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후덜덜한 ‘스태미나’, 그 비결은?

2015.05.07 18:00

매년 5월 둘째 주 주말은 ‘세계 철새의 날’입니다. 올해는 9일과 10일이 이 날에 해당하는데요. 철새와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에서 국제기구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성물새협정 사무국, 이동성야생동물보호협약 사무국 등이 2006년부터 기념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관찰되는 조류 500여 종 가운데 약 380종이 철새라고 하는데요. 매년 이 시기 전라남도 홍도와 흑산도에는 청다리도요사촌, 노랑머리할미새, 직박구리 등 다양한 철새가 모여든다고 합니다. 이 두 섬은 시베리아, 알래스카 등으로 넘어가기 전에 꼭 한 번은 머무르는 휴게소 역할을 하는데요. 한반도 철새의 약 80%가 거쳐 가는 중요한 서식지입니다.

 

흔히 철새라고 하면 대만, 베트남 등 한반도 인근 동남아시아에서 쉬엄쉬엄 넘어오는 새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철새는 우리가 막연히 짐작하는 범위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거침 없이 이동합니다. 생각해보면 참 경이로운 능력인데요. 아무런 도움 없이, 맨몸으로 대륙과 대륙을 횡단하고, 남반구와 북반구를 넘나드는 그 대단한 능력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오늘 DSINSIDE에서는 사람보다 우월한 그들의 숨은 능력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서울~뉴욕 거리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스태미나(지구력)

 

철새들의 이동 경로. ‘큰뒷부리도요’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출발해 한반도에 잠시 머문 뒤, 시베리아, 알래스카까지 6000km 거리를 날아간다. 9월에는 다시 호주와 뉴질랜드로 복귀하는데 1만km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비행한다. - 과학동아 제공
철새들의 이동 경로. ‘큰뒷부리도요’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출발해 한반도에 잠시 머문 뒤, 시베리아, 알래스카까지 6000km 거리를 날아간다. 9월에는 다시 호주와 뉴질랜드로 복귀하는데 1만km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비행한다. - 과학동아 제공

봄철 우리나라에 머무는 ‘큰뒷부리도요’라는 새는 지난 겨울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보냈습니다. 이 새는 중간 기착지인 한반도에 한 달 반 동안 머물면서 영양분을 보충한 뒤 시베리아, 알래스카 등지로 약 6000km를 날아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9월에 다시 이곳을 출발해 호주와 뉴질랜드로 복귀하는데, 무려 1만km가 넘는 거리를 열흘에 걸쳐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참고로 서울과 뉴욕 사이의 거리가 1만 1000km쯤 됩니다. 북극제비갈매기란 새도 가을이 되면 이런 식으로 그린란드를 출발해 대서양을 가로질러 남반구로 이동합니다. ‘지구의 방랑자’로 불리는 붉은가슴도요도 한 해 약 3만km를 왕복하는 새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2. 몸무게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새이지만 스태미나 넘치는 능력자, 큰뒷부리도요. 이 새는 장거리 비행 전 단기간에 몸무게를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 - Andreas Trepte(www.photo-natur.de) 제공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새이지만 알고보면 스태미나 넘치는 능력자, 큰뒷부리도요. 이 새는 장거리 비행 전, 단기간에 몸무게를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 - Andreas Trepte(www.photo-natur.de) 제공

철새는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날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둬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큰뒷부리도요는 출발하기 전, 본래 체중의 2배 가까이 몸을 불린다고 하는데요. 이때 주로 지방을 집중적으로 축적합니다. 같은 질량일 경우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에 비해 에너지를 가장 많이 내기 때문입니다. 붉은가슴도요도 매일 체중을 5%씩 늘려 보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립니다. 축적한 지방이 거의 고갈되면 홍도나 흑산도 같은 중간 기착지에서 쉬었다 가야 하는데요. 이 새의 경우 약 1~2주 쉬는 동안 120~130g이던 체중을 185~200g까지 늘립니다.

 

 

3. 자외선까지 볼 수 있는 시력

 

새는 머리에 비해 안구가 커서 시력이 좋을 뿐 아니라 자외선까지 볼 수 있다. 독수리의 안구 지름은 사람의 두 배 수준인 46mm로 알려졌다. - Tony Hisgett 제공
새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또 머리에 비해 안구가 커서 시력도 좋다. 독수리의 안구 지름은 사람의 두 배 수준인 46mm로 알려졌다. - Tony Hisgett 제공

철새는 사람이 볼 수 없는 자외선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망막에는 빨강, 초록, 파랑 세 종류의 광수용기(원추세포)가 있어 다양한 색을 구별할 수 있는데요. 새의 망막은 이 외에 자외선을 흡수하는 광수용기를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자외선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먹잇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게다가 새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시력이 좋다고 합니다. 가령 물수리라는 새는 60~90m 높이에서 바다 속 작은 물고기를 포착해 사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머리 크기에 비해 유독 안구가 큰 게 비결이라는데요. 안구가 크면 망막에 맺히는 시각정보도 크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습니다. 독수리나 매의 안구 지름은 사람(24mm)의 두 배 수준인 46mm입니다.

 

 

4.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잠드는 능력

 

물속에서 잠을 자는 고래는 호흡을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뇌의 반만 잠들기 때문에 이런 행동들이 가능하다. 새에게도 뇌의 절반씩 잠이 드는 능력이 있다. - Ed Lyman(flickr.com) 제공
물속에서 잠을 자는 고래는 호흡을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뇌의 반만 잠이 들기 때문에 이런 행동들이 가능하다. 새에게도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잠이 드는 능력이 있다. - Ed Lyman(flickr.com) 제공

우리나라 해병대의 신병 교육 중 가장 악명 높은 건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훈련하는 코스입니다. 그런데 철새는 이런 능력을 아예 타고났습니다. 가령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열흘 간 쉬지 않고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 같은 새들도 잠을 자긴 자야 하는데요. 언제 잘까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고래와 유사하게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잠을 자는 ‘가수면’ 상태에서 비행하는 것으로 일부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 서던미시시피대 연구진은 철새에게 실제 이런 능력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는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5. 제 6의 감각, ‘자각’

 

V자 모양을 이루며 이동하는 철새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인간이 갖지 못한 자기장 감지 능력으로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한다. - John Benson(flickr.com) 제공
V자 모양을 이루며 이동하는 철새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인간이 갖지 못한 자기장 감지 능력으로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한다. - John Benson(flickr.com) 제공

철새는 인간이 갖지 못한 제6의 감각이 있습니다. 일명 ‘자각’이라고 부르는데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입니다. 조그마한 나침반 하나를 뇌 속에 갖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런 도구 없이 먼 거리를 오가는 철새는 별빛이나 태양광, 바람, 지구 자기장 등을 읽어내며 이동 경로를 잡는데요. 1996년 독일 연구진은 자기장 감지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독일 올덴부르크대도 지난해 5월 ‘네이처’에 흥미 있는 논문을 실었는데요. 유럽울새라는 철새 주위로 50kHz~5MHz 대역의 전자파를 쏘는 실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유럽울새의 자기장 감각이 교란돼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하네요.

 

 

관련기사 및 출처

<작지만 끈질긴, 가볍지만 정교한>, 과학동아 5월호

<네이처, 전자파가 새를 '길치'로 만든다>, 동아사이언스 2014년 5월 18일자

<새봄 맞아 한반도 찾는 철새들>, 동아사이언스 2010년 4월 8일자

<평생 달까지 3번 왕복하는 북극제비갈매기>, 동아사이언스 2010년 2월 3일자 

<천하무적 큰뒷부리도요새>, 동아사이언스 2009년 4월 7일자

<반쪽 뇌를 활용하는 철새>, 동아사이언스 2008년 11월 10일자

<철새의 매력 포인트는 뱃살>, 동아사이언스 2007년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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