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멍멍멍 내 마음 알겠니?

2015.04.07 18:00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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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3월 한 사람이 이웃집의 개를 전기톱으로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맹견이 자신이 기르는 개를 공격하자 전기톱으로 공격해 죽였던 것입니다. 이에 ‘다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잔혹했다’는 주장이 대립하며 한동안 여론을 달궜습니다.


혀를 끌끌 차며 뉴스를 보던 저는 재미있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죽은 개에게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애니멀 커뮤티케이터에게 의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죽은 개에게 상황을 물어보다니요? 이건 무슨 소리랍니까?


이때 저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처음 명칭만 들었을 때는 동물행동학 같은 것을 전공한 전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물에 대해 연구를 했다고 해도 개에게 사건의 정황을 들어본다는 건 무리다 싶었습니다. 그 뒤의 일이 어찌 됐는지 궁금해 동물사랑실천협회 홈페이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4월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박모 씨가 교감한 내용이 올라와 있더군요.


또순이(살해당한 개)와 직접 대화한 것처럼 글을 썼습니다. 또순이가 “나는 원래 사람에게 친절한 성격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다. 그날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해 이웃집에 놀러갔을 뿐인데 그 집 개가 가라고 짖어서 나도 왜 그러냐고 대꾸했을 뿐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죽은’ 개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대화 내용을 보니 “우리를 겉으로 보고 판단하지 말아라. 당신들의 겉모습도 아름답지 않다”처럼 개가 했으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말도 있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습니까?


● 죽은 개가 말을 한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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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니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사람들에게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동물행동학인 줄 알았더니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심령술로 빠졌으니까요. 좀 더 찾아보니 TV프로그램인 ‘동물농장’에서 이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다룬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동물의 속 마음을 알아맞히거나, 심지어는 사진만 보고도 그 동물의 심정을 알려준다고 하네요.


동물을 직접 만나보고 행동을 관찰한 뒤에 동물의 마음을 판단한다는 주장을 가지고 까칠하게 굴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애완견을 키우시는데, 함께 있다 보면 녀석이 뭔가 잘못해서 눈치를 보고 있다거나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주 옳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적인 지식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동물의 마음이라는 게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라” 같은 고차원적인 생각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동물의 사고력이나 수리능력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아직까지 동물이 철학적인 사고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동물의 억울한 마음을 알아낸 뒤 인간의 언어로 풀어낸 거라고 해 보지요. 그게 진짜 동물의 생각인지 어떻게 증명할까요?


서점으로 달려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책을 찾아봤습니다. 아멜리아 킨케이드, 리디아 히비 같은 해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와 위에서 나온 박모 씨의 책이 나와 있었습니다. 동물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궁금해서 그 부분을 찾아봤습니다.


‘교감’을 강조하더군요. 그런데 그 방법이란 게 거의 텔레파시 수준이었습니다. 동물의 행동을 근거로 속마음을 추측하는 것을 넘어서 교감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의식은 에너지 파동을 따라 흐른다”고 원리를 설명합니다. 누누이 얘기하듯이 ‘에너지’, ‘파동’ 같은 건 사기꾼이나 사이비 과학자들이 아무렇게나 잘 갖다 붙이는 단어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동물의 몸에 흐르는 전류와 주파수를 맞춰서 교감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심장에 주목한다고 하더군요. 약간 더 과학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역시 말도 안 됩니다. 심전도계로 사람의 마음을 읽었다는 소리는 못 들었습니다.


● 동물을 좋아해도 오버는 금물


책에 언급된 여러 가지 사례는 믿기 어렵습니다. 아픈 동물과 교감을 하니 그 동물이 자기가 폐렴에 걸렸는지, 암에 걸렸는지, 혹은 뭘 잘못 삼켰는지 알려줬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이 ‘기적의 치유’를 행사해 주인의 병을 낫게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다 못해 너무 띄워주고 있습니다. 과유불급인 법이지요.


영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죽은 동물과 대화한다는 거지요. 이쯤 되면, 하아,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영혼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거든요. 영혼이 존재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죽은 또순이의 마음이라고 들려주는 말이 가슴에 아릴지언정, 말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전하는 메시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수단이 이렇게 엉터리라면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전하는 동물의 마음이 정말 동물의 마음일까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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