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나도 몰라

2016.06.18 16:00

연애를 글로 배운 소년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소년은 소개팅을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소년은 주선이 들어오는 족족 나갔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공률이 영 아닌 겁니다. 일단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오는 경우도 흔치 않았고, 마음에 들 때는 상대 쪽에서 퇴짜를 놓기 일쑤였습니다.

사실 소년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솔로로 남아 있는 친구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은 함께 한탄하곤 했습니다. 머리를 모아 문제가 뭔지 고민했지만, 고만 고만한 수준의 머리가 모여서 나올 결론이야 뻔했습니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가 받쳐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게 안된다는 거였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소년도 상대 여성이 못생겨서 퇴짜를 놓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쓸데없이 어디서 주워 읽은 것만 많은 소년은 이런 성향을 정당화하는 진화심리학 이론도 알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여성을 찾기 때문에 신체에 관심이 많다는 거지요.

 

젊은 나이, 붉은 입술, 잘록한 허리와 둥근 엉덩이처럼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특징은 주로 여성의 건강과 생식 능력을 알려주는 단서거든요.

 

반대로 여자는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를 봅니다. 남자의 경제력, 지위, 야망 같은 요소로 판단하는 거지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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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나 여자나 똑같다

하지만, 홀로 집에 돌아온 소년은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말이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 그런 경우도 많았거든요. 소년도 다른 매력이 연애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미녀와 사귀는 남자를 보면서 ‘저 녀석은 분명히 돈이 많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도 타인을 속물로 만들어 스스로 위안하는 행위에 가까웠지요.

밤이 깊었지만, 소년은 잠을 청하지 않고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성을 볼 때 무엇을 보고 고르는지, 정말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조건을 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뒤진 소년은 논문을 하나 찾았습니다.

 

2008년 ‘성격과 사회심리학’에 실린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의 논문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대학생이 참여한 스피드데이팅 실험을 통해 남녀가 각각 선호하는 이성의 조건과 실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이성의 조건을 조사했습니다.

먼저 사전 설문조사로 선호하는 이성의 조건을 조사했습니다. 예상대로 남자는 여자의 신체적인 매력을, 여자는 남자의 경제적인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놀랍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스피드데이팅으로 상대를 고를 때는 선호하는 이성의 조건에 성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자라고 해서 예쁜 여자만 찾는 게 아니고, 여자도 능력있는 남자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외모가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한 한 참가자도 실제로 선택할 때는 예쁜 여자를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소년의 경험과도 일치했습니다. 소년 역시 예쁜 여자가 좋았지만, 막상 만나보면 뭔가 다른 이유 때문에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남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예쁘거나, 돈이 많아서 좋아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상대방의 신체적 매력이나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는 우리 생각만큼 남녀의 차이가 없습니다. 로맨스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는 외모, 돈, 취미, 성격, 생활환경 등 여럿이 있지만, 결국 우리는 그런 요소를 종합해 자기에게 적합한 짝을 찾고 있는 셈입니다.

 

 

  -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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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건은 그저 조건일 뿐

소년은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가 남녀 관계를 너무 단순화시킨 공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년은 위안이 되는 연구를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2011년 미국 브리검영대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입니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1734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돈을 좋아하는 정도와 행복도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부부가 10~15% 더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5쌍 중 1쌍 비율로 남편과 아내가 모두 물질을 중시했습니다. 이런 부부가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 때문에 생기는 갈등 역시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돈이나 외모가 다는 아닌 겁니다. 그러나 소년의 고민이 이걸로 끝난 건 아닙니다. 선입견은 없앨 수 있었지만, 더 큰 고민이 생겼거든요. 차라리 한 가지만 보는게 낫지 두루두루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는 건 더 어렵다는 겁니다.

 

짝을 찾을 때 선호하는 특성이 정해져 있다면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수 있는데, 이건 뭐 어쩌라는 건가요? 외모도 적당해야 하고, 능력도 적당히 있어야 하고, 성격도 원만해야 하고 등등.

그래도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는 상대방은 고사하고 우리 마음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겁니다. 평소에 이런저런 조건을 내세워봤자 아무 소용 없어요. 막상 닥치면 생각지도 못했던 면에 마음이 끌리거든요. 그저 열린 마음으로 차분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나와 맞는 짝이 나타날 거예요. 그런 기대를 안고 소년은 오늘도 소개팅을 나간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에 이어 ‘로맨틱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연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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