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기적의 시축’ 만든 니콜렐리스 교수

2015.05.20 07:00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제공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제공

“(발에서)공이 느껴졌어요(I felt the ball).”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브라질 청년 줄리아누 핀투 씨(30)는 지난해 6월 12일(현지 시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엑소스켈리턴(외골격) 로봇’에 몸을 싣고 시축을 한 뒤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10년 동안 하반신 마비 환자로 지낸 그는 ‘생각의 힘’을 사용해 ‘다리’를 움직였다.


“핀투는 이날 시축을 위해 축구장에서 55차례나 킥을 연습했어요. 브라질 축구선수보다 훌륭한 킥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단 2m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어요. 정말 감격적이었습니다.”


1년 전 순간을 회상하며 미겔 니코렐리스 미국 듀크대 의과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커다란 두 손을 기도를 하듯 꼭 쥐었다.


20, 21일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SDF2015)에 기조강연자로 나서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니코렐리스 교수를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났다.


그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공학 분야를 개척했다. 1999년 쥐가 자신의 생각을 이용해 로봇팔을 움직여 먹을 것을 얻도록 한 실험을 시작으로 2008년엔 미국에 있는 원숭이가 생각을 통해 일본에 있는 로봇 다리를 움직이도록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동물이 몸을 움직이고자 할 때 뇌가 만들어 내는 신호인 뇌파를 인식해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다.


니코렐리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목표는 두 가지라고 털어놓았다. 한 가지는 뇌의 기능과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연구 결과를 응용해 사고나 파킨슨병 등의 이유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환자들을 돕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스마트폰이 흔히 쓰이듯 머지않은 시간 내에 외골격 로봇이 보편화돼 많은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 스스로가 생각의 힘을 통해 외골격 로봇을 움직이는 것이 로봇 다리뿐 아니라 실제 다리를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로봇 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는 상상을 집중해서 하다 보면 마비가 된 다리가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니코렐리스 교수는 “지난해 시축을 한 줄리아누는 1년간 계속 훈련을 해 걷지는 못하더라도 허공에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뇌의 일부가 훼손되더라도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넘겨 받아 역할을 수행하는 뇌의 특징(뇌 가소성) 덕분이다.


최근 니코렐리스 교수는 여러 대상이 하는 생각을 하나로 합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원숭이 3마리가 뇌파로 로봇팔을 함께 움직이는 실험이 그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20일 기조강연을 한다.


“쥐가 생각의 힘으로 로봇팔을 움직인 지 불과 15년 만에 하반신 마비 환자가 로봇 다리를 움직여 시축을 했습니다. 또 이제는 뇌와 뇌를 서로 연결했어요. 앞으로 15년 후엔 또 어떤 발전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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