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듣는다 3] “기술과 기업이 국민 행복의 1순위”

2015.03.25 18:00

 

제1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에서 강연 중인 김태유 교수.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제1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에서 강연 중인 김태유 교수.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19세기 조선은 미국과 연합해 일본을 견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조선을 차지하길 바라 1905년 ‘카츠라-태프트 밀약’을 맺었지요. 미국이 조선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기술도, 기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푸트 주조선미국특명전권공사의 보고서에는 조선에 ‘사람 머리털’과 ‘전복 껍질’ 등이 있다고만 나와 있지요.”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 1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국가발전포럼’에서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국가발전의 기본원리’라는 강연을 통해 “기술과 기업이 국민 행복의 1순위”라며 “조선의 위정자들은 이를 모르고 오히려 ‘위정척사’를 내세웠기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영국은 모든 법과 제도를 국내의 기업과 기술을 살리는데 맞춘 결과 발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당시 조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학기술인이 전혀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이지요. 70년대만 해도 훌륭한 인재들은 당연히 공대와 화학, 물리학과 등 이공계를 택했는데 지금은 의·약대를 갑니다.”

 

강연이 끝난 뒤 김 교수와 e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늘 포럼에서 지금 한국사회를 보면 19세기 조선이 떠오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사회가 정말 위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 한국사회는 현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 상황이 위기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위기를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맥킨지 보고서에는 한국 사람을 ‘냄비속의 개구리’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하지만 내일 당장 큰 사건이 터진다던가, 한국경제가 곧 또다시 IMF 경제위기 같은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정체됐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 사실을 더 이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대책을 강구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게 정말 위기라는 것이죠.”

 

- 한국사회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한강의 기적’이 절반의 성공으로 전락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현재 세상은 산업사회(모방경제시대)에서 지식기반사회(창조경제시대)로 변해 가는데, 이런 시대 변화에 맞는 올바른 정책은 거의 없고 실체 없는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기본 원리는 ‘가치 창출(Value Creation)’입니다. 가치 창출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업 활동을 통해 이뤄집니다. 저는 이 사실을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급 인사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번 과총포럼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 오늘 강연에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이룬 예로 ‘산업혁명’을 들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산업혁명은 극적인 표현이지만 결국 산업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고대 농업사회를 지나 근대적인 산업자본주의시대가 도래한 이래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한 국가는 모두 산업혁명 즉 ‘산업화’를 통해 국가의 영광과 국민적 행복을 쟁취했습니다. 영국이 주도한 제1차 산업혁명은 석탄·섬유·철강 혁명입니다. 독일과 미국이 주도한 제2차 산업혁명은 화학·전기·강철 혁명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제3차 산업혁명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식산업혁명이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제3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이 미래지식기반사회의 선진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 강연에서 증기기관 등 주로 기술 이야기가 많았는데, 과학은 어느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초기 산업화단계에서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의 기반이 되었던 기술은 많은 경우 산업현장에서 시행착오를 통하여 개발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기술이 과학적 이론의 기반 없이 발전할 수 없는 고도과학기술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 및 공학(Engineering)은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습니다. 결국 과학, 기술, 공학 사이에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함을 논할 수 있었던 산업사회는 저물어가고, 과학, 기술, 공학이 하나로 융합된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  그동안 ‘한강의 기적’을 연구해오셨는데요, 이 연구 주제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산업혁명입니다. 비록 선진국 보다 100~200년이나 뒤늦은 산업화였지만 국민소득(GDP)이 100불(USD)이 안 되는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소득 2만 불대의 국가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입니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습니다. 만약 완전한 성공이 됐더라면 지금쯤 우리나라가 선진강대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이를 연구 주제로 택했습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성공시켜 완전한 성공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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