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을 왜 하는거야?

2013.05.13 15:53

 

사이언스북스 제공 제공
사이언스북스 제공 제공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융합이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21세기 초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융합 연구개발을 확대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융합 연구에 예산의 10%를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융합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래부 안에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그리고 우정사업본부가 한데 어우러진 것을 대표적인 융합의 사례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듯 물리적, 화학적 결합 운운하며 둘 이상의 것들을 합한 것을 융합이라고 이해하는 정도가 많았다.

 

  ‘창조경제’가 뭔지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정도만 투자하더라도 융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현재 융합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한 우물만 파라’고 외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는 융합을 전문성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또 누가 융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도 맥을 같이 한다.

 

  융합과 전문성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한 분야를 잘 하는 전문가와 융합 연구를 잘 하는 사람이 각각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융합과 전문성은 각 개인이 확보해야 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융합 연구를 하는 그룹 전체도 확보해야 한다.

 

  누가 융합을 해야 하는 지가 해결됐다면, 융합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이 책은 ‘융합의 목적을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풀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와 관련된 전문성이 필요한데, 지식의 융합을 통해 전문성을 찾고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로 떨어져 있던 지식과 경험이 만날 때, 서로를 연관시키는 창의성이 발휘되고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는 것이다

 

  단, 융합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한 가지 유형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융합하면 문제가 어느 정도 정의돼 있어서 해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가 파악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거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생명공학(BT)과 정보통신(IT)이 힘을 합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에 대한 답을 당장 찾기보다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 경우도 있다. 생물정보학이나 나노기술(NT)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 분야의 사람이 모여 협동 연구를 하는 가운데 확보된 지식이 여태껏 없던 새로운 학문이나 응용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에 대해 전자처럼 성과를 빨리 내놓으라고 압박하다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융합을 논하는 정책 입안가와 연구자, 언론인은 물론, 융합을 바로 이해하고자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 할 것이다.

 

  사족이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이끄는 과학 기술ㆍ사회(STS) 미래 사업단이 2011년에 진행했던 세미나와 융합 워크숍, 그리고 STS 네트워크 포럼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모은 것인만큼 논의의 깊이는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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