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그 많은 물은 다 어디서 왔을까

2015.02.09 18:00
지구의 물을 다 모으면(맨틀에 섞여 있는 물분자는 제외) 왼쪽 위 물방울(지름 1384km)만하다. 한편 민물만 모으면 그 오른쪽 아래 작은 물방울(지름 273km) 크기이고 호수와 강만 합친 양은 그 아래 아주 작은 물방울(지름 56km) 크기다. - USGS 제공
지구의 물을 다 모으면(맨틀에 섞여 있는 물분자는 제외) 왼쪽 위 물방울(지름 1384km)만하다. 한편 민물만 모으면 그 오른쪽 아래 작은 물방울(지름 273km) 크기이고 호수와 강만 합친 양은 그 아래 아주 작은 물방울(지름 56km) 크기다. - USGS 제공

 


수년 전 우연히 한 과학일러스트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게 한 위의 그림이다(일단 설명은 읽지 말기 바란다). 지구표면의 75%를 덮고 있는 물을 모으면 꽤 될 것 같지만 보다시피 지구가 야구공만할 때 약간 큰 물방울 하나 부피다. 지구 그림을 보면 물을 빼 바다의 해저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전반적인 형태에는 사실상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관찰력이 예민한 독자라면 물방울 오른쪽 아래 깨알만큼 작은 물방울이 하나 더 있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큰 물방울은 지구의 물을 다 모은 것이고 작은 물방울은 민물만 모은 것이다. 물 대부분이 바닷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말 관찰력이 뛰어난 독자라면 작은 물방울 아래 이 문장의 마침표만큼 정말 작은 또 하나의 물방울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건 강물과 호수물만 합친 것이다. 민물 대부분이 지하수란 말이다.

 

일러스트를 보면 지구의 물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전체 물방울의 지름은 1400km에 가깝다. 지구 지름이 1만2700km이므로 부피비로 대략 0.15%를 차지하고 있다. 질량으로 보면 약 0.03%다. 바다의 평균 수심이 대략 3.8km이므로 지표가 편평해 지구 전체가 일정한 수심으로 물에 덮인다면 3km 가까이 헤엄쳐 올라가야 하늘을 볼 수 있다. 지구야말로 수성(水星)인 셈이다.

 

● 수소동위원소비율 훨씬 높아

 

로제타가 찍은 혜성 67P의 모습으로 먼지와 가스가 분출되고 있다. 로제타는 장착된 질량분석기로 67P에서 나오는 코마에 포함된 물분자의 수소동위원소비를 측정해 그 값이 지구의 물분자와 꽤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ESA 제공
로제타가 찍은 혜성 67P의 모습으로 먼지와 가스가 분출되고 있다. 로제타는 장착된 질량분석기로 67P에서 나오는 코마에 포함된 물분자의 수소동위원소비를 측정해 그 값이 지구의 물분자와 꽤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ESA 제공

 

 

학술지 ‘사이언스’ 1월 23자에는 혜성탐사선 로제타의 연구결과들을 담은 특집이 실렸다. 10년의 여정 끝에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접근해 탐사로봇 필레까지 상륙시킨 로제타는 지금도 혜성 주위를 돌면서 여전히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혜성이 태양을 향해 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 배터리가 나가 잠자고 있는 필레도 충전이 돼 다시 깨어나 활동할지도 모른다.

 

특집에 실린 논문 8편을 훑어보다가 혜성 67P에 있는 물분자의 중수소/수소(D/H)비율을 측정한 결과를 담은 논문이 필자의 주의를 끌었다. 잠깐 읽어보니 혜성 67P의 D/H비율이 0.00053으로(수소원자 10만 개 당 중수소원자가 53개라는 뜻) 지구의 D/H비율 0.00015보다 훨씬 높아 혜성이 지구 물의 기원일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혜성 67P에 1000km까지 접근한 로제타는 수일 뒤 100km 이내까지 다가가 코마의 기체를 포집해 분석했다. 코마(coma)는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혜성에서 승화된 입자 무리로 뿌옇게 보이는데 물분자가 주성분이다. 로제타에는 로지나(ROSINA)라는 질량분석기가 장착돼 있어 물분자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즉 중수소 하나를 포함한 물(HDO)은 질량이 19이고 보통 물(H2O)은 18이다. 따라서 두 피크를 비교하면 D/H비율을 구할 수 있다.

 

문득 ‘지구의 물이 외부에서 온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백두산 천지 정도의 양도 아니고 바닷물 전체가 혜성 같은 외부 천체에서 왔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만들어진 초기 지구는 온도가 뜨거웠을 테니 수증기의 형태로 대기중에 있거나 암석에 뒤섞여 있다가 지구가 식으면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지각이 굳으며 수분이 빠져나와 바다를 이룬 게 아니었단 말인가.

 

● 초기 지구에는 바다가 없었다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 모습으로 초기화성과 초기목성 사이의 한 지점(점선, 눈선(snow line)이라고 부른다)을 경계로 안쪽은 온도가 높아 물분자가 응축하지 못하고 바깥쪽은 얼음으로 존재한다. 초기목성의 중력섭동으로 눈선 바깥쪽의 얼음을 함유한 소행성이 안으로 들어와 지구에 떨어져 물을 공급했다는 것이 현재 유력한 지구 물의 기원 시나리오다. - WHOI 제공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 모습으로 초기화성과 초기목성 사이의 한 지점(점선, 눈선(snow line)이라고 부른다)을 경계로 안쪽은 온도가 높아 물분자가 응축하지 못하고 바깥쪽은 얼음으로 존재한다. 초기목성의 중력섭동으로 눈선 바깥쪽의 얼음을 함유한 소행성이 안으로 들어와 지구에 떨어져 물을 공급했다는 것이 현재 유력한 지구 물의 기원 시나리오다. - WHOI 제공

 

 

논문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들을 추적해 몇 편을 보고나서야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물의 기원을 찾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많은 가설이 나와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시나리오를 재구성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필자가 막연히 생각한 것처럼 지구가 형성될 때 물이 있었던 건 아닌 게 거의 확실하다. 대신 지구가 형성되고 수천만 년 사이 수분을 함유한 외부천체가 지구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물이 축적된 것. 외부천체 후보로는 소행성과 혜성이 거론돼 왔는데 수소의 동위원소비율, 즉 D/H비율을 측정한 결과 혜성보다는 소행성이 더 기여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행성과 지구의 D/H비율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수소는 매우 안정한 동위원소이기 때문에 지구의 물과 소행성의 물에서 D/H비율이 비슷하다는 건 두 물이 같은 기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태양의 D/H비율(태양풍에 포함된 물분자를 분광학적으로 측정)은 0.00002로 지구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바닷물이 지구 형성 과정에서부터 존재한 물이었다고 보면 수소의 동위원소비를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같은 태양계의 구성원인데 소행성의 동위원소비율은 왜 다른 걸까.

 

2001년 ‘사이언스’에는 ‘지구에 있는 물의 기원(The Origin of Water on Earth)’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저자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프랑수아 로베르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인터스텔라, 즉 성간우주에 있는 얼음의 D/H비율이 최대 0.01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수소분자의 D/H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46억 년 전 태양성운이 이합집산하면서 태양과 행성들이 형성될 때 태양에 가까울수록 온도가 높았다. 그 결과 성간공간에서 얼음을 이루던 물분자와 성운의 수소분자 사이에 수소원자의 교환반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물분자의 D/H비율이 낮아졌다는 것.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져 이 반응의 빈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물분자의 D/H비율이 태양계 내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D/H비율값이 아니더라도 유력한 지구 형성 시나리오를 보면 초기 지구표면은 물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즉 초기 태양이 서서히 식어 온도가 떨어지면서 휘발성이 낮은, 즉 끓는점이 높은 원소들부터 응축돼 지구를 형성했기 때문에 물처럼 휘발성이 높은 분자가 존재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표가 식어 물의 끓는점인 100도 밑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물분자들이 다 흩어진 상태였다는 것. 이런 현상은 지구 근처에 있는 금성과 화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났다.

 

그러나 태양계 형성 초기에도 화성과 목성과 사이에 있는 지점을 분기점으로 해서 그 너머에는 수증기가 얼음으로 응축할 정도로 충분히 온도가 낮았고 그 결과 이곳에 있던 소행성들은 물(얼음)을 충분히 머금게 됐다. 태양계 형성 초기에는 목성 같은 거대 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 중력섭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 소행성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지구로도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

 

예전에는 이런 일들이 지구가 형성되고 수억 년이 지난 뒤에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십 수 년 전부터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수천만 년이 지난 뒤로 훨씬 앞당겨졌다. 즉 지구가 생겨나고 1억 년 쯤 뒤에는 이미 오늘날처럼 파란 행성으로 보였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탄생 시나리오도 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서 물이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다른 분자에 있는 수소원자도 어차피 물분자의 수소원자에서 왔다!)을 생각하면 지구에게 우리 모두는 타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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