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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도약 이끈 슈뢰딩거방정식은 ‘간통’ 덕분?

2015년 03월 02일 18:00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 ‘화양연화’

 

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품 ‘화양연화’는 간통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홍콩.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으로 같은 날 이사를 온 차우모완(양조위)과 첸 부인(장만옥)은 동네 국수집을 오가는 길에 자주 만난다. 차우의 아내는 일이 많아 늘 귀가가 늦고 첸 부인의 남편은 장기 해외출장이 잦기 때문에 저녁을 국수로 때우는 것.

 

어느 날 차우는 첸 부인이 아내와 똑 같은 핸드백을 갖고 있는 걸 보고 첸 부인 역시 차우가 남편과 똑 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걸 눈치챈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가 간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미지 확대하기1_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품 ‘화양연화’의 한 장면. 우연히 옆집에 살게 된 차우(양조위)와 첸 부인(장만옥)은 각자의 배우자가 내연의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 위로하다 가까워지지만 선을 넘지 않고 헤어진다는 얘기다. - 춘광영화 제공
1_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품 ‘화양연화’의 한 장면. 우연히 옆집에 살게 된 차우(양조위)와 첸 부인(장만옥)은 각자의 배우자가 내연의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 위로하다 가까워지지만 선을 넘지 않고 헤어진다는 얘기다. - 춘광영화 제공

 

 

“오늘 나랑 같이 있죠…”

 

배신의 아픔 속에 맞바람이라도 피울 듯이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가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소설가가 꿈이었던 출판사 편집자 차우는 무협소설을 다시 쓰는 걸로 아픔을 달랜다. 소설이 연재되자 호텔에 집필실을 마련해 첸 부인을 불러들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뒷걸음질 친다. “주위에서 우리 소문이 무성해요”라며 결국 싱가포르 지사로 떠나기로 한 차우는 막판에 용기를 내 첸 부인에게 함께 가자고 전화를 하지만, 첸 부인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떠난 뒤였다.

 

배경은 바뀌어 1963년 싱가포르. 집에 누가 왔다간 흔적을 발견한 차우는 첸 부인임을 직감하지만 애써 외면한다. 회사로 걸려온 전화에 “여보세요” 한 마디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첸 부인은 한참을 들고 있던 전화기를 마침내 내려놓는다.

 

영화에서 두 사람의 배우자 얼굴은 공개되지 않고 대사만 몇 번 나오지만 왠지 속물들로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두 사람이 빨리 ‘맞바람’을 피우고 더 나아가 각자 이혼하고 새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양연화’는 2010년 토론토영화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화’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치정관련 강력범죄 증가 추세

 

바람을 피우는 입장에서 배우자들이 이렇게 온순하게 대응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간통남의 아내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건 물론 간통녀의 남편에게 칼을 맞을 수도 있다.

 

십 수 년 전 예비군훈련을 받을 때 일이다. 강력계 형사가 강사로 왔는데, 자료사진(물론 심한 부분은 뿌옇게 처리돼 있었다)과 함께 살인사건을 케이스별로 입담 좋게 늘어놓았다. 보통 예비군훈련 강의는 ‘취침시간’이지만 이때는 다들 눈이 초롱초롱했고 필자 역시 너무 인상이 깊어 두고두고 머리에 남았다.

 

사람들은 살인사건 하면 조폭이나 강도들을 떠올리지만 실제 사건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치정에 얽힌 살인이라는 것. 그날 형사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걸 눈치 채고 칼을 품고 미행했다가 그만 못 볼꼴을 보고 눈이 돌아가 ‘년놈들’한테 칼부림을 한 사건을 소개했고 변심한 애인이 안 만나주자 집으로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사례도 보여줬다. 바람피운 아내가 애인과 짜고 여기저기 생명보험을 든 뒤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치밀함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당시 형사의 표현에 다소 과장은 있었을지 몰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살인사건(미수, 교사 포함)은 연간 1200여건인데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애인 관계의 살인사건은 107건(살인 49, 미수 58)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아내와 프랑스인 장교 단테스 사이에 추문이 퍼지자 결투를 신청했고 총상으로 사망했다. 진화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아내의 간통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이 될 수 있다. 푸시킨의 자화상. - 위키피디아 제공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아내와 프랑스인 장교 단테스 사이에 추문이 퍼지자 결투를 신청했고 총상으로 사망했다. 진화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아내의 간통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이 될 수 있다. 푸시킨의 자화상. - 위키피디아 제공

이제는 고전이 된 미국 미시건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책 ‘욕망의 진화’를 봐도 많은 나라에서 치정에 얽힌 살해가 살인사건(전쟁 제외)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남편의 간통에 아내가 칼을 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아내의 간통이나 이혼요구, 여친의 결별통보에 격분한 남자들이 사고를 친다. 수단의 사례를 보면 남성이 저지른 살인 300건 가운데 74건이 성적 질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남자가 남자를 죽인 사건의 20%가 치정에 얽힌 살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왜 일부 남성들은 배우자나 연인의 배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망쳐가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먼저 병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즉 간통을 저지르거나 결별을 선언한 여성 대부분은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에, 치정에 얽힌 살인은 의도하지 않은 사고이거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는 남자가 벌인 예외적인 사건이라는 해석이다. 며칠 전 한 TV에서 최근 수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치정에 얽힌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라는 뉴스에 나온 한 전문가가 이런 맥락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걸 봤다.

 

반면 버스 교수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즉 치정에 얽힌 살인은 질투의 극단적인 형태이지만 여기에는 진화적인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 번식확률을 높이는 게 진화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배신한 아내를 죽이는 건 설명이 잘 안 될 것 같지만(떠나나 죽으나 내 자식을 못 낳는 건 마찬가지이므로) 살려두면 경쟁자의 자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쟁이진 남자라는 게 알려지면 명성에 큰 손상을 입는데, 특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더 치명적이라는 것. 무른 남자로 보이면 뒤에 새 여자를 들일 경우 또 비슷한 일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버스 교수는 “배우자 살해는 끔직한 일이지만 사회는 그 배후에 있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료 물리학자 아내 가로채

 

최근 대법원은 62년 동안 유지돼 온 간통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제 배우자가 간통을 저질러도 이혼소송을 할 수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다만 위자료는 크게 뛸 전망이라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 다수의 사람들이 국가가 남녀의 애정문제까지 간섭하는 간통법 폐지는 당연하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도 사람인지라 살다보면 사생활이 복잡해지기도 하는데, 연구에 미친 영향은 배우자의 반응이나 과학자가 속한 사회의 관습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이번 간통법 폐지를 계기로 과학자의 삶과 업적에 영향을 준 간통사건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간통으로 가장 ‘덕을 본’ 과학자는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아닐까. 양자역학을 배우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식인 그 유명한 슈뢰딩거(파동) 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는 과학계 최고의 난봉꾼일 것이다. 미국의 화학자 월터 무어가 쓴 책 ‘슈뢰딩거의 삶’을 보면 사실상 물리학 아니면 간통 얘기인데,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나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다.

 

슈뢰딩거는 거의 평생 끊임없이 새로운 연인을 만들었는데, 그 자신이 간통을 해야 창조력이 생겨 연구가 잘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1925년 비엔나에 사는 오래 전 여자 친구(끝내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와 함께 스위스 아로사로 크리스마스 밀월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완성한 게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만일 슈뢰딩거의 간통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그 난해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으로 양자이론을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슈뢰딩거가 이처럼 대놓고 이 여자 저 여자와 바람을 피울 수 있었던 건 역시 자유분방했던 아내 안네마리와 당시 유럽대륙의 사회적 분위기 덕분이다. 안네마리도 벡터의 개념을 정립한 천재 수학자 헤르만 베일과 간통에 빠져 있었다(베일의 아내도 다른 남자와).

 

이미지 확대하기3_유로화를 쓰기 이전 오스트리아의 1000실링짜리 화폐에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가 그려져 있었다. 미국의 화학과 월터 무어는 1994년 출간한 저서 ‘슈뢰딩거의 삶’에서 슈뢰딩거가 간통이 창조적인 과학연구의 원동력이라고 믿었다고 쓰고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유로화를 쓰기 이전 오스트리아의 1000실링짜리 화폐에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가 그려져 있었다. 미국의 화학과 월터 무어는 1994년 출간한 저서 ‘슈뢰딩거의 삶’에서 슈뢰딩거가 간통이 창조적인 과학연구의 원동력이라고 믿었다고 쓰고 있다. 

슈뢰딩거의 스캔들 가운데는 이제 간통법이 없어진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불법인 행태도 있었는데 바로 미성년자와의 관계다.

 

1926년 서른아홉의 슈뢰딩거는 아내의 부탁으로 친분이 있는 집안의 쌍둥이 자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수학을 봐주게 됐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인 이티 융거에게 홀딱 반한다. 당시 이티의 나이는 열네살.

 

지금으로 치면 성추행을 지속하면서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던 슈뢰딩거는 이티의 17세 생일이 지난 뒤 마침내 자신의 정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슈뢰딩거는 한 글에서 아래와 같은 궤변으로 자신의 ‘로리타 증후군’을 합리화하기도 했다.

 

“강하고 천재적인 지성을 소유한 남성이 유독 지적인 삶의 출발 시기에 있는 여자들, 봄에 비유될 만한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중략) 여자는 천재성을 가질 수 없다는 말도 흔히 듣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여자들은 모두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자들의 천재성은 흔히 너무 약해서 문명과 문화에 의한 오염을 견뎌내지 못한다.”

 

1932년 이티는 임신을 했지만 슈뢰딩거가 이혼할 생각이 없자 낙태를 했고 슈뢰딩거를 떠나 영국 남자와 결혼했다. 그 뒤에도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던 슈뢰딩거는 동료 물리학자 아르투르 마르히의 아내 힐데와 관계를 맺고 1934년 첫 딸 루트를 얻었다. 자식이 없었던 안네마리는 보모 역할을 했다.

 

당시 나치를 피해 영국 옥스퍼드대에 온 슈뢰딩거는 조수가 필요하다며 마르히 부부도 데려온 것인데, 슈뢰딩거를 초빙한 옥스퍼드대의 물리학자 프레더릭 린데만 교수는 내막을 알고 “그 비열한 놈을 쫓아내야 한다”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아르투르 역시 루트가 자기 딸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존경하는’ 노벨상수상자와 아내를 공유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난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해독해 유명해진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진화인류학부장인 스반테 패보(Svante Pääbo) 박사는 지난해 출간한 ‘네안데르탈인’에서 안 해도 되는 ‘고백’을 적었다. 패보는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는데, 당시 그 실험실에는 마크 스토네킹 박사와 대학원생인 린다 비길란트가 있었다. 훗날 둘은 결혼했고 아이도 둘 낳았다.

 

1996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였던 마크는 안식년을 맞아 가족들을 데리고 독일 뭰헨의 패보 박사 실험실로 왔다. 패보는 린다와 가끔 영화를 같이 보곤 했다.

 

“어느 밤 내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극장에서 어쩌다 서로의 무릎이 닿았다. 우리 둘 가운데 누구도 무릎을 빼지 않았다. 이어서 우린 손을 잡았다. 그리고 린다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

 

당시 패보는 독신으로 가끔 남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즉 동성애자였는데 알고 보니 여자도 좋아했던 것. 수개월 동안의 밀회는 스토네킹 부부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인연이란 묘해서 패보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영입제의를 받게 된다. 당시 새로 설립하는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 이미 영입제의를 받은 패보는 마음에도 없는 펜실베이니아를 몇 차례 방문하며 밀회를 즐겼다.

 

한 걸음 더 나가 패보는 마크를 연구소로 영입할 계획을 세운다. 패보의 요청으로 린다는 남편에게 간통사실을 고백하고 마크는 며칠 동안의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다. 즉 사생활과 연구를 구분하기로 한 것. 1998년 라이프치히에서 연구소가 문을 열 때 마크와 린다 모두 연구원으로 와 있었다. 패보는 스토네킹 가족과 한 집에서 살며 린다와 애정을 키웠고 마크는 새로운 연인을 만났다. 2005년 패보와 린다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그 뒤 마크와 린다는 우호적으로 이혼했고 2008년 패보와 린다는 결혼했다.

 

●간통으로 몰려 자살까지

 

한편 간통을 묵과하지 않는 배우자 때문에 간통이 삶의 활력소가 되기는커녕 연구활동까지 힘들어진 과학자들도 있다. 1906년 남편 피에르 퀴리가 마차사고로 사망한 뒤 시름에 잠겨있던 퀴리 부인은 1910년 다섯 살 연하인 프랑스 최고 물리학자 폴 랑주뱅과 내연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데 랑주뱅의 아내 잔느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됐고 당황한 퀴리 부인은 이탈리아로 도피한다.

 

결국 일간지 ‘르주르날’에 퀴리 부인과 랑주뱅의 간통 기사가 실렸고 그 여파로 퀴리 부인은 하마터면 1911년 노벨화학상을 받지 못할 뻔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쇠약해진 퀴리 부인은 신장에 병을 얻어 2년 동안 고생했고 랑주뱅 역시 아내와 별거하다 1914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 랑주뱅은 비서와 간통했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묵인했다고 한다.

 

 

이미지 확대하기젊은 여성 과학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게 도와주다 지난해 줄기세포논문조작 스캔들에 휘말려 간통혐의까지 받고 괴로워하다 자살한 줄기세포분화의 일인자 사사이 요시키 박사.  - 일본이화학연구소 제공
젊은 여성 과학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게 도와주다 지난해 줄기세포논문조작 스캔들에 휘말려 간통혐의까지 받고 괴로워하다 자살한 줄기세포분화의 일인자 사사이 요시키 박사. - 일본이화학연구소 제공

지난해 자살한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의 줄기세포연구가 사사이 요시키 박사는 간통혐의(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가 결정타가 돼 인생을 망친 사람이다. 같은 연구소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팀이 2014년 1월 학술지 ‘네이처’에 낸 줄기세포 논문 두 편이 조작의혹을 받으면서 후견인이자 공동저자이자기도 한 사사이 박사까지 도마에 올랐다. 일단 먹잇감을 발견한 언론들은 두 사람이 같이 출장을 간 영수증 등을 근거로 내연의 관계라는 추측성 기사를 썼다.

 

즉 리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중견 연구자(사사이 박사는 줄기세포분화에서 노벨상후보 1순위였다)가 계약직 연구원으로 들어온 미모의 젊은 여성 과학자에게 홀려 권력을 남용해 팀장 자리에 앉혔고 그 결과 이 모양 이 꼴이 됐다는 것. 두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부정했지만 둘 사이의 간통은 기정사실화됐다. 충격으로 입원까지 한 사사이 박사는 자신을 향한 부당한 비난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도 뻔뻔스럽다고 할 정도로 간통을 즐기면서도 승승장구했던 과학자도 있고 미디어의 먹이가 돼 (아마도 억울하게) 간통혐의를 뒤집어쓰고 목숨까지 끊은 소심한 과학자도 있는 걸 보며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물론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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