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치료제’에 다 건 日] 유도만능줄기세포 임상 최전선, 고베 이화학연구소 르포

2015.04.17 07:00
다카하시 마사요 프로젝트 리더는 지난해 9월 iPS 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주도했다. - 고베=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다카하시 마사요 프로젝트 리더는 지난해 9월 iPS 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주도했다. - 고베=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일본 국민 모두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좋아합니다. 2012년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이 ‘터닝 포인트’가 됐죠.”


8일 일본 고베 시 남쪽 인공 섬 포트아일랜드에 있는 이화학연구소(RIKEN)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CDB)에서 만난 다카하시 마사요(高橋政代) 그룹리더는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iPS세포 치료제를 상용화시키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iPS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면서 주목 받았다. iPS세포는 차세대 ‘만능 치료제’로 불린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그를 ‘올해의 10대 인물(Natrue's 10)’로 꼽았다.

 


● 줄기세포 이식수술로 실명 위기 막아

 

지난해 수술을 받은 환자는 효고 현에 사는 70대 여성. ‘삼출성 황반변성’이라는 난치병 말기로 실명 직전이었다. 삼출성 황반변성은 눈의 망막에까지 혈관이 자라면서 빛이 맺히는 황반을 파괴해 시력을 잃는 질환으로 환자의 90%는 실명에 이른다.


이식 수술을 직접 집도한 구리모토 야쓰오 안과 총괄부장 - 고베=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이식 수술을 직접 집도한 구리모토 야쓰오 안과 총괄부장 - 고베=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다카하시 그룹리더는 환자에게서 피부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iPS세포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이 iPS세포를 혈관으로 파괴된 황반에 이식하기 위해 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켰다.  이식수술은 다카하시 그룹리더의 교토대 의대 동기이자 25년 지기인 구리모토 야쓰오(栗本康夫) 첨단의료센터병원(IBRI) 안과 총괄부장이 맡았다. 구리모토 부장은 “세포를 한 덩이씩 이식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인 만큼 돼지와 토끼, 원숭이 눈으로 50~60회 연습했다”면서 “현재 환자는 실명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황반변성 초기 환자에게 iPS세포를 이식한다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iPS세포는 특정한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만든 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제작 과정에 난자가 필요 없어 윤리적인 논란에서 자유롭다. iPS세포 제작 과정에 쓰이는 단백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카하시 그룹리더팀은 실험용 쥐 100마리 이상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증 실험을 진행해 iPS세포가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日 정부 ‘재생의료법안’ 만들며 전폭 지원


iPS세포의 이식 수술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물심양면으로 연구와 임상을 도운 일본 정부가 있다. 다카하시 그룹리더는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세계적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될 당시 충분한 기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있다”면서 “iPS세포는 일본 과학자가 개척한 만큼 이 분야에서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관련 법안을 새로 만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재생의료법안’이 있다. 재생의료법안에 따르면 iPS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재생의료 분야 신약은 안정성만 확인되면 조기에 시판할 수 있다. 막대한 돈이 드는 임상시험 때문에 이전까지 엄두를 낼 수 없던 소규모 연구소나 벤처에게도 재생신약을 시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카하키 그룹리더는 “재생의료법안 덕분에 10년이 걸린 iPS 세포 치료제가 5년 뒤면 상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지난해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하며 전세계를 경악시킨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의 후폭풍도 피했다. 오보카타 박사가 이곳 센터 소속이었던 만큼 센터 전체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다. 하지만 iPS세포 예산은 줄지 않았다. 다카하시 그룹리더는 “RIKEN과 재생의료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던 당시 분위기에서도 정부가 잘 이해하고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식 수술 비용 1000분의 1로 줄일 것”


다카하시 그룹리더의 다음 목표는 타인의 iPS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타가이식’이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iPS세포를 만드는 자가이식은 세포 배양에서 수술까지 최소 10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타가이식의 경우 이 기간을 4개월로 줄일 수 있다. iPS세포를 미리 만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년 뒤 iPS세포를 이용한 망막 타가이식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타가이식이 가능해지면 수술비용이 1000분의 1로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인의 줄기세포에 환자가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는 “아시아인의 경우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체계가 유사하고, 일본인 한 명에게서 줄기세포를 얻으면 일본 인구의 8%에게 이식할 수 있다”면서 “망막이나 신경계 등 면역반응이 비교적 약한 부위의 질환부터 선도적으로 연구해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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