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몰라요~ 점쟁이도 몰라요~

2015.03.31 18:00
새해가 되면 자주 하는 게 있지요. 바로 올해의 운세를 보는 겁니다. 토정비결처럼요.

당연히 저는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으니 커서 과학자가 되겠거니 하는 식의 예측이야 해볼 수 있겠지만, 태어난 연월시나 별자리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다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재능이나 성격을 보고 앞날을 예측해도 안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텐데, 사람이 태어난 시점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 사주는 통계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그런데 사주나 토정비결, 운세 보기가 통계와 확률이라는 말이 종종 들립니다. 심지어는 어떤 언론사 논설위원이 칼럼에 다음과 같이 쓴 것도 봤습니다.

 

“사주는 통계학의 모태다. 컴퓨터가 동원되는 첨단 통계보다 표본자료가 방대하다. 수천 년 동안 바통을 이어온 인간들의 삶의 궤적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니까 사주라는 건 수많은 인간의 삶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한다는 소리입니다. 사주가 똑같은 사람은 비슷한 삶을 산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할텐데, 그걸 통계로 확인했다는 게 되겠군요.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원 통계 데이터를 제시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통계 조사를 했다면 당연히 원래 데이터가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모년 모월 모시에 태어난 김개똥이는 세 살 때 개에게 물린 적이 있고, 일곱 살부터 서당을 다녔으나 학문에는 재능이 없었고, 열여섯에 장가를 가서 아들 둘을 뒀으나 스물둘에 마누라가 바람이 나서 다른 남자와 도망쳤고, 상심한 마음을 술로 달래다가 병을 얻어 몇 년간 고생을 했고, 다행히 아내를 새로 얻고 마음을 잡아 장사에 나섰는데 운수가 좋아 재물을 많이 쌓았고, 살 만하다 싶었는데 장남이 요절을 했고, 나이 마흔다섯에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떴다. 이런 식의 데이터 말입니다.


위와 같은 사례가 한 사주별로 100개씩 있다 치고, 100개의 사례가 모두 똑같은 운명을 보인다면 사주팔자도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데이터를 제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저 옛날부터 쌓여 온 경험이나 지혜라고 얼버무리는 게 고작입니다.
 
● 사주는 표준시에 맞추나?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아주 오랜 옛날에 수많은 인간의 삶을 통계로 만들어서 사주와 뚜렷한 관계가 있는지 연구할 수 있었을까요? 한 사주당 100명의 운명을 조사한다고 해도 수백, 수천만 명의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추적해 기록하는 일도 어려운데 수백만 명의 인생 데이터를 축적했다고요? 100쪽짜리 책에 10명씩 기록했다고 해도 수십만 권이네요.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이런 일을 했다면 우리 조상님들은 정말 위대한 겁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모았다고 해도 의문점은 남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두 사람의 운명이 정말 똑같았을까요? 원본 데이터가 남아 있지 않으니 검증은 어렵습니다. 그 대신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습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사람을 많이 모아서 서로 비슷한 삶을 살았는지, 사주팔자와 일치하는 삶을 살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아직 이런 자료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사주뿐만이 아닙니다. 부모, 환경, 지역 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사주가 똑같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와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의 운명이 같을까요? 그 경우 일시는 어떻게 할까요? 한국 시각에 맞추나요, 아니면 각자 현지 시각에 맞추나요? 현지 시각에 맞추면 두 아기가 태어난 간격이 꽤 클 텐데 그래도 사주가 같다고 하나요? 제왕절개로 원하는 사주에 맞춰 출산하면 운명이 바뀌는 걸까요?


점쟁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의문에 대해 답변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태어난 날짜와 시각이 운명을 결정지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점 볼 돈 있으면 저 주세요
 

flickr 제공
flickr 제공

그래서 확률이 등장합니다. 사주가 운명을 100% 예측하는 건아니라는 거지요. 어느 정도의 확률로 운명을 알려준다는 소리겠지만, 그 확률은 누가 검증해 봤나요? 그냥 점쟁이들이 하는 소리일 뿐입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는 겁니다. “네 운명은 이러이러하나 상황이나 의지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다” 와 같은 상담은 들으나 마나입니다. 운명은 정해져 있으나 바뀔 수 있다는 건 운명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지요. 얄팍한 수작입니다.


점성술 같은 서양의 운수 보기도 다를바 없습니다. 태양과 지구, 달의 상대적인 위치가 태어나는 아이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 리가 있습니까? 아예 은하계 내에서 태양계의 위치도 고려하라고 하지요. 국부은하군 내에서 우리은하의 위치라든가. 우주의 기운을 받는다면 그런 것도 다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생 모르는 겁니다. 쓸데없이 점쟁이에게 갖다 줄 돈 있으면 저축을 하든지 책이나 사서 보는 게 100만 배 낫습니다. 아니면, 친구에게 과학동아를 선물해도 좋아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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