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알겠는데 RNA는 뭐지?

2015.06.09 22:08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최고의 이슈가 된 요즘,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메르스 관련 기사를 읽고 있으면 자주 볼 수 있는 용어가 하나 있는데요. 알듯말듯한 ‘RNA’입니다. 메르스가 RNA 바이러스라느니, RNA는 불안정해 변이가 쉽다느니, 별 다른 배경설명 없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DNA는 익숙한데 RNA는 뭐지?’라고 생각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에 독자분들이 메르스 기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RNA가 무엇이고, DNA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RNA 바이러스는 왜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지 등 관련된 설명을 간추려보겠습니다.

 

 

◇ DNA로 단백질 만들기까지 매개 역할

 

흔히 알고 있듯 DNA는 개개인마다 다른, 고유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유전 정보는 어떠한 세포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몸속 장기부터 전체적인 모습까지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적재적소에 만들기 위한 정보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DNA가 지령한 정보를 ‘해석’한 뒤, 단백질을 만드는 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DNA로부터 유전 정보를 복사한 뒤 세포핵 밖으로 가져나오는 mRNA - 위키미디어 제공
DNA로부터 유전 정보를 복사한 뒤 세포핵 밖으로 가져나오는 mRNA - 위키미디어 제공

그러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RNA인데요. 비유하자면 신제품을 만드는 설계자(DNA)가 있다고 합시다. 그럼 누군가가 설계도면을 공장에 가져다 줘야 합니다. 공장의 기술자들은 전달된 도면을 보면서 필요한 재료(아미노산)를 주문하고, 재료가 공장에 도착하면 설계 도면에 맞게 조립해서 완제품(단백질)을 만들어 낼 겁니다.

 

단계별로 보자면 DNA의 설계도면을 공장에 전달하는 RNA가 있습니다. 이 RNA는 전령(messenger)의 앞 글자를 따서 mRNA라고 부릅니다. 또 공장에서 주문한 재료를 구해 기술자에게 가져다주는 RNA도 있습니다. 운반자(transfer)라는 뜻으로 tRNA라고 부릅니다. tRNA가 가져온 재료들을 활용해 설계도면에 따라 완제품을 만드는 RNA는 rRNA라고 하는데요. 앞에 ‘r’이 붙은 건 공장의 이름, 즉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기관의 이름이 리보솜(ribosome)이기 때문입니다.

 

 

◇ RNA가 DNA보다 불안정한 이유

 

이밖에 다양한 종류의 RNA와 그 역할들이 최근 생명과학의 연구로 속속 밝혀졌습니다만 여기까지만 알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RNA와 DNA의 차이는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RNA는 리보핵산(RiboNucleic Acid)의 약자입니다. 리보핵산은 ‘리보오스(ribose)’라고 부르는 당 분자에, 인산과 염기가 붙은 구조입니다. 반면 DNA는 다른 부분은 다 동일한데 리보오스가 아닌 ‘디옥시리보오스(deoxyribose)’를 갖고 있습니다.

 

RNA(왼쪽)와 DNA의 화학구조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RNA(왼쪽)와 DNA의 화학구조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화학 구조를 보면 RNA나 DNA나 구별이 안 될 만큼 비슷한데요, 서로 다른 그림 찾기 하듯이, 양쪽을 비교하면 한 곳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RNA의 리보오스에 수산기(-OH)가 붙어있는 위치에, DNA의 디옥시리보오스에는 ‘산소가 빠진’ 수소(-H)가 붙어있습니다. DNA의 디옥시리보오스라는 이름은, 산소(oxy)가 빠졌다는 뜻의 ‘디옥시(deoxy)’가 리보오스 앞에 붙은 겁니다.

 

바로 여기에서 RNA와 DNA는 중요한 차이를 갖는데요. RNA가 갖고 있는 수산기(-OH)는 화학 반응에 적극적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남들과 반응을 잘한다는 건, 다양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불안정하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DNA의 디옥시리보오스처럼 다른 원소와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웬만해선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타가 나도 수정 못하는 RNA 바이러스

 

이처럼 RNA 분자구조는 DNA에 비해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RNA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키는 현상은 또 다른 얘깁니다. RNA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데기로 RNA를 감싼 형태의 바이러스인데요. 대부분의 RNA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동안 돌연변이가 발생해도 이를 고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즉 유전 정보를 베껴쓰는 과정에서 오타가 나와도 수정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DNA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오타를 감지하고 수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왼쪽)와 개기일식 때의 코로나 - NIH, Ross Berteig(위키미디어) 제공
코로나 바이러스(왼쪽)와 개기일식 때의 코로나 - NIH, Ross Berteig(위키미디어) 제공

이 때문에 RNA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DNA 바이러스의 10만에서 100만 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RNA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열쇠를 만들어 놓아도 금세 자물쇠가 바뀌는 것과 같습니다. RNA 바이러스에는 에볼라, 에이즈, 구제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있는데요.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메르스나 사스도 여기에 속합니다. 주목할 점은 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돌연변이 수정 기능이 일부 있다는 점인데요. 그만큼 변이 확률이 여타 RNA 바이러스에 비해 낮습니다. 이름에 ‘코로나’가 붙은 건, 바이러스의 모양이 마치 개기일식 때 태양을 가린 달 주변으로 빛(corona)이 나오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읽어볼 기사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면 님이 되는 이유>, 동아사이언스 2008년 07월 16일자
<모여라, RNA 패밀리!>, 과학동아 2006년 10월호
<메르스 치사율, 한 자리 숫자일 듯>, 동아사이언스 2015년 06월 01일자

<메르스, SFTS, 에볼라…인류 위협하는 ‘RNA 바이러스’>, 동아사이언스 2015년 06월 05일자

 

참고기사
<생물과 무생물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는가>, 동아사이언스 2015년 06월 05일자
<게놈 속의 ‘잠자는 개’를 깨우지 마세요>, 동아사이언스 2015년 01월 12일자
<변이 많은 RNA바이러스, 구제역>, 동아사이언스 2011년 01월 10일자
<신종플루 독성 낮지만 오래갈것>, 동아사이언스 2009년 05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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