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천연 좋아할 것 없고, 합성 싫어할 것 없다

2016.07.24 14:00

제가 단골로 다니는 동네 미용실이 있습니다. 머리를 깎으면 의자에 눕게 해서 머리를 감겨 주는데, 심심하지 말라고 그러는건지 천장에 광고 전단이 붙어 있습니다. 대개 샴푸나 머리 영양제 광고지요. 머리를 감는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게 마련인데 전부터 계속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천연 OOO추출물 함유~’와 같은 광고문구입니다.


분명히 그런 천연 물질이 들어 있어서 머리에 좋다는 뜻일 텐데, 그게 왜 좋은지는 아무 설명이 없었거든요. 물론 광고에서 무슨 과일이나 식물 추출물이 머리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복잡한 원리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까칠한 소비자라면 일단 의심의 눈길을 던져 보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 천연 물질이 정말 좋을까?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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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정말로 천연 추출물이 머리카락에 좋은지를 따져 보려는 건 아닙니다. 오늘의 주제는 ‘천연’이라는 단어가 지닌 마술적인 효과와 그 진위 여부입니다. 마침 회사에 출근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천일염의 효과를 강조한 글을 읽었습니다. 바닷물을 말려서 만든 천일염이 공장에서 만든 정제염보다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었지요. 근거는 나트륨 함량이 정제염보다 낮다는 점, 마그네슘이나 칼륨 같은 미네랄이 들어 있다는 점, 이런 미네랄이 나트륨을 배출시켜서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점, 중금속과 같은 독성물질을 중화하고 몸 밖으로 내보낸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항상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 봅시다. 일단 소금이 염화나트륨(NaCl)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습니다. 정제염은 불순물을 없애 염화나트륨의 순도를 높인 것입니다. 여기에 MSG를 조금 섞으면 시중에서 파는 맛소금이 됩니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입니다. 염화나트륨만 따로 모은 게 아니라 바닷물에 들어 있는 염화마그네슘 같은 성분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진짜 소금인 염화나트륨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입니다.
 
따라서 같은 무게라면 천일염에는 정제염보다 소금(염화나트륨)이 적게 들어 있습니다. 나트륨 함량이 낮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오는 거지요. 하지만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을 저울로 재서 넣는게 아니라 맛을 보면서 간을 맞춘다면 딱히 나트륨을 적게 먹을리는 없습니다. 똑같이 맛이 짜다면 천일염을 넣었건 정제염을 넣었건 나트륨은 똑같이 들어갔다고 봐야지요. 오히려 마그네슘같은 미네랄이 너무 많으면 쓴맛이 나기도 합니다.


 

wikimed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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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랄이 얼마나 들었기에
 

그러면 이제 천일염에 들어 있는 미네랄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따져 봅시다. 마그네슘, 칼슘, 칼륨 같은 미네랄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것은 맞습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천일염에 미네랄이 얼마나 들었는지 찾아봤습니다.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천일염 1kg에 들어있는 마그네슘은 약 1만mg, 칼륨은 3000mg, 칼슘은 1400mg이었습니다. 바다의 상태에 따라 이 수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금의 일일권장섭취량은 5g이므로 소금이 약 80% 들어 있는 천일염을 6g 먹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함께 섭취하는 미네랄의 양은 마그네슘 60mg, 칼륨 18mg, 칼슘 8.4mg입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일일권장섭취량은 마그네슘이 280~350mg, 칼륨 약 1000mg, 칼슘900~1200mg입니다. 마그네슘은 일일권장섭취량의 20% 정도를 먹을 수 있지만, 칼륨과 칼슘은 고작 1~2%로 미미합니다.
 
천일염에 든 미네랄이 나트륨을 배출시켜 준다고 마음 놓고 먹었다가는 오히려 나트륨 과다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어 보입니다. 차라리 칼륨이 수백 mg씩 들어 있는 바나나 같은 과일을 먹는 게 나트륨 배출에는 더 유리하겠지요.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천일염을 먹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저는 다른 음식을 통해서 미네랄을 섭취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천연이든 합성이든 그게 뭐가 중요해?

 

하지만 천일염은 인기가 좋습니다. ‘천연’이라는 단어가 갖는 마법이지요. 사람들은 천연물질이 인공물질보다 좋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들었다고 하면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지요. 그러다 보니 기업은 적극적으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심지어 욕실 세정제로 많이 쓰는 락스도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고 홍보합니다. 집에 하나 있다면 뭐라고 쓰여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이 연재의 성격에 걸맞게 ‘천연’이라는 단어를 삐딱하게 바라봅시다. 어떻게 보면 천연 물질이라는 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천연 물질에는 온갖 성분이 다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몸에 나쁜 게 있을 수도 있지요. 반대로 공장에서 만든 물질은 제조사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한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중요한 건 천연이냐 합성이냐가 아니라 어떤 성분이냐입니다. 코브라의 맹독도 천연물질입니다. 몸에 좋고 나쁜 건 성분이 결정하는 것이지, 천연이냐 합성이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화학물질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입니다. 성분과 구조가 같으면 같은 역할을한다고 생각하는 게 과학입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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