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듣는다 11]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연구에 도전해야”

2015.05.26 18:00
12일 열린 제5회 과총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박영아 KISTEP 원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연구가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12일 열린 제5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박영아 KISTEP 원장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연구가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선박…. 15년 전과 현재의 국내 주요산업을 비교하면 돌려 막기 수준입니다. 그동안 새로운 산업으로 평판 디스플레이를 하나 넣은 정도지요. 추격형 경제 모델은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새 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야 합니다.”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5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국가발전포럼에서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1992년부터 진행된 G7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등을 주력산업으로 길러 이제껏 잘 버텼지만 이 프로젝트 이후에 나온 산업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이어서 “신산업을 창출할 방안에는 여러 답이 있겠지만 결국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중동 사막에 갔던, 영일만에 포스코를 만들었던 용기와 도전 정신,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뒤 박 원장과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구글X의 협력을 예로 들어 국가 연구소와 민간 연구소가 점점 협력하는 추세라고 하셨습니다. 국내 연구도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은 이미 혁신의 한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는 산학연과 과학기술 관련 부처들, 작게는 모든 연구소 등 혁신 주체 간의 벽을 허물고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비단 저만이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NASA나 구글, 영국의 SANDPIT과 같은 사례에서 국가와 민간의 협력 이상의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와 기업의 고유 영역과 권한이 점차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입니다. NASA는 우주 발사체 개발을 민간에 이양했고, 민간 기업인 아마존, 구글 등은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SANDPIT에서는 국가 연구과제 선정에 민간인들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평가합니다. 각 혁신 주체가 영역과 권한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는 것이 진정한 개방형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 G7 프로젝트 이후에는 신산업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누가 앞서가는 것을 보고 그 경로를 그대로 따라 간다면 새로운 시장은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연구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열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정부가 세운 13대 미래성장동력 중 우리나라 기술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진국과 거리를 좁히고 더욱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핵심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연구자들 역량을 집중하면 기술 격차를 차츰 줄여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결국 기술 선도국을 쫓아가는 데 그치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성 있고 앞서갈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할 수 있는 고위험 혁신적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최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들은 실패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선정, 평가, 관리뿐만 아니라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는 데에도 기존의 제도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습니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술개발을 리드할 수 있는 과학기술 정책의 퍼스트 무버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혁신적 기술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혁신적 과학기술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혁신은 아직 기존 거버넌스나 부분적인 혁신에 집착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 미래 신산업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짧게는 창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제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구현해주는 ‘이네이블러(enabler)’가 돼야 할 것입니다. 주로 기술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좀 더 긴 시각으로 보자면,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은 신산업과 신시장 창출을 위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지식 플랫폼을 구축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주로 과학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으나 과학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새로운 과학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 그리고 기술이 접목돼야 지식 플랫폼의 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과학기술의 역할을 짧게 보지 말고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신산업과 신시장은 사람에게서 나오고, 앞으로 창출될 새로운 가치는 과학기술적 지식과 그 외의 여러 지식들이 융합된 사람에게서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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