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2. 무서운 공포영화엔 이런 장면 꼭 있다!

2015.07.28 10:11

밤이 돼 스산한 병원 안에 남자는 홀로 남아있다. “끼이익…, 끼익.”  영안실 쪽이다. 공부에 집중하던 한 남자는 순간 소름이 쫙 끼친다. 무섭지만 꾹 참고 영안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끼이익…, 끼익.” 분명히 시체가 들어있는 곳인데 자꾸 저 안에서 문을 열어 달라는 듯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한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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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의 단골메뉴다. 주인공들은 꼭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간다. 그리고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한 곳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관객 입장에서는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공포영화 주인공들이 저러는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친절하게 ‘다음 장면에서는 귀신이 나올 거야’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공포영화의 흥을 떨어뜨릴 것 같지만, 의외로 이런 장면은 관객들의 공포심을 급증시킨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 뇌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뇌에서 두려움과 관련된 대표적인 부위는 ‘편도체’다. (이 말이 편도체가 공포의 담당 부위라는 뜻은 아니다. 148쪽 참조)영국 런던대의 크리스 프리드 교수팀은 1996년, 피실험자에게 행복한 표정과 겁에 질린 표정의 사람을 각각 보여줬다. 그 결과 후자에서만 편도체가 활성됨을 알 수 있었다. 편도체는 공포의 정서적 반응을 신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공포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신경신호를 중계하는 것이다.

 

편도체의 이런 작용은 태어날 때부터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경험을 통해 특정 물체 및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하게 된다. 이를 ‘공포 조건화’라 한다. 공포 조건화는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다. 1920년 미국의 심리학자 존 왓슨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실험을 진행했다. 11개월 된아이를 대상으로 공포를 학습시키는 실험을 한 것이다. 왓슨은 아이에게 흰쥐를 보여주고, 아이가 흰쥐에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등 뒤에서 ‘쾅!’하고 큰 소리를 냈다.

 

아이는 처음엔 흰쥐를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실험이 여러 번 반복되자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흰쥐만 보면 울음을 터뜨렸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유사한 결과다. 그렇다면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나오기 전에 나오는 장면들(주인공이 한 곳을 뚫어지게 본다든가, 화면의 불빛이나 초점이 한 곳에 집중되는 장면들)이 공포 조건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왓슨의 실험에 비유하면 귀신의 전조가 되는 장면이 실험 속 ‘흰쥐’고, 귀신의 등장이 왓슨이 냈던 ‘쾅!’ 소리인 셈이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고자 지난 7월 7일 김성필 UNIST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의 연구실에서 직접 뇌파 실험을 해봤다. 피실험자에게 공포영화 속에서 실제로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과 전조가 되는 장면(주인공이 한 곳을 응시)을 번갈아 보여주며 뇌파를 측정했다. 실험은 100초의 영상(전조 영상 30초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영상 20초, 귀신이 등장하는 30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영상 20초)을 6번 반복해서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전조 장면을 중성 자극(삽입된 전조 장면은 주인공이 한 곳을 응시하는 장면이었다)으로, 귀신 장면은 공포를 자극하는 장면으로 본 것이다. 측정 결과, 뇌파의 활성도는 두 장면에서 모두 치솟았다. 특이한 점은 강도였는데,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평균적으로 1.09배 높았다. 전조 장면을 볼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뇌파의 변화 양상도 유사했다. 즉, 귀신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나 전조 장면이나 우리의 뇌는 별반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뉴욕주립대 ‘감정 연구 센터(CSEA)’의 피터 랭 교수는 2009년 논문에서 실제로 불쾌한 감정(여기엔 공포의 감정이 포함된다)일 때와 그 상황을 상상할 때 각각 편도체의 활성화 여부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불쾌한 감정을 상상했을 때에도 편도체는 실제 경험과 유사한 활성을 보였다. 전조 장면만으로도 관객에게 충분히 공포의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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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목소리, 비결은 음색

 

무서운 장면을 살리는 또 하나의 요소는 ‘소리’다. 공포영화에 있어 소리는, 특히 주인공의 목소리는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아닌 게 아니라 공포영화가 대중적인 영화로 사랑 받는 데엔 ‘호러퀸’들의 역할이 컸다. 공포에 질린 그들의 큰 눈망울과 귀가 아플 정도의 비명소리는 우리를 소름 끼치게 하기 충분했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여배우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귀신을 봤을 때 내지르는 높은 음역대(300Hz 이상)의 목소리와 중요한 대사(‘이 동영상을 보면 죽어…’와 같은)를 하는 통상의 음역대 소리다. 공포감을 조성하려면 두 음역마다 각기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건 음색인데, 높은 음역대의 소리는 거친 음색, 낮은 음역대의 소리는 풍부한 음색일 때 공포감이 극대화 된다.

 

음색은 세 가지 조건에 따라 풍성한지, 거친지가 결정된다. 성대 떨림의 변화가 얼마나 규칙적인지(지터), 음성에 힘이 얼마나 고르게 들어 갔는지(짐머), 청자에게 얼마나 조화롭게 들리는지(NHR)다. 이들을 나타내는 수치가 작을수록 잡음이 덜 들어간 소리이며 이 세 가지 수치가 전부 작으면 풍부한 음색이라고 평가한다.

 

이시훈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논문 ‘목소리 구성 요소의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음색이 빈약한 목소리에 비해 음색이 풍부한 목소리인 경우 화자에 대한 공신력 평가가 더 높다’고 밝혔다. 즉,‘이 동영상을 보면 죽어…’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음색이 풍부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신뢰가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종합해보면 풍부한 음색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를내지를 때는 높고 거칠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여배우가 공포영화의 히로인이 될 확률이 높다(다음 장에서 실험으로 확인해보자).

 

 

○ PLUS - 시대별 호러퀸의 매력은?

 

무서운 장면을 살리는 또 하나의 요소는 ‘소리’다. 미국 뉴욕대 데이비드 포펠 교수팀은 사람의 비명소리가 공포를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 6월 1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명한 영화, 유튜브 영상, 그리고 자원자들의 비명 소리를 녹음해 피실험자에게 들려줬다. 그리고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로 편도체의 활성여부를 관찰한 결과, 비명소리에만 활성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포영화의 호러퀸들은 어떨까? 직접 테스트해봤다.

 

wikimedia.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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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에 성공한 ‘호러퀸’

 

1. 하지원 73.601dB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초의 호러퀸이 아닐까 싶다. 한국 공포영화계의 거장 안병기 감독의 영화 ‘가위’에서는 오금 저리게 하는 귀신으로, ‘폰’에서는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기자 역으로 등장했다. 영화가 개봉했던 2000년, 2002년 기준으로 두 영화는 꽤 흥행에 성공했다.

 

 폰이 개봉했을 당시 연합뉴스에는 ‘하지원 주연의 공포영화 폰이 2주 연속 2위를 차지했으며, 서울 누계 50만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 때 1위를 차지한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

 

2. 임수정 78.954dB


임수정이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은 누적 관객수 314만6217명으로, 공포영화 흥행 1위 기록을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다.

 

3. 박한별 76.922dB

 

예쁜 외모로 데뷔 전부터 유명했던 박한별의 데뷔작은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이다. 여우계단은 누적 관객수 178만 명으로 여고괴담 시리즈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한별은 이후에도 ‘요가학원’, ‘두 개의 달’, ‘분신사바2’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 공포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여배우가 됐다.

 

4. 엄정화 66.009dB

 

엄정화는 2010년 영화 ‘베스트셀러’로 10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엄정화는 이 영화에서 어린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쳐가는 엄마의 모습을 잘 소화해 또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5. 박보영 71.444dB, 강별 75.153dB

 

앳된 얼굴의 박보영이 공포영화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웬걸. ‘미확인 동영상’과 최근 개봉한 ‘경성학교’까지. 총 2편의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미확인 동영상은 누적 관객수 85만 명을 넘겼다. 박보영과 함께 출연한 강별은 신인임에도 당찬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이 많았다. 씨네 21 이주현 기자는 2012년 씨네21 리뷰에서 “동생 정미를 연기한 강별의 존재가 눈에 띈다. 죽음의 공포에 잠식당해 미쳐가는 소녀의 모습을 시원하게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 흥행에 실패한 여배우

 

1. 윤진서 60.854dB, 정유미 59.062dB

 

윤진서와 정유미는 모두 2007년, 영화 ‘두 사람이다’에 출연했다. 영화는 누적 관객수 20만 명으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정유미는 지난해 ‘터널 3D’로 다시 한 번 호러퀸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관객수가 8만 명에 그쳐 고배를 마셔야 했다.

 

2. 고소영 62.368dB

 

‘고소영이 공포영화를 찍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의외로 그녀가 출연한 공포영화는 유명 웹툰작가 강풀의 작품을 영화화한 ‘아파트’다. 당시 원작의 인기와 고소영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호러퀸과, 아쉽게도 흥행에 실패했던 공포영화 여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호러퀸들의 평균적인 고음 세기는 73.636dB이었고 흥행에 실패한 여배우들의 평균은 60.761dB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음에서 음성에 실리는 힘의 세기가 호러퀸이 더 컸다는 의미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드라마 속 악녀들의 음성 특징 및 시청률과의 관계 규명’에서도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의 악녀는 고음의 목소리 세기가 평균 70dB 이상이었다. 음색 차이는 저음에서도 컸다. 음색을 평가하는 수치인 지터, 짐머, NHR, 세 수치 모두 호러퀸이 더 낮았다(세 수치가 낮을수록 음색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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