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모법’ 필요없는 날 올까

2015.04.24 07:00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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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1명과 엄마 2명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가 3명인 아이. 영국에서는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영국 상원은 2월 이른바 ‘세 부모법(Three parent baby law)’을 통과시켰다.


세 부모법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산모가 다른 여성으로부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기증받아 체외수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안이다.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있는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시각장애와 근위축증, 당뇨병 등 유전질환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부모의 체외수정을 허용한 건 영국이 처음이다.


세 부모 체외수정에는 핵 치환 방식을 사용한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산모의 난자에 있는 핵을 집어넣고, 여기에 아버지의 정자를 추가해 수정란을 만든다. 비록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다른 여성에게서 온 것이지만 핵은 양쪽 부모의 것인 만큼 유전질환은 예방하면서도 부모의 유전자를 아기에게 물려줄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여성에게서 난자를 제공받아야 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최근 미국 솔크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세 부모법을 실현시킬 다른 방식을 고안해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23일 자에 발표했다. 이는 ‘유전체 교정(Genome Editing)’으로 불리는 기법으로 글이나 영상을 잘라내고 붙여 편집하듯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체외수정으로 얻은 암컷 쥐의 배아에서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만 찾아내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를 넣었다. 그 결과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모두 제거됐다. 연구진은 이 배아를 이용해 실제로 유전질환이 없는 건강한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


후안 벨몬테 솔크연구소 교수는 “문제가 있는 미토콘드리아만 제거하면 건강한 난자를 제공받지 않고도 유전질환 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람에게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뇌질환 중 하나인 운동실조증(失調症), 색소성망막염 등 유전질환을 앓는 환자의 세포로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 세포에서도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만 잘려 나갔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과 교수)은 “유전체 교정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교정해 정상으로 만드는 방식”이라면서 “이 연구에서는 교정 과정 없이 미토콘드리아를 바로 제거하는 만큼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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