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테이크를 구워라! 키위로 연하게~ 센불로 촉촉하게~

2015.07.29 18:00

안녕? 저는 신나게 깨 볶고 있는 새댁기자예요. 특별한 날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려고 해요. 연애할 때 고급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비프 스테이크가 떠올랐어요.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육즙과 함께 퍼지던 구수한 향기….

바로 쇠고기 스테이크를 굽기로 결정했지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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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이게 아니야! 프라이팬 뚜껑을 열어보고 경악했어요. 큰 마음먹고 1등급 쇠고기 등심을 구웠는데, 스테이크가 아니라 웬 질긴 가죽이 들어 있는 거예요. ‘어쩌면 맛은 좋을지도 몰라’ 칼로 쓱쓱 써는데 왠지 수상해요. 고기를 썰다가 칼이 부러질 것 같았거든요. 휴~ 겨우 썰어 먹어보니 질겅질겅 꼭 타이어를 씹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맛이 없지?’ 한숨을 쉬던 저는 프라이팬에 흥건히 고여 있는 육즙을 보고 말았답니다.

 

요리책을 펴보니 몇 그램당 몇 스푼, 몇 도에서 몇 분 동안 가열해서 뒤집고…. 재미 없는 얘기뿐이에요. 엄마는 요리책 없이도 매일 맛난 밥상을 샤사삭~ 마술처럼 차리셨는데, 그 손맛을 나는 물려받지 못했나 봐요. 흑흑.

 

잠깐! 그런데 손맛이 도대체 뭘까요? 혹시 손맛에도 과학이 들어 있는 것 아닐까요? 질퍽질퍽하고 질기던 생고기가 맛있게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려면 ‘가장 적합한’ 물리화학 반응을 거쳐야 할 테니까요! 이번 기회에 맛있는 스테이크 굽는 방법을 확실히 배우고 싶었던 저는 과학으로 요리하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답니다.

 

➊ 어떤 재료가 고기를 연하게 만들까요? 사과와 생파인애플, 통조림 파인애플,양파, 콜라, 키위 여섯 가지 재료를 즙으로 내었어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➋ 각각의 즙이 들어간 고기를 30분간 재운 뒤, 미리 달궈 놓은 오븐에 넣어 구웠답니다. 빨갛던 고기가 노릇노릇 익으면서 갈색으로 변했어요. ➌ 드디어 완성! 으흠~, 구수한 고기 향기가 가득 찼어요. 어떤 고기가 가장 연하고 맛있는지 한번 먹어볼까요?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➊ 어떤 재료가 고기를 연하게 만들까요? 사과와 생파인애플, 통조림 파인애플,양파, 콜라, 키위 여섯 가지 재료를 즙으로 내었어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➋ 각각의 즙이 들어간 고기를 30분간 재운 뒤, 미리 달궈 놓은 오븐에 넣어 구웠답니다. 빨갛던 고기가 노릇노릇 익으면서 갈색으로 변했어요. ➌ 드디어 완성! 으흠~, 구수한 고기 향기가 가득 찼어요. 어떤 고기가 가장 연하고 맛있는지 한번 먹어볼까요? - 이정아 기자 제공

 

● 연하고 육즙이 많은 고기가 맛있다


‘사이언스 인 더 키친’.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신원선 교수님이 이끄는 조리과학연구실을 알아냈어요. 연구실 이름처럼 연구원들은 부엌 같은 조리 실습실에서 온갖 재미난 과학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새댁기자는 고기를 맛있게 굽는 법을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맛있는 고기란 무엇일까요?”

 

자칭 고기마니아였던 저는 이 간단한 질문에도 머뭇거렸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맛을 머릿속에 가득 떠올려봤죠.

 

질긴 고기는 근섬유나 결합조직이 단단해 치아에 힘을 주어 씹어도 잘 끊어지지 않아 불쾌감을 주지요. 하얀 지방조직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마블링이 많은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많아 대개 맛있어요.

 

맞아!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고기는 부드럽고 즙이 많아요.

 

육질이 부드러우면 깨물었을 때 치아가 쑥 들어가고, 처음엔 잘 씹히지 않지만 곧 연하게 씹히면서 풍미가 느껴지죠. 한입 물었을 때 촉촉하게 느껴지고, 씹을 때마다 계속 즙이 나오고요.

 

● 고기에 ‘이것’을 넣으면 연해진다!


그런데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마법’이 있대요. 헤헤, 주문을 외는 건 아니고요,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죠. 저와 연구원들은 쇠고기에 어떤 재료를 넣어야 육질이 연해지는지 실험으로 찾아보았어요.

 

먼저 쇠고기 양지머리(소의 앞가슴에서 배 아래 쪽까지 부위)를 100g씩 일곱 덩어리 준비했어요. 하나는 그냥 놔두고(대조군), 나머지에는 각각 키위와 생파인애플, 통조림 파인애플, 콜라, 사과, 양파를 즙으로 내어 22g씩 넣었지요. 30분 동안 고기를 재운 뒤 17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약 13분 동안 구웠답니다.

 

➊ 프라이팬을 미리 달구어 잘 구워진 고기예요. 1분 30초 만에 완성됐어요. 겉은 바삭바삭 알맞게 익어 갈색을 띠고, 속은 육즙이 많이 남아 있어 촉촉했답니다.  ➋수비드는 진공팩에 넣은 고기를 중온에서 오랫동안 데워 육즙을 최대한 지키는 요리법이에요. 이렇게 요리한 고기는 겉이 타지 않아 옅은 갈색을 띠어요. 팬에 구웠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답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➊ 프라이팬을 미리 달구어 잘 구워진 고기예요. 1분 30초 만에 완성됐어요. 겉은 바삭바삭 알맞게 익어 갈색을 띠고, 속은 육즙이 많이 남아 있어 촉촉했답니다.  ➋수비드는 진공팩에 넣은 고기를 중온에서 오랫동안 데워 육즙을 최대한 지키는 요리법이에요. 이렇게 요리한 고기는 겉이 타지 않아 옅은 갈색을 띠어요. 팬에 구웠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답니다. - 이정아 기자 제공

오븐 문을 여니 조리실에 구수하고 향긋한 고기 냄새가 뭉게뭉게 퍼졌지요. 냄새만 맡았는데도 침이 가득 고여요.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소리 없이 꿀꺽 침을 넘기며 고기를 꺼내는 순간, 깜짝 놀랐답니다. 분명히 같은 부위를 같은 시간 동안 재우고 동일한 조건으로 구웠는데, 고기마다 생김새가 달라져 있었거든요.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고기와 대부분의 고기들은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아 집게로 집어 그릇으로 옮길 수 있었어요. 그런데 키위즙과 파인애플 즙을 넣은 고기는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어야 했어요.

 

고기가 연해지다 못해 부스러졌거든요. 놀랍게도 통조림 파인애플 즙을 넣은 고기는 생 파인애플을 넣은 고기에 비해 비교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이번엔 한 조각씩 잘라 입에 넣어봤어요. 키위 즙과 파인애플 즙을 넣은 고기는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렸어요. 무척 부드럽고 달콤했지요. 통조림 파인애플 즙과 사과 즙을 넣은 고기도 연해져서 먹을 만했답니다.

 

하지만 콜라나 양파 즙을 넣은 고기는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고기처럼 질겅질겅 씹어야 했어요. 도대체 고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키위에는 액티니딘, 파인애플에는 브로멜라인이라는 단백질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요. 고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단백질을 잘게 부숴 연하게 만들지요. 이 효소들은 상온에서는 느리게 활동하지만 60~70℃에서는 5배 가량 빨라져요.

 

그래서 고기는 양념에서 재울 때보다 오븐에서 조리하는 동안 급격히 연해진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씹는 맛을 줄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실험으로 알아낸 것처럼 통조림 파인애플은 단백질 분해효과가 비교적 떨어져요. 파인애플을 열처리하는 동안 효소가 파괴됐기 때문이래요. 이외에 파파야, 무화과, 생강에도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소가 들어있답니다.

 

키위로 연하게~ 센불로 촉촉하게~ - 과학동아(일러스트 이철원) 제공
키위로 연하게~ 센불로 촉촉하게~ - 과학동아(일러스트 이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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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수한 육즙을 지켜라!


그렇다면 육즙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우리는 여러 방법으로 고기를 구워 비교를 해보기로 했어요. 차가운 프라이팬에 고기를 넣고 뚜껑을 닫아 약한 불에 굽거나,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고기를 넣어 구웠지요. 차가운 팬에 구운 고기는 겉이 까맣게 그을려서 왠지 뻑뻑해보였어요.

 

실제로 고기가 질기고 안쪽까지 바싹 익어서 말라붙은 나무껍질처럼 퍽퍽했답니다. 미리 예열한 팬에 구운 고기는 겉이 갈색으로 그을리고 향긋한 내가 났어요. 고기를 한입 무는 순간, 입 안 가득 육즙이 퍼지면서 귓가에 캐논변주곡이 울리는 것 같았어요! 센 불로 고기를 짧은 시간 동안 구워 육즙을 지켰기 때문이에요.


적당히 익은 고기보다 겉이 살짝 그을려 갈색의 윤기가 나는 고기가 더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기를 가열하면 표면에 있는 단백질과 당분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고기의 표면이 먹음직 스러운 갈색으로 변하면서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이에요

 

두 가지 실험을 하고 나니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맛있게 구울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어제 보았던 프라이팬이 오늘따라 새롭게 보이네요. 저녁에는 근사한 스테이크로 신랑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어 줄래요.

  

○ 신원선 교수의 요리과학 TIP!

 

고기를 불에 구우면 중심부까지 열이 전달되는 동안 겉 부분은 질겨진다는 단점이 있지요. 만약 고기 전체를 일정한 온도로 천천히 익히면 어떻게 될까요? 전 세계 요리사들은 스테이크를 내열성 진공 비닐팩에 밀봉하고 물에 넣어 낮은 온도(60~75℃)로 긴 시간 동안 익히는 진공저온요리법 ‘수비드(sous vide)’에 주목하고 있어요. 수비드란 진공상태를 뜻하는 프랑스어예요.

 

수비드로 조리한 스테이크는 직접 구운 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향이 난답니다. 육즙이 바깥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고기 조직만 변해 전체가 고루 익기 때문이에요.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더욱 풍부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수비드로 조리한 스테이크를 겉만 살짝 익혀 캐러멜화시키기도 한답니다. ‘키친 인 더 사이언스’에서는 갈비찜, 족발 같은 우리나라 전통음식도 수비드로 요리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 새댁기자가 알려주는 노하우

 

스테이크를 요리해야 하는데 고기를 연하게 만들 재료가 없다고요? 걱정 말아요. 고기 굽기의 달인이 된 제가 방법을 살짝 알려 줄게요! 고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방향으로 결이 나 있어요. 이 고깃결과 직각 방향으로 고기를 자르면 근섬유가 짧아져 씹기가 쉬워진답니다. 칼집을 살짝 내거나 칼 등으로 고기를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고기를 질기게 하는 힘줄이 끊어져 연해지거든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목요일 ‘쿠킹 사이언스’에 이어 이정아 기자의 ‘쿡! 쿡! 맛있는 과학’를 연재합니다. 2013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요리 속에 담긴 과학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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