’는 우리가 힙합을 듣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 진정한 힙합정신은 무엇?

 

그렇다면 진정한 힙합정신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IT기업가로 변신한 세계적인 힙합 가수 윌아이앰이 구찌와 손잡고 만든 ‘구찌 앤드 아이엠 플러스 스마트밴드’. - 구찌 제공
IT기업가로 변신한 세계적인 힙합 가수 윌아이앰이 구찌와 손잡고 만든 ‘구찌 앤드 아이엠 플러스 스마트밴드’. - 구찌 제공

 

인텔은 2011년 윌아이앰을 창조적 혁신 담당 임원으로 선임했는데요. 그는 미국의 4인조 인기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로서 그래미상을 7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윌아이앰은 인텔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PC 개발에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에는 스마트워치 ‘펄스(Puls)’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패션브랜드 구찌와 손잡고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습니다. 두 제품 모두 스마트폰과 연동 없이도 스스로 통신을 지원해 전화나 문자, 소셜네트워크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음악을 뛰어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로움을 존중하는 힙합의 세계. 윌아이앰은 빈민가 아이들이 과학, 기술, 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는 데 모범이 되고자 IT에 뛰어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여성비하와 욕설이 오가는 쇼의 흥행 속에 우리에게 유행하는 ‘힙합정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방송 팁!)이달 14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쇼미더머니4 8회에서는 버벌진트&산이 팀과 타블로&지누션 팀의 대결이 펼쳐지며, 28일 마지막회 방송은 '스포'를 막기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참고 및 출처]
<음악은 왜 우리를 춤추게 하는가>, 동아사이언스 2015년 06월 19일
<인텔 “힙합 상상력 좀 빌릴까”>, 동아일보 2011년 01월 28일
, 메일온라인 2015년 2월 15일
, 텔레그래프 2015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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